“내연기관 못 잃어”... 글로벌 車 업계, 전기차 쉬고 하이브리드 ‘가속’

편은지 2024.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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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 하이브리드 효과 본 車 업체들
전기차는 잠시만… 하이브리드 투자 가속
포드 매버릭 하이브리드 ⓒ포드코리아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내연기관의 종말을 준비하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급격히 속도를 늦추고 있다. 가격, 충전, 주행거리 등 문제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타던 소비자들을 좀처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 1분기 하이브리드차 효과를 톡톡히 거둔 이후 관련 투자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올 1분기(1~3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50만83대의 차량을 판매해 업계 평균 성장률인 4.7%를 초과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분기 사상 최대치인 3만8421대로, 전년대비 42% 급증했다. 매버릭 하이브리드가 2만대 가까이 판매됐으며, 대형 픽업인 F150 하이브리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포드는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2배로 늘리고, F150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도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게 낮출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판매를 촉진해 판매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차는 확대하는 반면 전기차는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전기차 대당 손실액이 1분기에만 10만달러를 넘어서면서다. 이에 포드는 배터리 주문을 삭감하고, 기존 내년 양산하려던 3열 전기SUV의 생산 계획도 2027년으로 미뤘다. 포드는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서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법인 사업도 철회했다.

GM(제너럴모터스) 역시 전기차 판매가 크게 줄자 북미시장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캐즘에 직면하고, 단종한 볼트EV의 후속 모델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보다 PHEV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GM의 새로운 PHEV모델은 오는 2027년 출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바라 GM CEO는 북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리드가 해결책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하이브리드가 얼마나 오랫동안 솔루션의 일부가 될 것인지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강력한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했다.

신형 싼타페 북미형 모델 ⓒ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 역시 전기차 전략에는 변동이 없다면서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지속 개발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현대차는 올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대수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 등 고수익 차종 덕에 수익은 더 늘었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5일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그동안 중·대형 차종에만 HEV가 있었는데 이제는 소형 차종에 탑재할 수 있는 HEV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전 라인업에 HEV를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차종을 현재 6개에서 2028년 9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24일 소형 전기 SUV ‘EV3'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전기차 전략에는 변동이 없다“면서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대중화를 위한 제품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내연기관에 대한 수요는 하이브리드 신차 투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태동기부터 하이브리드에 무게를 뒀던 토요타 역시 글로벌 시장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후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토요타의 지난해(2023년 4월~2024년 3월)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5% 늘어난 1030만9457대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는 전년 대비 무려 31% 늘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앞다퉈 전기차 투자를 발표했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로 전략을 선회한 것은 전기차의 문제점을 단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싼 배터리 원자재 탓에 가격을 쉽게 낮추기 어려운 데다 내연기관 만큼 충전이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가솔린, 디젤 차량 대비 배터리 모터를 함께 탑재해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에 가깝다. 솔린, 디젤차 보다 장점이 확실하니 가격도 비싸지만, 전기차보다는 저렴해 오히려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통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면 수익을 오히려 높일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전기차의 경우 개발비용은 물론 원자재 가격이 높아 마진을 크게 남기기 어렵지만,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개발을 마치고 판매하던 내연기관차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하면 돼 상대적으로 기술 비용이 적게 들고, 마진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이브리드 지속현상은 전기차 캐즘이 끝나기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며 "디젤차는 환경문제가 걱정되고, 전기차를 사자니 충전이 걱정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 충전 인프라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하이브리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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