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회 구원투수로 등판…전통에 젊은 감각을 더하다

손동준 2024. 5.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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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신목회열전] 박장혁 인천 드림교회 목사
박장혁 드림교회 목사가 23일 인천 남동구 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인천 남동구의 드림교회(박장혁 목사)는 내년이면 창립 70년을 맞이하는 지역의 터줏대감 같은 교회다. 하지만 교인 면면을 보면 젊음의 기운이 넘친다. 50대 이하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등록 교인 세명 중 한명이 20·30대다. 전통 위에 젊은 감각을 더해 지역과 세계를 섬기는 박장혁(52) 인천 드림교회 목사를 23일 교회에서 만났다.

현재 3000명에 가까운 교인들이 출석하는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로 자리매김했지만 박 목사가 부임하던 2011년만 해도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분쟁으로 교회가 나뉘는 아픔을 겪은 직후였다. 이미 적지 않은 교인이 떠난 자리에 이 교회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목회하던 박 목사가 ‘구원투수’로 청빙을 받았다. 30대 후반이던 젊은 목사는 모교회의 부름에 응답하면서 자신의 캐나다 영주권과 가족의 시민권을 반납했다.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이 힘들다 해도 캐나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시대의 흐름과 발맞추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드림교회 퇴근길 응원전도팀이 지하철역 앞으로 나간다. 전도팀은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주민들에게 비타민 음료를 선물하며 ‘오늘도 수고했어요’ ‘쉬어가도 괜찮아요’ 등 응원 메시지가 담긴 명함 크기의 카드를 전달한다. 카드에서는 교회 이름도 원색적인 복음 메시지도 찾아볼 수 없다. 박 목사는 “그렇게 해도 받는 사람은 교회에서 왔다는 사실을 다 안다. 오히려 어디 교회에서 왔는지 묻기도 한다”며 “30·40대에게는 이런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드림교회 퇴근길 응원전도팀의 응원카드. 드림교회 제공


전도뿐 아니라 목회 전반에서 젊은이들에 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요일 교회 식사를 없앤 것도 이들 세대에 대한 배려다. 박 목사는 “요즘 30·40 집사님들은 집에서도 밥을 안 해 먹는데 그들에게 수백명 먹을 밥을 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며 “대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역 식당 이용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랜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베스트셀러를 속독하고,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상 콘텐츠는 ‘2배속’으로라도 꼭 시청한다고 했다. 그는 “이 시대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통찰하기 위해서”라며 “이런 통찰은 설교에 적용하거나 목회 전반적인 프로그램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목회의 가장 큰 영감은 역시 말씀과 기도”라며 “모든 목적과 비전은 성경에서 나오고 기도를 통해 목회에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균형을 잃지 않는 목회
박 목사는 부임 이후 균형의 미덕을 중시해 왔다. 박 목사는 “지역사회와 무관하게 교회 혼자 커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회 내부 목회와 지역사회와의 소통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힘써왔다”고 말했다. 드림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마을축제가 대표적이다. 교회 앞마당과 인근 공원에서 열리는 마을축제에서는 지역사회 자살 예방을 위한 걷기대회, 새마을부녀회가 주도하는 바자, 인근 학교 학생과 지역 문화센터 동아리 등이 참여하는 문화공연 등이 펼쳐진다.

지난해 6월 열린 마을 축제에서 드림교회 교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자살예방 걷기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드림교회 제공


원어민 강사와 함께하는 영어캠프도 지역주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목요일에는 자녀 교육을 위한 강연과 공연 프로그램이 가미된 목요 공감예배가 열린다. 박 목사는 “자녀를 학교에 보낸 후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어머니들을 보고 교회가 소통의 장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배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어머니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전도의 장으로 마련한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목회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그는 “한국적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를 염두에 두고 예배를 디자인했다”며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되 ‘묵도→찬송→기도’로 시작하는 예배에 익숙한 이들이나 처음 교회에 온 사람이 드려도 어색하지 않게 배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체험적인 신앙과 이성적인 설교, 미래세대와 장년 등 어느 한 곳만 강조해 균형 감각을 잃는 목회가 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장혁 드림교회 목사가 23일 인천 남동구 교회 앞 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선교적 DNA 심는 목회
드림교회는 선교적 교회를 표방한다. 교회가 위치한 남동구는 대규모 공단이 밀접해 소위 ‘선교지’에서 온 노동자들과 만날 기회가 적지 않다. 교회 내부에서는 소그룹 개념인 목장을 운영하는데 목장 5~6개를 묶어 마을로 지칭한다. 각 마을의 이름은 후원하는 선교지 지명으로 지었다. 현재 인도 네팔 부탄 중국 필리핀 등의 이름을 가진 12개 마을이 운영 중이다. 가령 북한 마을은 해외 선교로는 중국에서 북한선교를 하는 선교사를 후원하고 국내 선교로는 탈북민 가정을 돕는다. 캄보디아 마을은 캄보디아 선교사를 돕고 동시에 남동공단 내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을 섬긴다. 주기적으로 미용 봉사를 나가고 선물을 전달한다. 기독교 절기에는 노동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선교를 위해 쓰이는 재정은 교회를 거치지 않고 각 마을에서 자체 운영한다. 박 목사는 “평신도가 직접 선교사를 후원하다 보니 훨씬 더 많은 관심과 헌금이 이뤄진다”며 “선교사가 한국에 오면 마을에서 초청해 대접하고 선교상황과 기도 제목을 나누고 교제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자랑했다. 이 밖에 선교사들의 고국 방문 시 발이 되어주는 차량을 제공하는 드림카 사역과 게스트하우스인 드림하우스 사역도 2016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드림교회는 지역의 1만 5000가구의 대문에 달걀을 나누는 부활절 사역,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라면 나눔, 지역 내 학교 안에 교회를 세우는 스쿨처치 운동, 소외된 어르신을 구제 등 다채로운 섬김을 이어가고 있다. 박 목사는 “선교적 교회로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섬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학교 운영위원,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위원 등으로 참여하며 이곳에서 다뤄지는 사안 중 교회가 감당할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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