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전세사기특별법에 거부권 행사할까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5.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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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통과 코앞
정부·여당 반대, 尹 거부권 가능성
22대 野 당선인 워크숍서 결의문 채택
거부권 행사 시 여야 대치 정국 반복
5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추가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확실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안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와 여권은 반대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5월 28일 열릴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접 회부했으며 지난 5월 2일 열린 본회의에서 부의 표결까지 마쳤다.

법안의 핵심은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피해자들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재원 마련이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앞서 야권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8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도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월 22일 조국 대표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대구 대명동을 찾아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월 23일 오후 한국부동산원 서울 강남지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 김규철 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여야 간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시사하면서 의결 가능성은 더 커졌다. 김 의장은 5월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더불어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28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민주당(155석)은 법안의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간 정부나 여당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부·여당은 수조원대 재정 부담 문제와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3차례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토론회를 열며, 장외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주택도시기금의 활용이 부적절하고, 기준 등이 모호하다는 것을 앞세워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5월 23일 토론회에서 “소요되는 재원은 무주택 서민들이 청약을 위해서 잠시 맡겨둔 돈인데, 이 재원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조다. 자금 목적과도 맞지 않고 회수가 되지 않는 구조라 다른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형평성 문제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다른 범죄와는 달리 전세사기라는 특정한 범죄에 대해서만 정부가 직접 보전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토부는 야당의 개정안을 보완한 정부 대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지만, 그사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뒤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5월 22일 충남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당선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야의 대치 정국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거부권 행사 법안 재의결을 추진하는 등 5월 말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에도 파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실제 윤 대통령이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5월 28일 재의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재의결이 부결돼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경우에는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경우 윤 대통령이 5월 28일 본회의 다음 날인 29일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21대 국회 내에 재의결을 진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다음 날인 5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불계속의 원칙(회기 중에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다음 회기까지 계속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는 의미다.

법안이 자동 폐기될 경우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법안을 재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5월 23일 “윤석열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비롯한 개혁 법안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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