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새벽 바다에서 화가가 만난 장면

전병호 2024. 5. 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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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허윤희가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겨우내 제주에서 차디찬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빚어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다.

몇 년 전 환경오염으로 사라져 가는 빙하를 안타까워하며 벽면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 허윤희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전시회다.

또한 갤러리 옆에는 화가가 제주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림을 그렸던 텐트와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자료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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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허윤희 개인전 '여는 바당', 평창동 sueno339에서 6월 12일까지

[전병호 기자]

'제주로 떠났다. 서울에서의 18년간의 대학 강사직을 접었다. 그림이 팔리지 않으니, 생계를 위해 강의를 했고, 강의를 하느라 작업할 시간이 부족하니 예술가로서 늘 아쉬움이 컸다.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도 좋은 작품이 나올까 말까 할 텐데, 이런 상태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쳐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해졌다. 번아웃이 왔다. 더 이상 서울에서 버티기가 힘들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주로 이주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쉬면서 기운을 차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박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 태양을 만나는 아침, 허윤희)

  
화가 허윤희가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겨우내 제주에서 차디찬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빚어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다. 그녀가 제주로 이주하기 전 경기도 광주에 있었던 화가의 작업실을 한 번 방문했었다.
 
▲ 허윤희 개인전(2024.05.17~06.12) 허윤희 개인전 <여는 바당>
ⓒ 허윤희
 
생각보다 훨씬 아담했던 화실, 화실 곳곳에 묻어 있던 물감 자국들 그리고 작업복, 수북하게 쌓여 있는 작품 더미들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아마도 말로만 듣던 예술가의 고독감이 아니었을까 짐작만 했었다.

그녀가 제주로 떠난 뒤 어느 날부터 전해준 소식을 듣고 그 감정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당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강사직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지만, 예술가의 삶을 헤아릴 감량이 없었던 지라 그저 그런 고민으로만 흘려들었었다.

작년 10월 어느 날부터 SNS에 제주로 떠난 그녀가 소식을 전해왔다. '화가의 시간'이라는 제목을 달고 매일 소식을 전했다. 그 시작이 2023년 10월 16일부터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 허윤희 개인전(24.05.17~06.12) 허윤희 개인전: <여는 바당> 허윤희의 제주시간
ⓒ 허윤희
 
그녀는 그때부터 지난 봄 내내 매일 아침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제주도 일출과 바닷바람을 그렸다. 수도자 생활 같았던 그 인고의 시간이 배어 있는 작품들을 모아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

몇 년 전 환경오염으로 사라져 가는 빙하를 안타까워하며 벽면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 허윤희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전시회다.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입구에 놓여 있는 허윤희 선생이 직접 쓴 이번 전시회에 대한 소감문을 읽어보면 그림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는다. 또한 갤러리 옆에는 화가가 제주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림을 그렸던 텐트와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자료가 마련되어 있다.

"바닷바람이 이마를 스칠 때, 나는 붓을 들고 캔버스를 통과해 먼 우주로 여행을 간다. 깊은 고요 속에서 빛나는 태양이 되고 자유로운 구름이 되고 반짝이는 물결이 된다. 내가 사라지고 영혼이 맑아지는 시간, 행복한 화가의 시간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자리, 새벽 바다 앞에 서면 '여기, 내 자리에 왔구나!' 하는 기쁨이 차오른다."

화가의 소감문 마지막 구절이다. 이번 개인전에 대한 화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허윤희 개인전]
제목: <여는 바당> 허윤희의 제주시간
일시: 2024.5.17~6.12
장소:sueno339(예술공간수애뇨)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길 339 (평창동)
 
▲ 허윤희 개인전(24.05.17~06.12) 허윤희 개인전: <여는 바당> 허윤희이 제주시간
ⓒ 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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