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밸류업 vs 공매도, 반대 방향인가

임정수 2024. 5. 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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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가 다시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감원장은 "밸류업을 하자는 정부와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 안 된다는 시장의 인식에 공감한다"고 했다.

공매도가 밸류업을 훼방하는 이해상충 인자가 아니라 오히려 밸류업을 위해서는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일관된 시장의 주장과 압력에 화답한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특정 국가의 자본시장이 가진 정책·제도적 경쟁력 측면에서 밸류업과 공매도를 같이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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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위한 공매도 금지 안돼"
금감원장 발언에 대통령실 불편
재개 시점 늦어지면 신뢰 추락

공매도가 다시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공식 석상에서 공매도 재개를 언급했는데 대통령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국 증시(K-증시) ‘밸류업’ 깃발을 들고 분위기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윤석열 정부가 금감원장의 공매도 재개 발언을 ‘찬물 끼얹기’로 판단한 듯하다. 대통령실은 ‘(공매도 재개는) 금감원장의 개인적인 희망’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금감원장이 뉴욕에서 개최한 K-증시 홍보 현장에서 한 발언을 개인 차원의 의견 정도로 격하한 것이다. 연초 정책실장 교체 등으로 새 진용을 꾸린 대통령실이 여전히 공매도를 불편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전하면서 드는 의문이 있다. 대통령실 의중을 모를 리 없는 금감원장이 왜 그랬을까(?)이다. 그것도 ‘밸류업’이라는 공통의 국가적 목표를 품에 안고 해외 주요 기관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말이다. 답은 금감원장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금감원장은 "밸류업을 하자는 정부와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 안 된다는 시장의 인식에 공감한다"고 했다. 시장의 인식은 국내외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주장을 얘기하는 것이며 원장도 이런 투자자들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매도가 밸류업을 훼방하는 이해상충 인자가 아니라 오히려 밸류업을 위해서는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일관된 시장의 주장과 압력에 화답한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은 "국내에서 밸류업과 공매도를 반대 방향으로 보느냐 같은 방향으로 보느냐의 인식 차이가 크고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 상승 기회도 보지만 전략·전술의 자유도와 엑시트(매도) 전략의 용이성 등도 주요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서 "후자를 중요시하는 투자자에게 공매도는 해외 큰손들의 K-증시 투자 결정이나 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정 국가의 자본시장이 가진 정책·제도적 경쟁력 측면에서 밸류업과 공매도를 같이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큰손들은 대부분 공매도가 없는 자본시장을 후진적인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적 또는 다른 목적으로 자본시장의 제도적 인프라 중 하나인 공매도를 쉽게 들었나 놨다 하면서 우리 정부는 정책 집행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공매도 중단을 장기간 유지할 명분도 약화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정비되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얘기했다. 계획에 따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고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에도 돌입했다. 시스템 구축 지연으로 공매도 재개 시점이 미뤄질수록 신뢰 회복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한시적 중단이 끝나는 6월 전에는 공매도 정상화 시기와 절차에 대한 예고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한다.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공매도를 무기한 연장하거나 공매도 정상화 시기와 절차를 확실히 못 박지 않으면 시장은 정부의 약속 지연과 정책 모호성에 다시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밸류업을 하겠다는 정부가 금감원장의 공매도 재개 발언을 개인적인 희망 수준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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