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에 마주한 배우 강태오

천일홍 2024. 5.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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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태오의 모든 가능성이 피어나는 시간.
블루종 Etro. 이너 톱, 팬츠 모두 Circusfalse. 목걸이 Charlotte Kim. 벨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옆에 닭 가슴살이 있네요. 식단 관리 중이에요?

A : (탄식하며) 네. 요즘 정말 다양한 닭 가슴살을 먹고 있는데, 이건 부드럽고 맛있어요.(웃음) 곧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거든요. 오늘 화보도 잘 나와야 하고요!

Q : 밤의 태오 씨를 화보로 담아봤어요. 밤 좋아해요?

A :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죠. 성향 자체가 야행성이라, 학창 시절에도 낮에 자고 밤에 공부하던 아이였어요. 지금도 그래요. 대본도 낮에 보는 것보다 밤에 봐야 숙지가 더 잘되는 느낌이죠.

Q : 밤도 여러 갈래가 있잖아요. 저녁, 밤, 새벽.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요?

A :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 그런 말 있잖아요. 새벽에 가장 감성적인 상태가 된다고.(웃음) 전 그 시간에 보통 TV를 보거나 야식을 먹는데, 요즘은 건강한 루틴을 찾고 싶어 늦어도 새벽 1시엔 자려고 노력 중이에요.

베스트 Sky High Farm Universe by G.Street 494. 팬츠 Etro. 팔찌 bulletto.

Q : 태오 씨가 말한 것처럼 밤은 온갖 몽글거리는 감정을 불러오는 힘이 있죠.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몽글몽글한 밤의 기억이 있어요?

A : 어렸을 때 여름방학만 되면 온 가족이 외할머니가 계신 울진에 가곤 했어요. 할머니 집에서 풍기던 시골 밥 냄새, 할머니 집 근처 바닷가에 가서 했던 물놀이가 기억나요. 물은 좋아하는데 수영을 못해서 구명조끼를 입고도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놀았죠.

Q :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시작을 군대에서 맞이했다고 했죠. 청년 ‘김윤환’에게 찾아온 두 번의 안녕은 어땠어요?

A : 음… 그땐 솔직히 좀 암울했어요. 20대가 됐을 때도 ‘안녕, 나의 10대’ 이런 글을 끄적였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 괜히 센치해지잖아요. 근데 그 시기를 군대에서 보낸다니 싶었죠. 사실 배우 강태오로선 아쉬운 시기기도 했으니 초반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시기는 제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아쉽고 속상한 감정을 동력 삼아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Q : 긍정의 기운으로 전환된 결정적 순간이 있었던 거예요? 아님 시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 거예요?

A : 후자였던 것 같아요. 인터넷 보면 이별 후에 드는 감정의 변화를 정리해둔 글들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처음엔 막막하고 억울했지만 곧 현실과 타협하며 군대라는 세계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며 변화한 거죠. 그리고 조교로 복무하다 보니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고민 상담을 꽤 많이 해줬는데, 그 대화 속에서 저도 배운 점이 많죠.

Q : 10대에서 20대가 될 때도 성인이 된다는 설렘보단 우울한 감정이 앞섰던 거예요?

A : 하하. 말하기 좀 민망하지만, 스무 살이 되면 완전 아저씨가 되는 줄 알았거든요. 어렸을 땐 대학생이나 군인들을 보면 정말 아저씨처럼 느껴졌어요. 스무 살이 됐을 땐 “아, 나도 이제 아저씨야. 벌써 20대네”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참 어리고 아기였었네요, 저.(웃음)

Q : 조교 생활은 어땠어요? 지금 마주하는 태오 씨를 봐선 조교의 모습이 전혀 상상 안 되는데.(웃음)

A : 저 많이 무서웠습니다. 하하. 조교 생활은 잘 맞았어요. 제가 다른 이들 앞에서 뭔갈 알려주고 교육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보람도 느끼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즐기게 됐어요.

Q : 전역 소식과 함께 차기작도 바로 발표됐어요. 그건 군대에서 다진 의지 덕분이었을까요?

A : 네. 전역하기 몇 달 전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일하고 싶었거든요. 틈틈이 이런저런 대본을 읽는데 다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주관적인 판단이 잘 서지 않을 정도로.

재킷, 셔츠, 쇼츠, 타이 모두 Valentino.

Q :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A : 맞아요. 모든 작품을 다 하고 싶을 정도로 의지가 타올랐죠. 근데 막상 차기작을 정해 준비하는 지금은 덜컥 겁이 나요. 오랜만에 복귀하는 작품이라 지금은 그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라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자아 성찰을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Q : 자아 성찰 후 스스로 내린 답은요?

A : 아, 지금 형편없어요. 조교 마인드가 돼서 저한테 이렇게 말하죠.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야?”(웃음)

Q : 여러 선택지 중 드라마 〈감자연구소〉를 택했어요. 그 선택의 배경엔 뭐가 작용했나요?

