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구속, 아~ 도대체 어쩌다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4. 5. 2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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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김호중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트로트 가수 김호중(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혐의), 생각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전모씨(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가 24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호중이 구속되고 말았다. 그리 큰 사건이 아니었는데도 구속까지 된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심지어 김호중 소속사의 대표와 본부장까지 구속됐다. 김호중이 일으킨 정도의 교통사고로 3명이나 구속된 건 사상초유의 사태로 보인다.

김호중 측이 그동안 보인 태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줬다. 심지어 영장실질심사 당일에 공연을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아마 큰 교통사고가 아니라서 구속 등 엄중한 처벌까지는 안 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크지 않은 사고를 초대형 사건으로 키운 건 바로 김호중 측 자신이다. 애초에 사고 후 바로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음주측정을 했으면 구속까지 안 갔을 것이다. 비록 최초에 잘못된 판단으로 도주했더라도, 나중에 제대로 수사에 협조했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안 됐을 것이다. 경찰이 김호중을 ‘탈탈’ 털듯이 수사력을 집중해 혐의점들을 찾아내고 있는데 이게 바로 김호중 측이 자초한 일이다.

경찰이 김호중에게 적용한 혐의는 뺑소니 관련된 사고 후 미조치와 도주치상, 매니저 허위 자수와 관련된 범인 도피 방조, 그리고 위험운전치상이다. 정작 음주운전은 빠졌다. 김호중이 도피하는 바람에 음주측정을 못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이 확실해 보이는데 그걸 김호중이 한사코 부인하고,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우니 경찰이 다른 혐의점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 것이다. 차라리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 게 김호중에게 더 나았다. 그랬으면 대중에게 김호중이 죗값을 치른 것으로 인식될 것이지만, 음주운전 했는데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지 않으면 대중에겐 김호중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느껴져 정서법 처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연예인으로선 실정법 처벌이 정서법 처벌보다 더 나았을 것이다.

음주운전을 은폐하려다가 정서법상의 괘씸죄를 자초한 것이다. 은폐 거짓말이 국민적 공분을 부르고 결국 구속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니저 3명이 역할을 분담해 은폐 조작에 나섰고 대표가 자신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초유의 조직적 음주운전 은폐다. 도주한 김호중은 집이 아닌 호텔로 갔고 CCTV에 맥주 사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호텔로 갔으며, 혹시 나중에 몸에서 알코올이 나왔을 때 사고 후 맥주를 마셨기 때문이라고 호도하기 위해 CCTV 앞에서 맥주를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시간 만에 나타난 김호중은 술을 입에만 댔을 뿐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드물었고 경찰과 온 언론이 김호중 행적 캐기에 나섰다. 그의 거짓말 정황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대서특필됐고 사회적 충격파가 커졌다.

그런 와중에 공연까지 강행해 더욱 공분을 키웠다. 이 정도의 혐의를 받으며 논란의 한 복판에 있는 연예인이 공연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초유의 모습으로 생각된다. 이런 모습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줬다.

국과수에서 김호중이 사고 전에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공연을 이어간다는 김호중의 모습에 국민 분노가 폭발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김호중이 거짓말을 이어나가자 결국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결국 김호중이 백기를 들었다. 공연 4회를 치른 후 음주 인정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때가 구속을 피할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김호중은 이 기회마저 잡지 않았다.

정말 진실 되게 경찰 조사에 협조한다는 느낌을 줬다면 구속까진 안 됐을지도 모르는데, 김호중은 그렇지 않았다. 소주 10잔 이내만 마셨다며 사고는 블루투스 조작 때문에 났다고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유흥주점 종업원들은 김호중이 소주 서너 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러자 김호중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 받게 됐고, 그러자 증거인멸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때까지 거짓말로 수사를 방해해 이미 죄질이 안 좋은 터에 음주를 인정하고도 여전히 거짓말 의혹을 받자 법원이 구속을 결정한 것이다. 김호중이 관련자들과 말맞추기에 나설 수 있다고 여긴 듯하다.

김호중은 경찰서 출석 후 나올 때도 무려 6시간이나 버티며 언론과 기싸움을 했다. 결국 나와선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때가 그나마 국민에게 사과하며 반성의 진정성을 보일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마저 걷어찬 것이다. 이런 모습도 죄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보여 재판부의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크지도 않은 사고였는데 왜 김호중과 소속사가 일을 이 지경으로 악화시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CCTV와 과학수사가 발달하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이 시대에 은폐 조작이 가능할 거라고 믿었단 말인가? 더군다나 김호중이 최소 2차에 걸쳐 술을 마실 때 여러 사람들이 오갔다. 그 사람들이 모두 거짓진술을 해줄 거라 기대했단 말인가? 어떻게 은폐를 해도 동석자 조사 때 음주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섣부른 은폐가 어떤 후폭풍을 낳는지 김호중이 생생한 반면교사를 연예계에 보여준 셈이 됐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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