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짓밟은 수많은 물떼새알들... 이게 불법이다

박은영 2024. 5.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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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25일차] 생명이 제 모습대로 살아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박은영 기자]

 
▲ 강을 찾는 사람들 천막농성장 앞 금강에 온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앞에 앉아 강의 흐름과 새들을 관찰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우송대 학생들과 인터뷰 하셨었지요?"

천막을 찾아왔던 이 중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한참 서로 기억을 더듬다가 헤어진 사람이 있었다. 떠나고 나서 한참 뒤에 이렇게 문자가 왔다. 예전에 사무실로 우송대 학생들이 환경 활동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서 찾아왔었다. 이것 저것 질문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참 풋풋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환경단체를 찾아가 보라고 했던 교수님이었던 것이다. 신기한 인연이다.

오늘(24일)은 공주영상대 학생들이 천막과 금강을 촬영하러 왔다. 세종보 상황과 천막농성장을 찍어보려 한다고 했더니 '잘 찍어보라'는 교수님의 격려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전에 왔었던 우송대 학생들 생각이 났다. 허투른 인연이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고 더디지만 우리가 끈질기게 활동한다면 이렇게 연결된 인연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허황된 낭만이 아닌 책임으로... 강의 생명을 돌보는 것이 사람의 일
 
▲ 성서대전 고함기도회 성서대전에서 천막농성장에서 고함기도회로 힘을 더해주셨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지난 23일 저녁, 성서대전(대표 전남식)에서 고함기도회를 열고 강의 자연성 회복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기원하는 예배를 드렸다. 성서대전은 보문산 개발사업반대 고함기도회로 환경을 지키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편경열 목사의 특별공연으로 시작한 이번 기도회는 10여 명의 신도들과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설교를 맡은 김기중 목사는 "동물들은 이 땅에서 그저 번성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게 본인들의 주어진 삶"이라며 "사람은 그 일을 돕고 생명을 돌보라는 부름을 받은 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망은 가능성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탐욕에 눈이 먼 이들이 우리 지치게 하겠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고 전했다.
 
▲ 성서대전 고함기도회 고함기도회에 함께한 이들
ⓒ 대전충남녹색연합
 
또 졸속행정으로 보문산을 개발하려는 대전시와 기회만 보이면 물을 가둬두려는 환경부가 부추기는 낭만주의적 환상(개발해야 더 좋아지고 자연이 알아서 조정할거라는)을 경계하고 이 땅과 강, 하늘과 바다를 돌보는 '돌봄의 임무'를 해내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보문산, 도솔산, 갑천, 금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막에 와서 해 준 기도가, 흐르는 강과 같은 평화가 천막과 활동가들에게 머물다 가는 시간이었다.
생명이 본능대로 살도록... 불법이어도 해야 할 일
 
▲ 흰목물떼새의 비상 천막농성장 주변을 날고 있는 흰목물떼새
ⓒ 대전충남녹색연합
 
물떼새는 태어나자마자 자기가 알을 낳을 곳이 어딘지 본능으로 배웠을 것이다. 비가 오면 어느정도 물이 차는지도 2018년 세종보가 개방되고 7년동안 경험했을 것이다. 천막 건너편 물떼새 둥지가 물에 잠긴 것은 '인재'다. 환경부가 댐 방류로 두 알을 수장시켰고, 포클레인으로 둥지를 짓밟았다.

세종보 담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4대강을 통틀어서 본류에서 물떼새가 산란 할 수 있는 곳은 세종과 공주뿐일지도 모른다. 모래사장과 자갈밭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보와 공주보를 닫으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생명이 자기 본능대로 사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인간들은 그 섭리를 모르는 척 하고 알면서도 배신한다. 매년 모니터링해서 이 자리에, 이때 물떼새가 산란한다는 걸 알면서도 서류에 사인 하나로 세종보를 담수해 수몰시키려고 하는 이들이 그렇다.

생명을 수호하지 않고 정권과 자본의 편에 서서 앵무새처럼 시키는 말만 반복하며 자기 일신을 지키려는 자들이 그렇다. 시민과 행정이 협의한 민관협의체 협의 약속을 어긴 채, 다섯 번이나 고마나루를 수몰시키고도 얼마든지 다시 닫으려는 환경부가 그렇다. 
 
▲ 유튜브 생중계 중 유튜브 생중계로 천막농성 이야기 하는 중
ⓒ 대전충남녹색연합
 
"두 명이나 들어왔어!"

천막에 있는 이들과 유튜브 라이브를 즉흥적으로 해봤다. 알리지 않고 시작했는데 2명이 들어왔다며 기뻐했다. 처음이라 서툴고 어려웠지만 천막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편하게 말로 주고 받으니 속이 풀리기도 한다. 농담으로 1만 명 구독을 이야기 했지만,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란다(영상 보기 : 김병기의 환경새뜸).

우리의 이야기는 1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어가지만 금강과 여기를 둘러싼 모든 생명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이야기들을 세상 모든 이들이 다 듣기 바란다. 이 이야기들이 다 사라지지 않도록 여기 천막을 오늘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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