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로손 등 대기업 줄줄이 기부 나선 고향세 지정기부 트렌드는?

데스크 2024. 5.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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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찾는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비결③]

가성비와 대용량의 선두 주자인 미국계 유명 대형 마트 코스트코. 지난 2020년 ‘코스트코 홀세일 재팬’이 2020년 일본 어린이 가정식 사무국에 쌀을 기증해 큰 주목을 받았다. 본사 차원이 아닌 일본 내 코스트코가 지역 사회 공헌을 전제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트코 홀세일 재팬’은 본사에서 요청하는 재해 지원뿐 아니라 일본 지역 사회 내 어린이를 위한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트코 홀세일 재팬 중앙 마케팅 매니저 이시다 리사 ⓒ어린이가정식사무국 홈페이지

코스트코가 쌀을 기부한 곳은 지난 연재 글에서 언급된 분쿄구의 ‘어린이 가정식 사무국’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음식을 전달하고 그들을 돌보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이 ‘어린이 가정급식’ 프로젝트는 도쿄 분쿄구와 6개 민간 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향납세 GCF(정부크라우드펀딩)를 통해 지난 1년간 모금한 금액만 약 8천 800만 엔(한화 약 7억8천원)에 달한다. 현재 코스트코를 비롯해 KIRIN, 로손, 롯데코퍼레이션 등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사회 전반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후루사토초이스 트렌드 분석, 2024년도 GCF 트렌드는 ‘교육·육아’

2012년부터 일본 최초의 고향납세 민간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를 운영하는 트러스트 뱅크가 2023년 11월 28일 1,088명 대상으로 한 ‘고향납세 트렌드 조사 2023’의 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문항 중 ‘고향납세로 기부한 돈이 지자체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고 싶은지’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70% 이상이 알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에서 80% 가까이 알고 싶다는 응답이 나왔는데, 이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 고향납세 기부금의 사용정보를 알고싶다는 응답이 높은 설문 결과 ⓒ후루사토초이스 운영사 트러스트뱅크 공식 홈페이지

또한, 작년 조사에 이어 응답자의 1/3이 이상이, ‘교육·육아’에 기부금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고향납세 기부금 활용의 우선 과제 ⓒ후루사토초이스 운영사 트러스트뱅크 공식 홈페이지

인구 감소 위기에 대처하는 일본의 보육 정책

2021년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출생아 수는 77만 747명으로, 1.26명이라는 역대 출생률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일본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좀처럼 하향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결국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은 젊은 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편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은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육아수당 확충 ▲누구나 어린이집 통원 ▲출산수당 보험 적용 ▲남성 육아휴직 지원 등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육아, 보육에 고향납세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다. 또 특별한 육아, 보육과 관련된 GCF(고향납세를 활용한 정부 주도의 크라우드펀딩)를 진행하기도 한다.

고향납세의 목적은 오직 ‘아이들’

그중에서도 교토 ‘우지타와라정’는 특별하다. 고향납세의 목적을 오직 ‘아이들’만을 위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향납세 사용처에 관한 제한이 거의 없어, 아이들과 고령자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 목적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오직 아이들만을 위해 기부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반대의 목소리는 없었다. 인구 9000명이 채 되지 않는 마을, 인구 감소의 위기가 느껴졌던 탓일까. 2020년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이후, 오히려 고향납세 모금액은 1억엔 대를 돌파하여, 매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달 전 일본 민간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에서 주관하는 ‘후루사토초이스어워드 2023’의 ‘초이스 지자체 직원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지타와라정 미래도전대 챌린저 홍보 포스터 ⓒ후루사토초이스 내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

3년 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미래 도전대 챌린저 육성 프로젝트(미라차레)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해주는 프로젝트이다. 지자체의 고향납세 담당자인 카츠야 사토이치씨는 ’아이들에게 마을이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무척 다양하다. 예를 들면, ’50미터 달리기를 1초 더 빠르게 하는 강좌‘를 열거나, 핀란드식 교육의 유명 강사를 초빙하여 ’독해력 높이기 강좌‘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보육원에 서킷 운동을 도입한 것으로, 아이들이 매일 코스별로 서킷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여, 보육원의 5~6세 아이들이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기를 반년 만에 100%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전국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의 성공률이 20%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한다. 이는 건강한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자기효능감 증진 등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우지타와라정 보육원 아이들이 서킷운동으로 철봉 매달리기를 하는 모습ⓒ우지타와라정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

또, 전국 최초로 공립중학교에서 고등학생이 직접 상품개발을 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첫해에는 지역 기업에서 지원해주어, 지자체의 예산은 0엔으로 시작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부금으로 예산도 마련되었고, 다양한 청소년들이 직접 개발한 상품으로 마을에서 작은 마르셰(플리마켓)을 열기도 했다,

고향납세 모금액으로 교육, 의료비 전액 무료화

작년 기준 일본 전국 모금순위 1위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는 195억엔이 넘는 기부금 수입의 일부를 활용하여, ’아이키우기 별3개 지자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자체 주민의 보육료, 중학생 이하의 의료비, 임산부 검진 비용을 전면 무상화했다.

미야코노조시 ’아이키우기 별3개 마을‘, 3개의 완전 무료화 안내 팻말ⓒ일본경제신문

또한, 전국 모금순위 4위의 시라누카정 역시 ’아이는 나라나 지자체가 키워야 한다‘, ’육아 응원 일본 제일의 마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150억엔이 넘는 기부금 수입의 일부로 18세까지 의료비, 보육료, 급식비, 공영학원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시라누카정의 ’육아 응원 일본 제일의 마을‘ 안내 팻말ⓒ시라누카정 공식 페이스북

일본은 지자체와 더불어 기업, 주민, 시민단체가 합심하여 아이 돌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후 1년 반을 향해 가는 이 시점, 지금까지 각종 규제로 지자체들은 손발이 묶여있다. 하루빨리 각 지자체가 자율권을 갖고, 모금과 홍보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민간과의 적절한 협업을 통해 각 지자체 사정에 맞는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 때, 한국에서 일본을 뛰어넘는 사례가 나와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의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 법인장 admin@fairtraveljap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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