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고통과 아파하시는 하나님

2024. 5. 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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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이후 '믿음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님을 믿느냐, 안 믿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다음에 물어야 할,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과연 어떤 하나님을 믿느냐는 문제다.

저자의 '하나님의 고통'은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인간적인 하나님'에 대한 성경 표현의 가치를 되살린다.

구약의 무서운 심판의 하나님이 신약에 와서 사랑의 그리스도로 대체된 것이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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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고통
(테렌스 E 프레타임 지음/조덕환 옮김/시들지않는소망)


종교개혁 이후 ‘믿음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님을 믿느냐, 안 믿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다음에 물어야 할,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과연 어떤 하나님을 믿느냐는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언어의 한계 내에서 그분을 은유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하나님의 고통’은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인간적인 하나님’에 대한 성경 표현의 가치를 되살린다. 하나님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무한자를 유한의 세계로, 이해할 수 없는 분을 인간의 이해 능력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은유적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창조주와 피조 세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신학적 증언이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스스로를 보이는’ 분이다.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음에도 인간의 반응을 기다리고 인간과 대화하며 때로는 인간에게 설득당한다. 심지어는 피조물인 사람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창조주이기도 하다.

창세기 3장 이후엔 잘못된 길로 가는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를 결코 끊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님은 관계가 깨어지는 걸 가장 아파하기 때문이다. 개역개정 성경이 “마음에 근심하시고”(창 6:6)로 번역한 히브리어 원문은 ‘하나님은 가슴이 저리도록 고통스러웠다’ 정도의 아주 강한 표현이다. 저 하늘 높은 곳에서 인간의 죄를 단호하게 심판하며 관계를 끊어버리는 하나님으로 얼마든지 묘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을 그렇게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배신당해 괴로워하고 잊혀서 아파한다.(렘 2:29~32)

그분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사람과 함께 아파하며 사람을 위해 스스로 고통으로 들어간다. 깨어진 관계를 끊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나님이다. 그렇다면 누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그분의 뜻을 행하는 사람인가. 호세아나 예레미야처럼 배신과 거절을 당하고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며 고통받는 이를 위해 고통당하는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사람이다.

책은 구약학자에 의해 재구성된 조직신학이자 다시 쓰인 신론(神論)이다. 이런 시도가 많아져야 신학이 풍성해진다.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 그분의 형상을 닮은 인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특별히 저자의 신학적 기여는 구약과 신약 사이의 연속성을 선명히 드러낸 데 있다. 구약의 무서운 심판의 하나님이 신약에 와서 사랑의 그리스도로 대체된 것이 전혀 아니다. 끊임없이 배신당하고 상처받으면서도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이어진다. 구약의 하나님을 믿은 1세기 사람이 어떻게 죄인과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에게서 하나님을 발견했는지는 이 연속성 속에서만 설명된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요 14:9)

송민원 교수
이스라엘성서연구소
더바이블 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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