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 년 장수한 라디오 프로가 사라진다
홍수 같이 범람하는 영상의 시대. "라디오 들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라디오 프로그램은 늘 공기처럼 우리 생활에 스며 있습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타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닌데, 기사님이 틀어 둔 라디오 속 기상천외한 사연에 피식한 적이 한 번 쯤은 있을 테니까요. 생활밀착형 콘텐츠인 만큼 유독 장수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많고요.
그런데 최근 20년이 넘게 명맥을 이어 온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거나, DJ들이 하차하고 있습니다. 올 3월, 김창완이 23년 동안 진행한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가 막을 내렸어요. 수트와 보타이 차림으로 마지막 생방송에 임한 김창완은 "끝이라는 말을 안 하고 싶어서 다른 말을 할까 궁리했는데, 없다, 마지막이고 끝이다"라면서 결국 청취자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만 김창완은 러브 FM으로 둥지를 옮겨 새 프로그램을 론칭할 것이라는 소식도 나온 상황이네요.
최화정은 27년 간 맡은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하차합니다. SBS 라디오 최장수 DJ인 그가 마이크를 내려 놓는 건 다음달 2일인데요. 최화정은 "늘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했다"라는 담담한 하차 소감을 밝히면서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최화정은 오래도록 함께 한 게스트들이 건넨 꽃다발과 함께 퇴근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1973년 시작한 MBC의 51년 장수 라디오 방송, 표준FM 〈싱글벙글쇼〉는 폐지됩니다. 〈싱글벙글쇼〉 역시 다음 달 2일이 마지막 방송이에요. 역대 DJ 가운데 강석과 김혜영은 33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숱한 애청자들을 보유하고 있었죠. MBC 측은 "고민 끝에 오랜 시간 청취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싱글벙글쇼〉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라고 알렸는데요. 청취자들과 함께 장년이 된 프로그램이 이렇게 끝을 맺는다고 하니 괜히 서운한 기분이 드는군요. 〈싱글벙글쇼〉 후속으로는 트로트 전문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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