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평화의 문을 열고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자"

지창영 2024. 5. 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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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15주기 맞아 인천추모문화제 개최

[지창영 기자]

인천노무현대통령추모위원회(아래 추모위)는 노무현 대통령 15주기를 맞아 23일 오후 7시 계양구청소년수련관에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자주·평화·사람 사는 세상'을 주제로 열린 이번 추모문화제는 추모위 옥효정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주제 영상 상영과 주제 강연, 추모사, 추모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주제 영상 상영에 이어 '노란 파도의 메아리'라는 제목으로 김석환 작가의 행위예술이 펼쳐졌다. 노무현 정신을 공유하는 상징적인 행위로서 노란 천이 작가로부터 참가자들 사이로 길게 전해지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장내는 숙연하고 결의에 찬 분위기로 압도되었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김석환의 행위예술
ⓒ 지창영
   
인천노사모 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노무현이 걸어간 자주의 길'이라는 제목의 주제 강연을 통하여 "우리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만큼 그의 깊은 고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무현이 추구했던 자주정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로서 세계적 격변의 중심에 있는 오늘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래패 '반격'을 이끄는 손병걸 시인은 기타 연주와 함께 문병란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직녀에게'를 불렀다. 이어서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지하철 안에서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 빠져 지냈다"고 당시를 회고한 다음 그의 깊은 고독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면서 김광석의 노래 '혼자 남은 밤'을 불렀다.

참석자를 소개하는 순서에서 사회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참석하신 분들을 일일이 소개하겠다"면서 방명록에 기재된 순서대로 모든 이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마지막 이름이 불리고 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서로에게 힘을 주었다.

추모사 순서에서는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동수 국회의원(계양갑), 맹성규 국회의원(남동갑)의 영상 메시지가 먼저 상영되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세상살이가 답답하고 힘들고 안타까운 일이 많은 시절을 살고 있는 요즘이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면서 "깨어 있는 시민과 함께 노무현정신을 실천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사를 하고 있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 박민지
   
용혜랑 진보당 인천시당부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생애를 바쳐 기득권과 싸우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서 "진보당 역시 기득권과 싸우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던 시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사를 하고 있는 용혜랑 진보당 인천시당부위원장
ⓒ 박민지
   
이용우 인천 서구을 국회의원 당선자, 김보식 인천참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용수 미군철수투쟁인천본부 상임공동대표, 부평에 거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형철 시민이 단상에 나와 추모사를 이어 가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되새기고 그의 정신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였다.

박찬대 추모위원장(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은 당 일정상 함께하지 못해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국민 앞에는 한없이 겸손했고, 권력 앞에서는 늘 당당했으며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선언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한다면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세 번째 공연 순서에서 첼리스트 이한길은 피아노핑거즈 대표 김하림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을 연주했다. 사회자는 "오펜바흐의 미발표 악보를 100년 뒤에 발굴한 독일의 첼리스크 토마스 미푸네 베르너가, 요절한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를 생각하며 지은 곡명"이라고 소개하면서 "첼로의 선율을 따라가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가 떠올라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네 번째 공연에 이르러 인천의 5.3민주항쟁 정신을 노래를 통해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창립된 5.3합창단이 단상에 올라 '아름다운 사람'과 '상록수'를 불렀다. 사회자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졌을 때 아름다움 그 이상의 전율과 감동이 있다"면서 "이렇게 조화로운 것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5.3합창단의 합창
ⓒ 박민지
   
이어서 추모위 김형진 공동집행위원장과 인천노사모 정상일 대표일꾼이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연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4 평화선언'을 낭독했고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2024평화선언을 낭독하는 정상일 인천노사모 대표일꾼과 추모위 김형진 공동집행위원장
ⓒ 박민지
 
추모문화제는 5.3합창단이 선창하는 가운데 김남주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모든 참석자가 제창하면서 마무리되었다.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한편, 추모위는 추모문화제에 앞서 노무현대통령벚꽃길(계양구 서운동)에서 노무현대통령 15주기 추모 떡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떡을 받아 든 시민들은 (노무현대통령이 떠나신 지) '벌써 15년이 되었느냐' '추모 행사를 어디서 하느냐' '노무현대통령이 너무 그립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면서 감회에 젖었다.

이번 행사는 5.3합창단·6.15인천본부·국민TV인천협의회·내항살리기시민연합·노동희망발전소·정환농장·노후희망유니온인천본부·더불어민주당인천시당·미군철수투쟁인천본부·인천노동정치포럼·민족문제연구소인천지부·생명평화포럼·인천노사모·인천두드림·인천문팬·인천시민의힘·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인천민주화운동동지회·인천바보주막협동조합·인천자주평화연대·인천참언론시민연합·인천통일로·인천행동하는양심·정의당인천시당·진보당인천시당·참살이문학·통일민주협의회·한국사회문제연구네모회·행동하는시민모임 등 29개 시민사회·정당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인천노사모와 참살이문학이 주관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참석자
ⓒ 박민지
   
 추모 메시지를 나무 모형에 매달고 있는 참석자들
ⓒ 박민지
 
 행사를 마치고
ⓒ 이훈호
   
다음은 '2024평화선언' 전문이다.

자주·평화의 문을 열고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원칙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직도 멀리 있음을 절감하게 합니다. 

그동안 적폐 정권 아래에서 촛불을 들고 힘겨운 싸움도 했고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으며 남북의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백두산에서 만나 평화의 미래를 선언하는 감격스러운 장면도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 모든 기대와 희망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서 있습니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동안 우리가 가는 길을 번번이 막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힘들게 하고 고뇌하게 한 그것은 바로 자주의 문제였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세계 정세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우리의 자주성은 더더욱 중요한 가치입니다. 자주 없이는 민주주의도 불가능하고 평화적 교류와 통일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하여 새로운 각오로 나설 것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조직된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그 어떤 외세가 앞길을 막아도 자주정신으로 당당히 헤쳐 나갈 것입니다.

좌우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 역사도 고비를 넘고 넘어 마침내 사람 사는 세상에 이를 것을 믿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자주의 한길을 꿋꿋이 걸어갈 것을 선언합니다.

- 우리는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우리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제정세에 주목하며 외세의 간섭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 우리는 민주적인 나라,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 및 단체와 연대한다. 

2024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15주기 추모문화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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