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부족? 실손보험에 의한 과잉의료가 더 큰 문제”

오상훈 기자 2024. 5. 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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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포럼 개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최근 의료이용과 관련해 자주 언급된 키워드들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정된 의료자원에 이용자들이 몰렸기 때문.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부족이라 진단한다. 실손보험, 의료전달체계 등 과잉의료를 부추기는 요인들도 함께 해결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제2회 미디어 포럼을 열었다.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현실적 문제점과 해법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경증 환자가 권역센터 응급실 채우면 ‘응급실 뺑뺑이’ 
응급의료기관은 종별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구분된다. 순서대로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이송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대부분 대학병원에 위치해 있으며 주로 심뇌혈관질환 등 치명적이고 전문적인 질환을 주로 다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응급이 아닌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방문하는 비율이 높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 환자들로 채워지면 진짜 응급인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는 “응급실 과밀화의 가장 큰 이유는 통제되지 않는 의료 이용”이라며 “종별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이 여전히 모호하고 전달체계 역시 유기적이지 않다 보니 환자들이 권역센터로 몰리게 되는데 여기서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면 진짜 위급한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전원에 대한 환자들의 부정적 인식 또한 문제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권역센터에서 중증이 아니라 판단되면 신속히 지역으로 전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유독 첫 병원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제도적으로 ‘적정 전원’에 대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중증질환도 만만하게 만들어

발표하는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사진=오상훈 기자

뒤이어 발제를 맡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경증 환자들도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게 의료보험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이 저수가, 저급여의 원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급자의 박리다매와 이용자의 과잉이용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것. 

박종훈 교수는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병상, 4~6배에 달하는 외래 건수는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경상의료비가 2020년 8.4%에서 2022년 9.7%로 증가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의료이용이 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원래 실손보험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등장했는데 이제는 중증질환은 물론 비급여 진료도 만만하게 만들어버렸다”며 “나만 안 빼먹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지나치게 만연해있기까지 해서 실손보험이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의사 수 부족이라는 주장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선택 하는 것”, 일차의료 역량 키워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1년에 2000번 이상 병원에 간 사람도 있다는 게 과잉의료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1인당 외래이용 건수가 OECD 평균의 2.6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외래 이용을 많이 한다”며 “또 동반 질환 없는 단순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 비율이 상급종합병원에서 85%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굳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들 입장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누구나 수준 높은 치료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다는 것. 그는 “만약 병원의 규모에 따라 질적 차이가 없다면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면 그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정책이 없었다”며 “병원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적절한 정보가 아예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일차의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내다 봤다. 주치의 제도처럼 일차의료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 국민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에 대해 의견을 묻는 연구를 취합했는데 일차의료 강화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며 “일차의료기관들의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고 의료인, 국민, 정부 및 보험자 측면에서 다각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2부에서는 '대한민국 의료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패널토의를 진행되기도 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민태원 국민일보 의학전문기자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현 한국경제 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해 의료대란이 발생하기까지 의료전달체계에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의 수립과 방향성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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