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에 대규모 돼지 축산단지를? "공산 국가에서나 가능"

이재환 2024. 5. 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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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석문 축산단지 반대여론 거세지자 충남도 '중국 축산 단지 답사' 추진

[이재환 기자]

 
 지난 4월 당진시민들이 충남도청 앞에서 석문 축산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이재환
  
충남도가 당진시 석문면 일대의 간척지에 대규모 돼지 축산단지 조성을 추진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진시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충남도(도지사 김태흠)는 축산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도의원, 충남도 관계자 등과 함께 중국 축산단지 혹은 축산빌딩 현장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 방문을 계기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충남도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7월 말 또는 8월 초쯤 중국의 축산단지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광저우의 16층짜리 돼지빌딩을 비롯해 2~3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도의 축산단지 건설 계획은 각지에 산재한 시설이 열악한 돈사들을 한 곳으로 모아 관리하고 악취 민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축산단지 규모는 최소 3만~6만 두에서 최대 30만 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축산단지는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축산 단지화를 강행할 경우 방역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사료 선택과 경영 방식 등 양돈업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돼지열병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은 지난 2018년 무렵부터 대규모 축산 빌딩을 세우고 돼지 수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은 대부분 대기업 혹은 재벌기업이 하고 있다. 이는 돼지 생산에서부터 사료 선택, 자본과 인력 투입 등이 일원화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중국 축산단지는 충남도가 추진하는 '개별 농장 입주' 형태와는 출발점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충남도의 축산단지 건설 계획에 대해 당진 시민들뿐 아니라 양돈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축산단지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멀리 논 끝자락에 축사들이 보인다. 충남 홍성, 보령, 당진 등에는 축사들이 산재해 있다.
ⓒ 이재환
 
양돈업계 관계자 A씨는 "돼지는 산업 동물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과 질병 문제이다"라며 "농장이 한곳에 모일 경우, 위생과 질병 대응 등 관리 수준이 오히려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 1990년대에도 양돈 단지 건설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축산빌딩(혹은 단지)은 경영체가 하나로 일원화된 구조이다. 하지만 충남도가 추진하는 축산단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다양한 경영 주체가 모일 경우 그만큼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양돈 농가들은 도축장이나 사료공장과 거래할 때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농가마다 거래처가 다르고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다. 공산국가처럼 (관의 주도로) 밀어 붙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축산단지를 졸속으로 진행해선 안된다.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단일 경영체로 3만두 수준의 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개별 농장이 모인 30만 두 규모의 축산단지는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 양돈업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농장주라면 축산단지에 입주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돼지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B씨도 "코로나19에서 확인된 것처럼 완벽한 방역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돼지의 질병은 사람과 새 등 다양한 경로로 확산될 수 있다. 한 곳에 많은 숫자의 돼지를 밀집 사육할 경우, 질병 확산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대형 축사를 짓고 초기에는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진 것으로 안다"라며 "방역 문제는 거의 신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만큼 완벽한 방역이 어렵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다.

건설 자제 가격 상승도 걸림돌이다. B씨는 "정부의 보조나 지원이 있더라도 결국 축산단지 입주는 '분양'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축사 공사비가 상당히 올랐다"라며 "농장을 이주시킬 경우, 농장주들은 기존의 농장을 판 돈으로 입주를 해야 한다. 그러나 입주 비용이 증가 할 경우 축산 농가의 관점에서 볼 때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숙제다"라고 짚었다. 
 
 충남에는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오래된 축사들도 늘고 있다.
ⓒ 이재환
 
축산업 관계자 C씨도 "(충남도가 무슨 이유로 축산단지를 계획하는 것인지) 정확한 내막은 잘 모른다. 하지만 홍성, 당진, 보령 등 이미 곳곳에 축사가 산재해 있다. 수많은 축사를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축사부터 찾아 허가를 취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라고 지적했다.

충남도는 일단 '중국 현장'부터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중국 농장(아파트형 축산단지 포함)의 경우 개인이 주식회사 혹은 유한회사로 운영하고 있다"며  "중국은 2015년 돼지 열병이 발생했을 때 수급 문제를 고민한 것 같다. 중국은 2018년도와 19년도에 돼지 산업 육성 관련법을 만들고 대규모 단지를 허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돼지 수급 차원에서 기업의 운영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현지 답사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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