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주도하는 스포츠도시, 이제는 필요하다 [김미옥 교수의 스포츠정책 공감하기]

데스크 2024. 5.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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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종합스포츠타운 조감도. ⓒ 양구군

최근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인구감소가 지목되고 있다.

인구감소는 곧 다수 지역이 없어지게 되는 ‘지역 소멸’로 연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30년 된 행정체계 개편까지 준비하고 있고, 지역이 주도하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에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연 1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뿐 아니다. 국토교통부도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2023년부터 은퇴자·청년층 등의 지역 정착 지원을 위해 주거·문화·복지·일자리 등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소멸 대응 정책의 핵심은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고 외부로부터 인구를 유입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정책은 인구감소나 지역소멸과 관계가 없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스포츠도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가치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 등을 주요한 가치로 보고 있다.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을 기르는 생물학적 가치와 심리적 가치 이외에도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등을 창출한다. 최근에는 리더십, 팔로우십, 팀워크 등을 이끌어내며 건강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와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경제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는 주민 개인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지역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도 있다. 1988 서울올림픽 개최 직후 수립된 국민생활체육진흥종합계획부터 2023년 제1차 스포츠진흥기본계획에서도 지역 스포츠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었다. 그러나 그간 정책의 주요 방향은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적정하고 균형 있게 공급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선진국 대비 기초 스포츠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인제 전지훈련센터. ⓒ 인제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국민체육진흥 기금 사업 중 국민체육센터, 스포츠강좌이용권, 국민체력100 등 다수 사업이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며, 지방자치단체와 예산을 매칭하는 형태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어느 지역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균형‘을 지향하다 보니 특정 지역을 소외시킬 수 없고 대부분의 사업이 17개 시도에 골고루 나누어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일부 사업은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사업이 선정되지만 이 역시 몇 년간 사업을 시행하다 보면 결국 지역 안배가 고려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스포츠가 지역 경쟁력이 되고 지역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이벤트, 조직, 예산 등이 필수적인데 중앙정부 재정에 많이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 나눠주기식 정책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스포츠의 강점을 가진 이른바 스포츠도시가 만들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태백시, 경상남도 남해군, 경상북도 문경시 등은 스포츠를 지역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보고 전지훈련, 각종 스포츠대회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리더인 지자체장의 의지와 자발적인 노력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포츠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인프라의 경우 생활스포츠용 스포츠센터를 조성하는데도 최소 몇 백억이 드는데 지방자치단체 1개소 당 연간 예산은 약 100억원에 불과하다. 사업의 내용과 지원액도 이미 정해져 있어 지역이 자율적으로 사업내용을 구상하거나 필요한 곳에 예산을 사용할 수도 없다. 정책 소비자인 지역은 정부가 만든 맞춤형 공산품만을 구매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지역을 지원하는 스포츠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잠재력 있는 지역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당초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60번에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 실현’을 설정하고 스포츠 중심의 지역 랜드마크 조성, 지역특화 스포츠 도시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스포노믹스 육성사업을 통해 강릉시와 서귀포시를 선정하여 3년간 국비 최대 30억원(연간 10억원)을 지원한 바 있으나 이후 이 사업은 중단되었고, 2017년부터 지역특화 스포츠관광 산업육성 사업으로 1개 지역당 3년간 국비 15억원(연간 5억원)만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로 도시를 특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임에도 이마저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고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대체할 새로운 빙상장 건립에는 7개 지역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지역이 자체 예산을 만들기가 그만큼 힘들고 마중물이 될 거점시설과 중앙정부 예산에 그만큼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와 같은 주무부처에 속한 문화나 관광분야 상황은 사뭇 다르다. 정부는 2025년부터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은 13개 지역에 대해 3년간 국비 1,300억 원과 지방비 1,300억 원 등 최대 2,6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지역 당 평균 200억 원이 지원된다. 관광분야도 2020년부터 관광거점도시 5개소를 선정하고 지역 당 5년간 국비만 최대 500억 원을 지원한다. 문화, 관광, 스포츠 모두 지역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투입이 불가피하다.

스포츠는 대부분의 종목이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스포츠활동을 할 수가 없고, 이벤트 유치를 위해서도 인프라는 필수 요건이다. 스포츠는 우리 국민의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생활스포츠를 통해 인프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각종 대회, 훈련, 스포츠관광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입도 가능하다. 당연히 주민들의 정주 여건도, 삶의 질도 개선된다.

이제 지역이 주도적으로 스포츠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문화나 관광과 같이 스포츠 도시를 육성하는 통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스포츠 메가이벤트 개최 후 화이트 엘리펀트(쓸데없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상)에 위축되지 말고, 지역 주도로 자유롭게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스포츠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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