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하다 죽긴 싫어" 여배우 울분에 눈물∙환호 다 터졌다
50대 완경‧워킹맘 고충 노래해 매진
문희경‧예지원 등 중견 여배우 14명
서울시뮤지컬단‧시민 사례 담아 공감
“폐경이란 단어는 노, 노, 노(No, no, no), 완경이라 불러줘~!”
지난 7일 개막한 쇼 뮤지컬 ‘다시, 봄’ 넘버 ‘완경기’. '완경'이란 단어를 12번이나 반복하는 후렴구에 객석도 박수장단을 맞췄다. “첫 월경처럼 완경도 축하해달라”는 50대 주인공들의 합창이 신명났다.
“남자들은 다 위로 올라가는데 왜 나만 안면홍조로 밀려나야 해?” 갱년기 안면홍조 탓에 메인 앵커 자리를 빼앗긴 ‘워킹맘’ 진숙(왕은숙‧문희경, 이하 다시팀‧봄팀 순서)의 울분 찬 가사에 눈물짓는 관객도 있었다. 남편을 암으로 잃고 억척 가장으로 살아온 가수지망생 은옥(황석정‧유보영)이 “내 인생 60부터 새로 시작한다”고 고음으로 내지르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3번째 시즌 선보이는 서울시뮤지컬단 뮤지컬 ‘다시, 봄’이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다음달 7일까지 공연 중이다. 50대 여고 동창생들의 다채로운 삶을 노래해 호응이 잇따른다. 23일까지 16회차 공연 중 10회차가 전석 매진됐다.
50대 관객 70~80%…"동네 이모 수다 같죠"
딸로, 아내‧엄마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반 100살. 모처럼 봄 소풍에 나선 7명의 친구는 빗길 버스사고로 저승사자(한일경‧박성훈)를 만난다. 명부에 적힌 이름 하나가 빗물에 번진 통에 각자 더 살아야 할 이유를 차례로 증명하게 된다.
묘비에 "밥만 하다 죽었다" 남긴 싫어
“워크숍 때 10대부터 60대까지 인생 키워드를 뽑아 그래프를 그리는데 행복하다가도 결혼만 하면 그래프가 뚝 떨어지더군요. 살아오며 인생을 한 번에 정리해본 적이 없잖아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데 눈물바다가 됐어요.”(김덕희)
“버스 여행에서 사고 난 설정도 워크숍에서 돌아오던 날 비가 억수 같이 내린 실화를 넣었죠. 저희 이야기가 극으로 전개된 게 처음이라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왕은숙)
50대 여배우 사연·애창곡 '맞춤 뮤지컬'
미혼인 예지원은 “시집 안 간 관객들은 싱글인 ‘연미’ 노래할 때 초토화가 된다. 저도 못 가서…”라며 씩 웃었다. 서울시뮤지컬단과 함께한 뮤지컬 ‘애니’ 때 행복했던 추억 덕에 시즌3 제안에 응했다는 황석정은 “(남편과 사별 후 가장이 된) 은옥은 (미혼인) 저랑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노래하다 보니까 20년 넘게 우리 가족 가장으로 산 내 얘기더라”면서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 없는데 일주일 전 ‘다시, 봄’ 공연 끝나고 엄마한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사시라’고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작품의 영향”이라고 돌아봤다.
50대 여배우 모으면 안 된다고? 이 작품이 답
기획 초기엔 “50대 여성 배우들을 모아놓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도 많았단다. 막상 공연하자 단합이 더 잘 됐다. 동년배 여배우들과 모처럼 호흡 맞출 기회가 반가웠기 때문이다. 문희경은 “지금 쉬고 있는 배우들이 이 작품을 보며 용기 받고 꾸준히 활동하면 좋겠다”면서 “‘다시, 봄’을 하면서 같이 늙어갈 친구가 소중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작품을 통해 인생 동반자인 친구들을 만난 것 같아서 위로가 되고 선물 같다”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지금 50대는 기존 50대와 다르다. 무조건 트로트 좋아하는 문화가 아니다. 50대 관객을 위한 뮤지컬을 고민했다”면서 “초연 배우들의 ‘맞춤 정장’ 같은 작품으로 출발했지만, 시즌3을 통해 어떤 배우가 연기해도 롱런할 수 있는 레퍼토리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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