A : 정말 단순한 이유였어요. 제가 군대 있을 때 제일 좋아하던 새벽 야영 시간에 〈감자연구소〉 대본을 봤는데, 잠이 확 깰 정도로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캐릭터의 대사 한마디, 문장 하나하나가 지루할 틈이 없었죠. 자연스럽게 ‘이거 연기하면 너무 재미있겠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까지 펼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저도 모르게 이 작품에 대한 꿈이 커졌죠.

목걸이 bulletto. 티셔츠, 팬츠,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산골짜기 감자연구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으르렁 드르렁 병맛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고요. 흥미를 유발하게 만드는 문장이에요.

A : 그쵸. 처음에 〈감자연구소〉라는 제목만 보고선 어떤 장르의 작품일지 감이 안 잡혔는데, 아마 ‘감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곧 이 작품에 대한 힌트지 않을까 싶어요. 전 이 감자연구소의 질서를 잡기 위해 나타난 ‘소백호’ 역할을 맡았어요. 덕분에 요즘은 집에서 대본만 붙들고 지내요.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출 (이)선빈 씨나 감독님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요. 선빈 씨와는 두 손 맞잡고 우리 잘해야 된다고, 서로서로 파이팅하자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Q : 이제 군대에 갔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잊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단 배우로서 큰 사랑을 받았던 전작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을 것 같은데.

A : 그렇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왔던 강태오가 〈감자연구소〉에 나온다고? 이번엔 어떻게 잘하나 보자’ 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작품은 즐기면서 하기보단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걱정도 정말 많이 되고요. 근데 한편으론 저도 궁금해요. ‘내가 이 작품에서 어떻게 잘할지 한번 두고 보자’ 이런 마음도 들어요.

Q : 그거 알죠? 이렇게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사람들이 꼭 실전에서 잘하는 거.

A :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웃음)

블루종 Circusfalse. 이너 톱 Dsquared2. 레더 쇼츠 Sacai. 목걸이 Charlotte Kim. 슈즈 Christian Louboutin.

Q : 정말로요.(웃음) 청년 김윤환의 시간을 지나 다시 배우 강태오의 자리로 돌아왔어요. 30대 초반 지금의 페이스는 마음에 들어요?

A : 전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군대를 기점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독립하고 군대 가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살았던 원룸을 떠나 새집으로 이사도 했고, 새로운 작품도 준비하고 있어요. 인생의 2막이 펼쳐지는 기분이에요.

Q : 30대, 배우로서 어떤 나이예요?

A :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달려야 하는 때 아닐까요?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이제 어느 정도 형성되고 그걸 잘 다져가는 시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에겐 더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잘 만들어가야죠.

Q : 30대가 되고 나서 체감하는 변화도 있어요?

A : 어, 좀 바뀐 게 있어요. 예전에는 저 정말 활발하고 개구쟁이였거든요. 근데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고 예전보다는 나름 무겁고 진중해졌어요. 여러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했는데, 혼자 있거나 한두 명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게 요즘의 제 텐션과 맞더라고요. 이렇게 점점 어른이 되나 봐요.

Q : 불안한 감정에 의연한 편이라고 종종 말해왔어요. 그건 여전하고요?

A : 네. 그런데 요즘 불안이나 긴장은 사람이 온전히 다스릴 수 있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긴장감을 즐기는지 생각해보면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긴장이라는 게 좋은 감정이 아닌데 어떻게 마냥 즐길 수 있겠어요. 지금은 그저 제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레더 재킷 Coach. 이너 톱 Circusfalse. 팬츠 Cmmn Swdn by G.Street 494. 목걸이 Charlotte Kim.

Q : 지금 내가 긴장하고 있구나 자각하면서요?

A : 맞아요. 즐긴다는 표현은 함부로 못 하겠고 불안감, 긴장감이 엄습하면 그대로 느껴보는 거예요. 그렇다고 스트레스받는 게 아니라, ‘아, 지금 불안한 감정이 오고 있구나’ 하면서요.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면 피부에 주삿바늘이 들어올 때 느껴지는 아픔이 있잖아요. 그런 찰나의 통증을 스스로 인지하고 인정해요. ‘그래, 지금 나는 불안해하고 있어’.

Q : 건강한 방법 같아요. 지금의 불안도 언젠간 지나갈 테니까.

A : 그럼요. ‘이 불안감이 해소될 때 뿌듯하겠지’ 생각하면서요. 불안한 감정이 지나가 잘 이겨냈다는 생각이 들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아요.

Q : 가장 최근에 느낀 뿌듯함은 뭐였어요?

A : 이전에 살았던 집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집 안의 모든 건 엄마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죠. 꽃무늬가 그려진 침대도 있었고요.(웃음) 덕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제 취향으로 하나씩 채우고 있는데, 그게 참 재미있고 좋아요. 어제 인터넷으로 산 테이블이 도착했는데, 제가 두고 싶었던 위치에 사이즈가 딱 맞더라고요. 그때 느낀 뿌듯함! 잊지 못해요.

Q :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A :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진 않을 거예요. 야행성으로 살다가 1년 6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생활 패턴을 바꿔 지내려니 되게 힘들었거든요. 보다 건강한 루틴으로 지내는 걸 나와의 약속으로 정했는데, 아직까진 잘 지키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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