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하는 금…왜 오르지? [플러스와이]

조연 기자 2024. 5. 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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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조연 기자]
<기자> 최근 금값이 이상합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2449.8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올해 들어 20% 급등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존의 금값 공식 '통상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 100년간 금값을 볼까요. 100년 전 온스당 20달러였던 금값은 금본위제가 폐지되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우상향 했지만,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2000년대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절반 가까이 금값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죠. 왜일까요?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겠습니다.

하늘색 그래프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그리고 빨강색은 미국의 실질 금리입니다. 금은 이자가 없죠.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투자 매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상하고, 헷지 자산인 금이 주목받습니다. 당시 금값이 하락한 이유는 미 연준이 꺼낸 카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때문인데요. 이 정책으로 단기금리를 올리자 금값은 폭락했죠. 그리고 코로나 이후 한번 더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요즘의 금값 랠리는 월가의 전망을 뒤엎고 고금리, 그리고 강달러에 나란히 오른다는 점이 묘합니다. 왜,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금값은 어디로 향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궁금한 경제 이야기, 플러스와이입니다. 오늘은 요즘 왜 이렇게 오르는 건지 궁금한 금값 얘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조 기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금리에서는 금이 인기가 없다는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는데, 그게 뒤바뀌는 것도 모자라 거의 폭등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일단 연내 미국이 통화 긴축 정책을 끝내고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을 예상한 시중 자금이 금으로 몰리는 것이죠.

<앵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오래된 얘기 아닙니까? 또 하루가 멀다하고 인하 시점도 미뤄지는 데, 금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금리인하 기대감만으로 오른다기엔 상승 속도나 폭이 너무 큰 것 아닙니까?

<기자> 결국 최근의 급등세는 끊임없이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아마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앞다퉈 매입하고 있다는 뉴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앵커> 그것도 지난해부터 나왔던 얘기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러시아 금융자산 동결하면서, 미국과 사이가 안좋은 나라들이 우리도 금을 사두자 이런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가깝지 않은 국가를 중심으로 달러 생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중국과 튀르키예, 인도, 폴란드 등이 금을 많이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이 5개 국가가 최근 금 매수세에 약 90% 가까이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는 방안으로 무국적 화폐인 금을 택한 것인데, 달러 '원탑'의 기축 통화체제의 균열이 보입니다. 특히 중국은 인민은행이 18개월째 금 매집에 나서는 가운데 미 국채는 내다팔며 달러패권에 대한 불만을 표면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금값 상승의 숨겨진 손은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이었습니다.

<앵커> 미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달러를 대신해, 금을 선택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중국 사람들, 개인들이 금을 산다구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사는 겁니까?

<기자> 꼭 큰 손들, 부자만도 아니고, MZ세대 청년들까지 사들이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이 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금을 왜 사는 건지 궁금합니다. 중국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걸까요?

<기자> 사람이 금을 사는 건 언제일까요? 불안할 때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주식시장도 불황이고, 중국 경제엔 빨간 불이 켜져 있죠. 지난달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금 선물 평균거래량은 전년대비 3배에서 크게는 5배까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제 불안으로 중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됐습니다. 예금은 역대급 수준이고, 해외 투자는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자산 가치를 방어할 수단은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들도 금 사재기에 가세한 겁니다. 물론 투기 수요도 더해졌고, 정부나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금의 인기를 부채질했습니다. 세계금협회(WGC)도 "이제 세계 금 시장의 가격 결정력은 중국에 달렸다"고 진단하기도 했죠.

<앵커>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앞으로 금값입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고, 결국 연말에 기준금리를 약간 내리더라도 여전히 상당기간 3~4%대의 고금리가 이어질 겁니다. 이래도 금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까?

<기자> 일단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는 기존 금값 전망을 거듭 수정하고 있는데, JP모건은 올 연말 금값이 2500달러, 골드만삭스는 2700달러, 씨티은행은 3000달러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끈적한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투자 수요를 여전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꽤나 오른 금값에도 차익 실현 매물도 제한적이란 분석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변수는 바로 미국의 재정적자입니다. 정부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부풀고 있죠. 미국의 재정적자는 곧 달러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 경우 안전자산의 한 축인 금으로 더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지금 사도 연말까지 두자릿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건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금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금 사 모으는 이유 중 하나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기 때문인데, 그 믿음은 여전히 유효한 겁니까?

<기자> 앞서 저희가 100년의 금값을 봤죠. 100년 전 집값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요. 1929년 미국 85개 대도시 평균 주택가격은 4,902달러입니다. 당시 골드바 1개 가격은 약 640달러, 골드바 10개면 6,400달러이니 주택 1채 사기에 충분한 가격이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약 49만 달러입니다. 약 100년간 미국 집값은 거진 100배 상승했죠. 골드바 1개 가격은 10만 달러이고요. 골드바 10개면 100만불, 평균 주택 2채를 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자산으로 장기간을 비교했을때, 분명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플러스 와이 조연 기자였습니다.
조연 기자 ych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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