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노인주택 입주비 0엔"…중산층 노인, 갈 곳 넘친다[시니어하우스]

박유진 2024. 5.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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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가와사키시에는 무려 508개의 노인주택이 밀집해 있다.

일본의 노인주택은 현재 '포화상태'다.

가와사키시 같은 외곽뿐만 아니라 도쿄 시내에서도 학교나 호텔만큼 노인주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본의 노인주택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카이고홈'에서 검색되는 도쿄 시내 노인주택은 3377개(24일 기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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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日, 중산층 노인들을 위한 집은 많다
2600만원 받던 입주비 '0원'으로
가격 낮추고 체험입주 같은 '호객 전략'까지
도쿄 시내만 노인주택 3000개 넘어
월세는 식비까지 190만원…중산층 연금 수준에 맞춰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노인주택 '테레사케어홈' 전경. 사진=박유진 기자

일본 도쿄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가와사키시에는 무려 508개의 노인주택이 밀집해 있다. 가와사키시는 경기도 성남시와 비슷한 크기의 위성도시다. 여기에 있는 ‘테레사케어홈’은 과거 건설회사 직원들이 쓰던 낡은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2008년 문을 열었다. 걸어서 4분 거리에 신마루코역이 있어 도쿄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가와사키 노인주택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예전에는 처음에 들어오시는 분들께 입주비를 300만엔(약 2600만원)씩 받았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 입주비가 부담스러웠나 봐요. 빈방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한때 공실률이 40%까지 올라갔어요. 도쿄 도심보다는 이곳 땅값이 저렴해요. 그렇다 보니 주변에 비슷한 형태의 노인주택이 많아졌고, 가격은 점점 내려갔거든요. 비싼 입주비를 내고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수바루 후쿠모토 테레사케어홈 대표)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노인주택 '테레사케어홈' 전경. 사진=박유진 기자

6년 전 이곳을 인수한 수바루 대표(40)는 입주비부터 없앴다. 테레사케어홈 팸플릿의 입주비 항목에도 붉고 큰 글씨로 ‘0엔’이라고 강조해놨다. 어르신들을 ‘호객’하기 위해 체험 입주제도 도입했다. 워낙 경쟁자들이 많으니 다른 주택들과 비교해보고 선택하라는 것이다. 체험 입주는 최장 2주까지 할 수 있다. 1박당 식사를 포함해 8000엔(약 7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도쿄에만 3400개…중산층을 위한 곳 많아

일본의 노인주택은 현재 ‘포화상태’다. 가와사키시 같은 외곽뿐만 아니라 도쿄 시내에서도 학교나 호텔만큼 노인주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본의 노인주택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카이고홈’에서 검색되는 도쿄 시내 노인주택은 3377개(24일 기준)에 달한다. 도쿄 골목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다. 수용 규모도 몇십 가구에서 몇백 가구까지 가지각색이다.

우리나라보다 약 20년 앞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일찌감치 ‘중산층 후기고령자’를 위한 주택 기반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형태가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과 ‘유료노인홈’이다.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은 2011년 고령자 주거지원법이 개정된 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산층 노인들이 쉽게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 대상자·계약금·면적 기준을 마련해 대중화를 이끌었다. 유료노인홈도 중산층 노인들이 입주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둘 다 모두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만 선별해서 제공하는 대신 그들의 연금 소득에 맞춰 월세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중산층 후기고령자들이 비용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도쿄 시내 노인주택 중 46%(1552개)가 이 두 가지 형태에 해당한다. 일본 전역 기준으로는 2만5238개가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노인주택 '테레사케어홈'에 사는 후쿠모토 미오 할머니(90)가 방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일본에서는 연금 받아 월 임대료 낼 수 있어

돌봄 서비스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추가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노인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로 신청하면 된다. 테레사케어홈에서 만난 후쿠모토 미오 할머니(90)는 "혼자서 목욕하기가 힘들어지고 재활 운동도 하고 싶어서 시청에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요양보호사가 여기로 와서 도와주고 있다"며 "비용은 정부에서 해결해준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노인주택에서 사는 어르신이 외부 서비스를 받는 경우, 한국의 장기요양등급에 해당하는 ‘개호 등급’에 따라 비용이 보험 처리된다.

테레사케어홈의 월세는 1인실 기준 인당 월 18만3100엔(약 160만원)으로 일본 노인들이 받는 평균 연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70대 고령자들의 후생연금(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더한 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15만엔(약 130만원) 정도다.

여기에 매일 두 끼씩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3만3000엔(약 30만원)이 더 든다. 우리나라 최고급 노인복지주택의 보증금이 10억원대, 월 임대료가 300만~5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이곳에 사는 다나카 유키오 할아버지(80)는 "매달 받는 연금으로 임대료를 낼 수 있어서 걱정이 없다"며 "무엇보다 여기에 온 다음부터 영양사가 짜준 식단대로 잘 먹다 보니 당뇨 수치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노인주택 '테레사케어홈'의 식당 모습. 식당 한 쪽에는 입주 어르신들의 약을 관리하는 로봇이 나열돼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11]日, 중산층 노인들을 위한 집은 많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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