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몸’ 된 100년형 재소자, 그의 소울메이트는 한국인 목사

김동규 2024. 5. 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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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다니엘 미연방교도소 채플린
지난달 18일 한인교회서 감격의 재회 가져
석방된 토레스 “하나님이 약속을 성취하셨다”
조다니엘(앞줄 왼쪽 세 번째) 목사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한빛교회에서 출소한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목사 제공

미국 교회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자리에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이들부터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던 이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한인 목회자의 신앙지도를 받아 모범수로 거듭났고, 감형으로 자유의 몸이 된 이들이었다.

조다니엘(63) 목사는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한빛교회에서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23일 밝혔다. 2013년 교정사역을 시작한 조 목사는 현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교도소 채플린으로 사역을 펼치고 있다.

보통 미국에서 마약범죄나 살인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담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종신형의 수감자가 감형받고 자유의 몸이 된 경우는 언론에 나올 정도로 드문 일이라는 게 조 목사의 설명이다.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조 목사의 신앙지도를 받고 모범수로 인정받아 기적적인 감형을 받았다. 또 엄중한 절차에 따라 석방되기도 했다.

이날 예배 간증자로 나섰던 조지 토레스는 마약 유통 혐의로 10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하나님은 제게 기적과 복음을 전해 주셨지만, 교도소에서 나갈 방법은 없었다. 그저 복음에 따라 제게 놓인 삶을 열심히 살 뿐이었다”면서 “하나님은 제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밖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주님께서 그 약속을 성취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기적적으로 담 안에서 나올 수 있었고 어머니를 만난 지 5개월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조 다니엘 목사.

23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만난 조 목사는 “그 종신형을 받은 수감자들이 예수님을 믿으면서 그들의 인격과 삶이 완전히 변화된 모습들을 봤다”며 “현재 이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힌 가정에게 속죄하며 복음 전도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감자들이 출옥하기 전 반드시 예수님을 진심으로 만나는 기회를 갖고, 지난 과오에 진심으로 속죄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며 “사랑과 자비가 많으신 예수님은 여러분께 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2013년부터 교정사역을 펼치고 있는데 이 같은 사역이 왜 필요한가.
“교도소 안에는 갈급하고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흔히 ‘복음의 황금어장’이라고 합니다. 목회적 환경이 항상 주어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만 100만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교도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에 갇힌 수감자 한 사람에게만 지출하는 비용이 1년에 4만불 넘는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11년간 사역을 해 오면서 수많은 사람이 세례를 받고 예수님께 돌아오고 있습니다. 재범을 방지하고 또 교화로도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예수님 안에서 변화된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역 최고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정사역에서 주의할 점 등을 짚는다면.
“교정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역하는 이들이 모범적인 삶의 모습을 진심으로 보여주고 그들과의 신뢰 관계를 분명하게 정립하는 겁니다. 수감자들은 교정사역을 하는 이들이 정말 자기들을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는지 시간이 지나가면서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사역자들이 진정 예수님을 믿고 말씀대로 살아가는 진짜 목회자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는 믿음으로 따르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모습처럼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사랑하며 존중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정 사역에서 조심하거나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면서도 저 역시 한 사람의 교도관으로 모든 사역에 있어서 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교정법은 매우 엄격해서 단 한 번이라도 어긴 것이 발견되면 파면을 받게 됩니다. 사랑과 공의를 동시에 전해야 한다는 것이 교정사역의 묘미인 듯합니다.”

조다니엘 목사가 군목 시절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조 목사 제공

-한국에도 수감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국민께서 여러분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본인들은 교도소에서 모든 것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은 국민이 피땀 흘려 얻은 소중한 물질에서 비롯됐단 사실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고 출소해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미국에선 교도소를 ‘예수님이 마련한 장소’라고 종종 표현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 없이 세상을 살아가다가 교도소에서 예수님을 만나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기에 그렇습니다. 출옥하기 전 반드시 예수님을 진심으로 만나는 기회와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속죄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고 출소해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사랑과 자비가 많으신 예수님은 여러분께 늘 열려 있습니다.

조다니엘(앞줄 오른쪽 세 번째) 목사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한빛교회에서 출소한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목사 제공

-한국교회에 요청하고 싶은 기도제목이 있는가.
“최근 한국교회나 미국교회 등 수많은 교회를 보면서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교회가 사회에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주님께서 에베소 교회에 하신 말씀처럼 ‘첫사랑을 잃어버렸다’는 말씀이지요. 74년 전의 한국은 6·25전쟁 이후 원조를 받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 10개국 안에 들어 있지요. 정작 부유한 나라가 됐지만,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사회에 존중을 받는 교회라기보다는 손가락질을 받는 교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한국은 현재 전 세계에 선교사를 최고로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복음을 놓치지 않고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나라로, 지역 다툼이 사라지고 서로 사랑하는 나라로, 잘사는 사람들과 어려운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로, 전쟁의 걱정 없이 북한과 평화통일이 돼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기도를 주님께 드립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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