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약, 사용해도 효과 없을 땐 ‘이렇게’

울산대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 2024. 5. 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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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약·잘·알(약 잘 알고 먹자)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천식은 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는 호흡기 질환이다.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 자극받아 기도가 부어 숨이 차고, 기침이 나며, 가슴이 답답해지고,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이러한 원인 물질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다른 치료방법도 사용한다. 무슨 치료든 단기간 내에는 완치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대부분의 천식 약물은 입으로 들이마시는 흡입제 형태로 되어 있다. 주사제나 입으로 먹는 경구제는 온몸으로 약이 퍼지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야 할 기도에는 약이 적게 가고 괜히 몸의 다른 부분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흡입제는 입으로 들이마시기 때문에 염증이 있는 기도에 약이 바로 전달된다. 적은 양을 써도 되고 그만큼 주사나 경구제보다 부작용은 적다. 그러나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약이 제대로 기도에 들어가지 않아, 환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 효과가 크게 차이 난다. 흡입제는 정량분무식 흡입기 (Metered dose inhaler, MDI)와 건조분말 흡입기 (Dry powder inhaler, DPI)로 나뉜다. 두 종류 모두 성인이 한 손으로 쥐기 편하도록 작은 크기이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된 기계이다. 이름을 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정량분무식 흡입기는 기계를 누르면 ‘정해진 양’만큼 약 ‘가스가 분무’된다. 건조분말 흡입기 안에는 ‘분말’이 있다. 이에 따라 사용법이 크게 차이 난다.

우선, 정량분무식 흡입기에는 약 가스가 들어 있는 알루미늄 통이 있다. 버너에 넣는 부탄가스통을 손가락만하게 줄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부탄가스통을 흔들고 버너에 넣으면 불이 잘 나오는 것처럼, 정량분무식 흡입기도 사용 전에 서너번 흔들어주면 약 가스가 골고루 잘 나온다. 잘 흔들고나면 흡입할 차례이다. 폐 안에 숨이 차 있으면 아무래도 들이마실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숨을 내뱉어 폐를 비워준다. 이때, 흡입기에 난 구멍 안쪽으로 숨을 내뱉으면 입김이 들어가 흡입기가 망가질 수 있다. 다른 쪽으로 숨을 내뱉고, 흡입기에 난 구멍 안으로는 내뱉지않아야 한다.

이제 약 가스를 마실 차례이다. 흡입기에서 약이 나오는 구멍을 입에 문다. 이가 아닌 입술로 오므려 물어서 빈틈이 없도록 해야 정확한 양의 약 가스를 마실 수 있다. 그러고 나면 흡입기를 누를 차례인데, 흡입기를 누르는 순간 ‘정해진 양’의 약 가스가 넉넉잡아 5초 동안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자주 일어난다. 흡입기를 누르고 약 가스가 나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 입에 넣고 흡입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흡입하기 전 몇 초 동안 약이 공중에 버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환자가 흡입하는 약의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흡입기를 누르자마자 흡입하기 시작하더라도, 약 가스가 나오는 시간 내내 흡입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버리면 나머지 시간 동안 나오는 약은 공중에 버려진다. 흡입기를 누르자마자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해서 약 가스가 나오는 5초 내내 얕고 깊은 들숨을 유지해야 한다. 약 가스가 다 나왔으면 흡입기를 입에서 떼고, 입을 다문 채로 10초 정도 숨을 참고 코로 천천히 숨을 뱉는다. 만약 약을 마시자마자 입으로 숨을 내뱉는다면 흡입한 약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다시 몸 밖으로 나가버릴 것이다.

건조분말 흡입기에는 고운 약 가루가 들어 있다. 흡입기에 몇십회 분량의 가루가 미리 들어 있어서 기계를 돌리거나 누르면 1회 분량의 가루만 장착되는 것도 있고, 가루가 든 캡슐을 흡입기에 넣어 캡슐에 구멍을 내 그 속의 가루를 흡입하는 것도 있다.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달리 흡입기를 조작하자마자 약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흡입기 안에 한번 마실 분량의 가루가 장착만 된다. 그래서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달리 조작과 동시에 흡입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약 가스를 마셔야 해서 약하고 길게 흡입해야 하는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달리, 가루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강하고 세게 흡입해야 한다. 그래야 흡입기 안에 고여 있는 가루를 마실 수 있다. 흡입하는 힘이 약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량분무식 흡입기는 조작과 동시에 약 가스가 나오면서 소리도 나고 눈에도 보이는데, 건조분말 흡입기는 흡입기 안에 가루가 장착되는 거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흡입할 때 맛도 느낌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약이 안 나왔다고 생각하고 여러 번 흡입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사용법을 지키면 잘 흡입되니 처방받은 횟수 이상으로 여러 번 흡입하지 않아야 한다.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건조분말 흡입기 모두 흡입 전에는 숨을 내쉬어 폐를 비우고, 흡입 후에는 10초간 숨을 참은 후 입을 닫고 코로 숨을 내쉬어야 한다. 흡입이 끝나면 입을 댄 부분을 마른 휴지로 닦고 흡입기 안에 물이나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흡입기 한 개는 보통 한 달 이상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약 가스든 가루든 입 안에 남아 있으면 약의 종류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흡입 후에 물로 헹구거나 양치를 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여러 회 흡입해야 한다면 연달아 2회 흡입하지 말고, 1회 흡입 후 30초 정도 기다린 후에 1회 더 흡입한다.

천식 치료약은 대부분 흡입기 형태로 되어 있고 스스로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 효과 차이가 매우 크다. 약 처방 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소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고 재교육을 하기도 한다. 자주 일어나는 실수는 약을 흡입하기 전에 충분히 숨을 내쉬지 않거나, 흡입한 후에 숨을 충분히 참지 않거나, 흡입기 종류에 맞지 않는 속도나 세기로 흡입하는 것이다.

특히 약 가스가 나오는 정량분무식 흡입기는 구강청결제처럼 입을 벌린 채 흡입기를 눌러 약 가스를 입 안에 뿌려서, 약이 기도 안에 하나도 들어가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했다. 기계를 사용하니 병세가 더 깊게 느껴진다고 거부하며 먹는 약을 달라 하거나,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도 보았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인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호흡기에 바로 들어가도록 약을 흡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흡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흡입기 사용을 잘 숙지하고, 사용이 어렵다면 여러 보조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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