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떠나고…남겨진 견공 품은 천사들 [개st하우스]

이성훈,최민석 2024. 5.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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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가 구조한 유기견 몽실이(왼쪽), 만두(오른쪽)가 단기 임보 캠페인에 지원한 홍영후, 박남영씨 품에 안겨있다. 두 견공은 각각 독거노인의 거처에서 발견돼 안락사를 앞뒀으나, 팅커벨에 구조돼 제2의 견생을 맞이한다. 최민석 기자

“몽실이는 80대 독거노인의 유일한 가족이었어요. 어르신이 돌아가신 뒤 몽실이만 남았는데 절차대로면 시보호소로 옮겨져 안락사될 처지였죠. 저희가 구조해 돌보다가 현재는 임시보호(임보) 중이에요. 몽실이 임보자는 두 생명을 살린 겁니다. 몽실이를 구한 건 물론이고 녀석이 지내던 자리가 비었으니 안락사 위기의 또 다른 유기견을 구조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

지난 3월 개st하우스는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공공보호소 동물사랑센터를 방문해 유기동물이 범람하는 실태를 전했습니다(2024년 3월30일자 보도, ‘“이 녀석들 대부분 안락사” 시보호소의 슬픈 현실’). 전국 68곳의 지자체 직영 공공보호소에는 매년 수용 능력의 5배가 넘는 유기동물이 들어와 ‘구조 후 안락사’가 반복되고 있었고, 보호소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에 무력감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3월 개st하우스와 팅커벨이 방문한 강원도 강릉 공공보호소 당시 상황. 1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에 매년 700마리 이상 유기동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팅커벨은 하나의 대안으로 2개월 단기 임보 캠페인을 제안했다. 최민석 기자


물론 제때 입양만 이뤄진다면 안락사를 걱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평생 가족을 찾는 일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임보죠. 당시 현장 취재에 동행했던 팅커벨 측은 해법으로 2개월 단기 임보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시민봉사자에게는 입양 부담을 덜어주고, 유기동물에게는 가정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주고, 무엇보다 공공보호소에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법입니다. 게다가 임보를 경험한 유기동물은 입양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팅커벨이 앞서 진행한 2020·21년 임보 캠페인에서도 대상 유기견 60마리는 1년 안에 모두 정식으로 입양됐습니다.

취재 직후부터 지난 2개월간 개st하우스와 팅커벨은 공공보호소에서 구조한 30여 마리 유기견을 대상으로 임보자를 모집해왔습니다. 모두 팅커벨 도움으로 예방접종을 마치고 사회성 파악까지 이뤄진 개체들입니다. 성과는 컸습니다. 11마리가 임보자를 만났고, 그 중 4마리는 입양이 확정됐습니다. 나머지 20여 마리에 대한 임보 캠페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욱 성공적인 임보 캠페인을 위해 개st하우스와 팅커벨은 지난 3일 두 곳의 임보자 가정을 방문해 돌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1~2개월 임보 기간을 무사히 보내고 입양이 확정된 두 견공, ‘만두’와 ‘몽실이’ 근황을 소개합니다.

독거노인이 남긴 만두…새 가족 만났어요

첫 주인공은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눈이 귀여운 2살 시추 만두입니다. 만두는 성격이 좋아 보호소 동물들과 잘 어울리고, 낯선 취재진에게 엉금엉금 다가와 품에 안기는 순둥이죠. 하지만 만두의 넉살 좋은 모습 이면에는 딱한 구조 사연이 숨어있습니다.
임보 캠페인으로 가족을 만난 만두 모습. 동물단체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만두는 경기도에 거주하던 80대 독거노인의 반려견이었습니다. 매일 동네를 산책하는 어르신 곁을 지킨 유일한 가족이었죠. 하지만 지난 4월 어르신이 지병 악화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만두는 홀로 단칸방에 남겨집니다. 무연고자 동물은 유기동물과 마찬가지로 공공보호소에 수용됐다가 10일의 공고기간을 거친 뒤 안락사 대기 명단에 오릅니다. 다행히 사정을 딱하게 여긴 주민센터 담당자가 팅커벨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이후 만두는 2개월 임보 캠페인에 참여한 경기도 수원의 박남영씨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성격이 온순한 만두는 잔짖음이나 저지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남영씨가 기르던 30㎏의 대형 푸들 순둥이와도 무사히 합사를 마쳤더군요. 1개월의 임보기간 동안 무난하게 적응하는 만두를 지켜본 남영씨는 만두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남영씨는 “대부분 동물단체나 공공보호소에선 유기동물과 생활하며 고민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곧장 입양을 권해 부담스러웠다”면서 “1개월의 임시보호 덕분에 만두가 어떤 아이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입양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11번째 날을 선물하는 일"…남형도 기자가 말하는 임시보호

