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이혼 후 스토킹 살인미수, 피의자는 고작 징역 5년?

조정훈 2024. 5.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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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단체, 스토킹 살인미수 강력 처벌 촉구... "피해자가 안전한 일상 살아갈 수 있어야"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대구여성의전화는 23일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혼한 전 부인을 스토킹하고 흉기로 살해하려 한 남성에 대해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 조정훈
 
결혼 후 7년 동안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온 A씨는 지난해 6월 아이에 대한 양육권과 위자료, 재산분할 등을 포기하고 이혼했다. 이혼만 하면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 남편 B씨는 이혼 후에도 A씨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 주변을 돌면서 감시하거나 집 주변에서 지켜보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했다. 그러다 이혼한 지 2달 후인 지난 8월 옥상을 통해 전 부인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기다리다가 흉기로 살해하려고 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13시간 동안 대수술을 받았고 의식이 없다가 3일 후 깨어났지만 장기가 손상되는 등 심각한 상해를 입어 평생 당뇨약을 먹어야 하고 손으로 하는 작업도 할 수 없게 됐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구속된 B씨에 대해 "피고인이 범행 도구를 가지고 가지 않았고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재범의 위험성도 적다"는 이유로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현재 피고인이 출소 후 보복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항소심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스토킹 범죄 등으로 19시간마다 여성 1명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 처해
  
 대구여성의전화는 23일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혼한 전 부인을 스토킹하고 살해하려한 피의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여성의전화는 23일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 및 스토킹에 의한 살인미수 사건 가해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대구여성의전화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해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년 동안의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이어 스토킹, 살인미수까지 했음에도 형량이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우발적,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현저히 결여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이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의 연장이자 스토킹과 결합된 살인미수 사건"이라며 "피해자는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할 가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이혼했지만 결국 살인미수로 영구장애를 얻었고 평범한 일상도 파괴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구고등법원은 피해자가 안전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피고인을 엄벌하라"며 "피해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인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들이 138명"이라며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들도 311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 사건을 분석한 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게이지'에 의하면 최소 19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매일 여성들이 폭력에 죽어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죽음에 무관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가정폭력과 스토킹은 죽거나 죽여야지 끝나는 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사건이야말로 가정폭력이 어떤 범죄인지, 스토킹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방해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면서 사법부의 안일한 판단과 낮은 형량이 어떻게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모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혼한 부인을 스토킹하다가 찾아가 흉기를 이용해 죽음 직전까지 가도록 했다면 이는 명백한 살인의 동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라며 "1심 선고는 피해자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에게는 삶을 포기하는 절망을, 가해자에게는 이상하고 병적인 희망을 주는 이러한 판결을 법원은 멈춰주기 바란다"면서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 범죄 해마다 급증하면서 피해 조치도 늘어

한편 이 같은 스토킹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지난 2020년 301건이던 스토킹 신고가 지난해 1532건으로 3년 새 400%나 늘었다. 올해에도 지난 3월까지 368건이 접수됐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2021년 560건이던 신고건수가 2022년에는 126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피해자 보호 조치도 급증해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는 2021년 36건에서 2023년 107건으로 약 3배 늘었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 잠정조치도 2021년 59건에서 2023년 502건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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