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는 언제나 위험 앞에서 유연했다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보는 경영’]

2024. 5.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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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험 성향의 중요성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평생을 겁쟁이로 살았지만, 필요할 때라고 느낄 때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했다. 위험을 걸고 참전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하며 그는 일본의 주인의 됐다. 사진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투 모습을 그린 그림. (매경DB)
승진을 포함한 출세와 금전적인 투자의 성공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인은 개인의 능력과 위험에 대한 태도다.

사실 노력도 능력의 하나다.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고 침착하고 인내력 있는 성품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력도 능력의 일종이다.

이런 능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도전정신, 즉 적정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 함께해야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인간은 매 순간 기회와 안정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여유 자금을 안전한 정기예금에 넣을 것인지,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넣을 것인지 고민하기도 하고, 조직에서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승진을 할 수 있는 신규 사업에 참여할지 안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매 순간 위험에 대한 선택이 쌓여 결국 우리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 경제학적 사고다. 당연히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본 전국시대를 종결시킨 세 사람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세 사람은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나이에 태어나 수백 개 작은 영지들로 나뉘어져 100년을 싸워오던 일본 전국시대를 종결시킨 주인공이지만, 각각 성향이 달랐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좀처럼 울지 않는 새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세 사람이 내놓은 답이 달랐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쓸모없는 새를 죽이겠다고 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새를 울려보겠다고 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위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오다 노부나가는 가장 성격이 급하고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울지 않는 새도 울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타입이다.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새가 울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말인데, 이는 새가 안 울면 어쩔 수 없다는 뜻도 담겨 있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위험 선호자(risk lover)’ 성향이 강한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위험 회피자(risk averter)’ 성향이 강하다.

세 인물은 현재 일본의 나고야시 부근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오다 노부나가는 현재 나고야시인 오와리(尾張) 지역 영주의 아들로 태어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현재 나고야시 동쪽 토요타 자동차 공장이 자리한 미카와(三河) 지역 영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미천한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오다 노부나가 밑에서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최하급 무사에서 노부나가의 오른팔로 승진한 능력자였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오다 노부나가였다. 이웃 영주가 노부나가의 10배나 되는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와 항복을 권유했다. 심지어 노부나가의 부하들도 패배할 것이 뻔한 전쟁을 피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26세의 오다 노부나가는 적진을 급습해 이웃 영주의 목을 베고 승리를 쟁취한다. 이것이 일본 역사에서 유명한 ‘오케하자마 전투’다.

이후 오다 노부나가는 한 번도 위험을 피하지 않고 매년 전투를 벌이면서 일본 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를 등용함에 있어서도 고향인 오와리의 인재뿐 아니라 자신이 정복한 미노(美濃)와 오미(近江)에서도 뛰어난 인재가 있으면 등용해서 똑같이 대우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을 결코 마다하지 않고 항상 감수한 오다 노부나가는 많은 위기를 맞이했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었는지 모두 극복할 수 있었기에 49세에 사망할 때에는 일본의 절반 이상을 정복하고 일본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부나가의 강한 운도 마지막에는 고갈이 됐는지 결국 자신이 정복한 미노 지역 출신이지만 믿고 최측근으로 등용했던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암살당한다.

아케치 미쓰히데의 반란을 진압한 사람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주군이었던 오다 노부나가가 암살당하자 다른 부하들은 모두 당황해 주저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군대를 이끌고 밤낮 전속력으로 행군해 달려와서 아케치 미쓰히데를 죽임으로써 노부나가의 복수를 하고 오다 노부나가의 자리를 차지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참모로서만 유명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의 사망 시점에서 일생일대 모험을 하면서 일본을 차지하게 된 것이니 히데요시도 위험을 피하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지녔던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집안은 수백 년간 일본을 지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바로 조선을 정복하고 명나라까지 차지하겠다는 비현실적이고 지나친 위험한 도박이었다.

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까지 정복할 확률이 0에 가까웠다. 혹시 명나라 정복이 가능하다고 해도 수십 년의 전쟁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미 50세가 넘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과 명나라를 모두 정복할 때까지 살 가능성은 당시의 상황에서는 없었으니 무모한 모험이었다. 결국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전쟁 중에 병으로 사망했고, 도요토미 집안은 전쟁 중 지도자가 사망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반란을 일으킨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멸망한다.

반면 평생 낮은 자세로 위험을 피해만 다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갑자기 일생일대의 도전을 벌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바로 일본을 놓고 도요토미 가문과 한판 승부를 벌인 것이다. 딱 하루 동안 싸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차지하게 만든 ‘세키가하라 전투’다.

사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평생 겁쟁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오다 노부나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큰아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자 바로 자신의 큰아들에게 할복을 명령한다. 나쁘게 해석하면 아들을 죽여 자신의 목숨을 부지한 비겁한 아버지였다. 또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버리고 동쪽의 황무지로 영토를 옮기라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령하자, 도쿠가와의 부하들은 조상의 땅을 잃기보다는 싸우다 죽겠다고 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동쪽으로 옮겨 와 현재의 도쿄 지역을 개발했다. 부하들 등용도 자신이 믿는 미카와 지역 사람들만 중용하고 다른 지역 인재는 거의 중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겁쟁이 도쿠가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집안이 전멸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세키가하라 전투를 벌였던 것이다.

게임이론 측면에서 도쿠가와가 뛰어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평생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든지 아니면 작은 위험도 모두 피하면서 산다. 한번 가진 위험 성향이 평생 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위험을 피해야 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겁쟁이가 됐지만, 위험을 감수할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사람이 됐다.

어느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 성향에 달렸다. 하지만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답이 아니고 모든 위험을 피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때로는 위험을 피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유연한 마음을 갖는 것이 전략의 고수가 되는 비결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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