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부족? 실손보험에 의한 과잉의료가 더 큰 문제”
지난 2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제2회 미디어 포럼을 열었다.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현실적 문제점과 해법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경증 환자가 권역센터 응급실 채우면 ‘응급실 뺑뺑이’
응급의료기관은 종별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구분된다. 순서대로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이송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대부분 대학병원에 위치해 있으며 주로 심뇌혈관질환 등 치명적이고 전문적인 질환을 주로 다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응급이 아닌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방문하는 비율이 높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 환자들로 채워지면 진짜 응급인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는 “응급실 과밀화의 가장 큰 이유는 통제되지 않는 의료 이용”이라며 “종별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이 여전히 모호하고 전달체계 역시 유기적이지 않다 보니 환자들이 권역센터로 몰리게 되는데 여기서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면 진짜 위급한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전원에 대한 환자들의 부정적 인식 또한 문제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권역센터에서 중증이 아니라 판단되면 신속히 지역으로 전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유독 첫 병원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제도적으로 ‘적정 전원’에 대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중증질환도 만만하게 만들어
뒤이어 발제를 맡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경증 환자들도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게 의료보험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이 저수가, 저급여의 원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급자의 박리다매와 이용자의 과잉이용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것.
실손보험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원래 실손보험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등장했는데 이제는 중증질환은 물론 비급여 진료도 만만하게 만들어버렸다”며 “나만 안 빼먹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지나치게 만연해있기까지 해서 실손보험이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의사 수 부족이라는 주장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선택 하는 것”, 일차의료 역량 키워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1년에 2000번 이상 병원에 간 사람도 있다는 게 과잉의료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1인당 외래이용 건수가 OECD 평균의 2.6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외래 이용을 많이 한다”며 “또 동반 질환 없는 단순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 비율이 상급종합병원에서 85%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굳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들 입장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누구나 수준 높은 치료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다는 것. 그는 “만약 병원의 규모에 따라 질적 차이가 없다면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면 그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정책이 없었다”며 “병원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적절한 정보가 아예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일차의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내다 봤다. 주치의 제도처럼 일차의료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 국민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에 대해 의견을 묻는 연구를 취합했는데 일차의료 강화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며 “일차의료기관들의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고 의료인, 국민, 정부 및 보험자 측면에서 다각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2부에서는 '대한민국 의료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패널토의를 진행되기도 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민태원 국민일보 의학전문기자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현 한국경제 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해 의료대란이 발생하기까지 의료전달체계에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의 수립과 방향성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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