두 번째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임보 캠페인에 관심을 가진 언론인이 동행했습니다. 현장을 뛰며 체험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연재기사 ‘체헐리즘’의 남형도 기자입니다. 남 기자는 최근 임보자를 인터뷰하는 연재를 시작했는데 팅커벨과 개st하우스의 임보 캠페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남 기자는 “임보를 거치면 꾀죄죄한 유기동물이 놀랄 만큼 예뻐지고 사회성을 회복하더라”면서 “임보자들은 보호소에서 10일 뒤 안락사됐을 동물에게 11번째 날을 선물하는 따뜻한 봉사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체헐리즘으로 알려진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와 함께 만난 몽실이 모습. 1개월의 단기 임보를 무사히 마치고 임보자에게 입양됐다. 최민석 기자


남 기자와 함께 만난 두 번째 임보 주인공은 금빛 털이 고운 4살 믹스견 몽실이입니다. 몽실이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동구의 공동주택에서 발견됐습니다. 유일한 가족이던 80대 독거노인이 사망하고 홀로 남겨진 6㎏의 작은 슈나우저 믹스견이죠. 앞서 만두의 경우처럼 몽실이도 무연고자 동물로 분류돼 공공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릴 처지였습니다.

그런 몽실이의 손을 잡아준 건 홍영후(45)와 장은영(44)씨 부부입니다. 주말이면 보호소 봉사를 다닐 만큼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던 부부는 팅커벨의 임보 캠페인을 접하고 몽실이를 단기 임시보호하기로 했습니다. 은영씨는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지만 동물을 키운 경험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단기 임보를 통해 입양 이후를 진지하게 경험하고 싶었다”고 임보에 나선 동기를 설명합니다.

부부는 몽실이를 데려오면서 소음을 가장 걱정했다고 합니다. 빌라에 거주하고 있어서 복도에서 울리는 발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집에 홀로 남겨졌을 때 심하게 짖는다면 이웃집이 항의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몽실이는 의젓한 견공이었습니다. 경계성 짖음은 없었고, 산책할 때도 낯선 사람이나 동물에게 달려들지 않아 이웃 주민의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있었습니다. 2개월의 임보기간 동안 자신감을 얻은 은영씨 부부는 최근 몽실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몽실이는 ‘미나’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며 제2의 견생을 살고 있습니다.

몽실이의 임보 이후 팅커벨 입양센터에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팅커벨은 공공보호소의 안락사 명단에 있는 또 다른 유기견을 구조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황동열 팅커벨 대표는 “임시보호는 두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한다. 임보하는 순간 몽실이를 구했고 몽실이가 비워준 자리에 다른 유기견을 구조할 수 있다”면서 “두 생명을 구한 임보자 부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2개월 임보 캠페인은 계속됩니다. 임보를 기다리는 20여 마리의 유기견에게 열한 번째 날을 선물하고 싶은 분들은 기사 하단의 설명을 확인해주세요.

“함께한 60일 모두 선물같은 순간이었다”
유기견과 함께하는 60일, 단기 임보 캠페인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분은 개st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dogtohome) 혹은 동물단체가 정리한 대상견 정보(https://cafe.daum.net/T-PJT/WEg7/8)를 확인한 뒤, 아래 임시보호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임시보호 신청서 링크
https://forms.gle/e5KaWR2zPcCKEJyU8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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