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주가조작' 국정원 문건 보도, 이전에도 있었다

김종훈 2024. 5. 23. 1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2년 '노컷뉴스'가 같은 문건 보도... 이화영 전 지사측 "주가조작 의혹, 검찰이 무시"

[김종훈 기자]

[기사수정: 23일 오후 9시 40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 박정훈
 

대북송금 재판을 받고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구속된 직후인 지난 2022년 10월 4일 <노컷뉴스>가 쌍방울과 북측 인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국정원 문건을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최근 <뉴스타파> 보도와 같은 내용으로, 당시 검찰도 해당 사안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이 전 지사 변호인 측은 "검찰이 주가조작 의혹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화영 구속 직후에도 국정원 '쌍방울 주가조작' 문건 보도 
 
 2022년 10월 4일자 노컷뉴스 보도
ⓒ 노컷뉴스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되고 일주일이 지난 2022년 10월 4일, <노컷뉴스>는 "'쌍방울, 北에 1천만불 약속' 국정원 문건 입수"라는 제목으로 단독 보도를 한다. 이틀 뒤인 10월 6일에는 다시 단독을 달고 "北 "상품권 한달 200억"…쌍방울과 '주가부양' 모의 정황"이라는 기사를 내보낸다.

<노컷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쌍방울그룹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 소식을 띄워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그 이익을 북측과 나눠 갖기로 모의한 정황이 파악됐다"며 "대북 제재로 현금 지급이 막힌 상황을 우회해 상품권 등 현물을 북측에 대신 제공하는 구체적인 전달 방안도 논의됐다"라고 밝혔다. 

또 "국정원 문건에는 쌍방울이 주가부양에서 발생한 수익을 대북제재를 피해 북측으로 전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며 "(북측 인사인) 리호남은 문건에서 '○○상품권을 매주 50억 원씩, 한 달 200억 원을 사고 싶다'며 '이 건은 ○○ 윗선하고도 연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적었다. 

<노컷뉴스>가 보도한 국정원 문건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수집된 정보를 취합해 만든 문건의 요약본이다. 기사에서도 '남측 인사가 북측 민경련 소속 공작원 리호남과 만나 나눈 주요 대화들을 정리한 요약본'이라고 밝혔는데 리호남은 영화 <공작> 속 북한 고위급 인사 '리명운'의 실제 모델이다.

당시는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리는 등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돼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쌍방울 그룹도 2018년말부터 나노스를 앞세워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나노스는 2019년 1월 '광산개발업'과 '해외자원 개발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이후 나노스는 '남북경협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2019년 5월에는 29.77% 폭등하는 등 상한가를 기록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일관되게 김 전 쌍방울 회장이 북측에 건넨 800만 달러의 용처가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비용(500만 달러) 및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를 대납한 것이라고 했다. 직접 돈을 건넨 김 전 회장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은 쌍방울과 북측이 주가조작을 모의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해당 상황을 주시하며 장기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인위적 주가부양을 통해 생긴 이득을 북측과 나누는 방법으로 특정 상품권과 금액, 방법까지 논의한 것으로 돼있다. 

최근 <뉴스타파>도 <노컷뉴스>와 같은 사안을 다루었다. 지난 22일 <뉴스타파>는 국정원 2급 비밀보고서 '○○96○○(안부수) 종결 계획'을 직접 작성한 '블랙요원' 김아무개씨가 2023년 6월 20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비공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검사 : "김성태의 주가 조작 실행 가능성이란 것은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나요?"

국정원 요원 김씨 : "대북 사업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어느 누군가가 얘기를 한 것을 제 동료 직원이 들어서 저한테 얘기를 해줍니다. '쌍방울하고 가까운 누군가를 만났더니 대북 사업도 하고 누구도 영입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아마 올라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제가 주지하던 차에 1월 24일에 통일부 전 차관이었던 김형기씨가 영입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쌍방울인지 나노스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거기에서 대북 사업의 계획을 발표했을 겁니다. 그래서 주가가 실제로 뛰었고요. 대북 사업가인 안부수 회장이 앞에서 끌고 있는 것을 내세워서 주가를 부양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판단도 했고요. 그렇다는 얘기를 제가 들은 바도 있어서 이 표현을 그대로 쓴 겁니다."

<뉴스타파>는 실제 140여 쪽 분량의 국정원 문서 45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지난해 5~6월 국정원을 세 차례 압수수색해 해당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 충실히 심리"  

<뉴스타파> 기사가 나가자 같은 날 검찰은 주가조작 건을 충분히 다루었다고 반박한다. 이날 낸 입장문에서 검찰은 충분히 수사한 근거로 전문분석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시세조종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입장문에서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법원에서 장기간 충실하게 심리가 이뤄졌다"면서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를 불과 보름 앞둔 상황에서 이 사건의 본질이 불법 대북 송금이 아니라 마치 나노스 주가조작인 것처럼 허위·왜곡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2022년 10월 19일 금융위원회 내 전문분석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에 2018년 4월~2020년 9월 나노스의 매매분석 심리를 의뢰했고, 2022년 12월 21일 위원회로부터 '시세조종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는 등 주가조작 혐의는 인정할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변호사 "국정원만 알았겠냐, 검찰에도 패스했을 것"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국정원 문서를 보면 쌍방울과 북한이 함께 주가 조작을 하자고 논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북측) 리호남이 쌍방울한테 주가를 올려줄 테니까 얼마를 내라고 한 사실을 국정원은 다 알았다. 이러한 내용을 국정원만 알고 있었겠나. 검찰한테도 당연히 패스했을 거다. 그런데도 검찰은 (관련 의혹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도 "검찰의 스탠스가 좀 이상하지 않나"라며 "왜 검찰이 국정원 요인을 불러다 증인신문을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선고는 6월 7일로 예정됐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가 작성한 2급 비밀문건 4쪽 (2019.2.1. 생산)
ⓒ 뉴스타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