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태평양 한류가 빚어낸 ‘명품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2024. 5.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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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냐 레이다
무더위가 서서히 시작되면서 청포도로 만든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간절해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오늘은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칠레 와인 중에서도, 혜성처럼 떠오른 와이너리 ‘비냐 레이다(Viña Leyda)’에서 만든 와인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1998년 토마스 리베라는 칠레 해안 산맥 서쪽에 위치한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를 발견한다. 태평양에서 불과 4㎞ 떨어진 척박한 구릉에 있는 목초지로 원래는 밀과 보리를 재배하는 지역이었다. 태평양 한류 영향을 직접 받는 매우 서늘한 기후 조건의 테루아로 최고의 포도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엿본 그는 280헥타르 토지를 구입하고 소비뇽 블랑·샤르도네·피노 누아·시라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비냐 레이다’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토마스 리베라 주변의 친한 포도 재배자는 “미친 짓”이라며 극구 말렸다. 레이다 밸리가 갖고 있는 매우 건조한 테루아 때문이다. 당장 주변에 물이 워낙 부족했다. 하지만 리베라는 과감한 투자로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갔다. 칠레 최초로 마이포강에서 8㎞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가져오는 모험을 했고, 미세한 기후와 토양을 기반으로 포도밭을 구획별로 세분화하며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어 칠레에서 와인 양조가로 명성을 크게 얻었던 비비아나 나바레테(Viviana Navarrete)를 초빙해 자신이 그간 꿈꾸던 와인을 만들었다.

건조한 레이다 밸리에 파이프라인으로 물 끌어와

2001년 비냐 레이다는 브랜드 등록과 동시에 첫 빈티지 와인을 선보였다. 기존 칠레 와인이 추종 불허하는 뛰어난 청량감, 차별화된 독특한 아삭 바삭한 복합미로 와인 마니아를 사로잡았다. 총 3개 레인지 중 ‘코스탈 빈야드’ 레인지는 레이다 밸리의 테루아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엄선한 구획의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만을 손수확하고 선별해 각각의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더욱 우아하고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레이다 밸리는 2002년 칠레 정부로부터 최상급 와인인 ‘D.O’ 등급 신규 와인 산지로 승인받았다. 비냐 레이다가 선보인 프리미엄 와인 품질을 확인한 칠레 정부가 레이나 밸리에 잠재된 테루아 가능성을 확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레이다 밸리는 칠레 포도 재배업계 마지막 위대한 변화와 혁신의 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후 비냐 레이다 와인은 드링크인터내셔널(Drink International)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와이너리’에 2013~2014년 2년 연속 선정되며 세계 와인 시장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비냐 레이다 와인 중에서도 최근 시음한 ‘레이다 코스탈 빈야드 가루마 소비뇽 블랑 2023(Leyda Coastal Vineyard Garuma Sauvignon Blanc 2023)’을 추천한다. 엄격한 관리로 당도가 21.4~22브릭스에 도달했을 때 손수확한 최상의 포도만을 엄선해서 양조한 와인이다. 외관은 옅은 노란색을 지녔으며, 아로마는 우아한 시트러스와 녹색 피망, 허브, 자몽, 라임, 미네랄 등이 나타났다. 마셔보니 강렬하면서 신선하고 풍성한 산미, 약간의 스파이시하고 허브의 은은한 풍미가 복합적이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균형감이 탁월하고 긴 여운이 매력적이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스시, 생선회, 해산물 요리, 채소 요리, 백숙 등을 추천한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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