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870원’…엔화예금에 두달새 5000억원 몰렸다
관심 커지는 엔테크
두 달여 만에 엔화예금에 5000억원 상당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엔화 가치가 100엔당 870원대로 미끄러지자, ‘쌀 때 미리 사두자’는 저가 매수 심리와 여행객 수요가 맞물리면서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조2131억엔(약 10조547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1조1816억엔) 대비 315억엔(약 2740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잔액이 줄었던(전달 대비) 지난 3월 말(1조1557억엔)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574억엔(약 4997억원) 불어났다.
연초부터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환차익’ 기대가 꺾였던 엔테크(엔화로 재테크)에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커진 데는 이유가 있다. 저가매수 심리와 여름철 휴가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객이 늘면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00엔당 870.72원(원·엔 재정환율)에 거래됐다. 엔화 기준으로 전날(871.89원)보다 0.13% 하락(원화값은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 엔화가치가 100엔당 900원대로 회복했다가 다시 870원대로 밀렸다. 달러 대비 엔화값도 34년만에 최저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엔화값은 장중 달러당 160엔까지 추락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 156엔대로 진정됐다.
여름철 휴가를 앞두고 ‘엔화가 쌀 때 사두려는’ 여행객 수요도 늘었다. 올해 들어 수퍼엔저 현상에 일본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국제선 여객(454만3517명) 가운데 일본으로 향한 여행객(186만7575명)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33만6342명) 대비 39.8% 증가했다. 김현규 하나은행 도곡PB센터점 부장은 “지난달 엔화가 다시(100엔당) 900원 선 아래로 내려오자 여행 목적으로 ‘미리 사두고 싶다’는 고객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행(BOJ)의 조기 금리 인상론도 엔테크 호재로 작용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BOJ의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에서 “정상화로 가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언급됐다. 조기 금리 인상론에 힘이 실린 건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가 물가를 압박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투자 측면에선 신중한 입장이다. 여전히 단기간에 엔테크로 환차익을 거두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변화) 시점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수록, 달러 강세가 엔화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야만 엔화 가치도 반등할 것”이라며 “현재는 미국 피벗 예상 시점이 늦춰져, 엔테크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긴 어렵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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