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인생샷 명소 소원탑 허물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광준 2024. 5. 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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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 정상부의 변화... 3기 신도시 건설을 멈춰세운 맹꽁이들의 울음소리

[노광준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종 진술자 황인철 시민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김서경 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
ⓒ 권우성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에 12살 초등학생이 나왔다. 헌법재판관이 '안 떨리냐'고 묻자 초등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열 살 때 멸종위기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드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많이 이야기했고, 저는 지구환경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에서 원고측 청구인단으로 법정에서 발언을 한 한제아(흑석초등학교)양의 말이다. 이 총명한 10살 어린이에게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려준 것은 멸종위기 동물들이었다.

22일은 마침 유엔이 정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지구별에서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려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뉴스 두 가지를 소개한다. 뉴스의 주인공은 맹꽁이들이다.

하나, 3기 신도시 건설을 멈추게 한 맹꽁이 울음소리

3기 신도시 과천지구, 며칠 전 사업주체인 LH가 한 가지 용역을 발주했다. 3기 신도시가 지어질 이 곳에서 법정보호종인 이 녀석들의 서식이 확인됐기 때문. 현행법상 이들의 서식이 확인되면 이들의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해야하기에, LH는 이들의 서식현실을 정확히 모니터링해 새로운 보호지로 집단이주를 시키지 않으면 신도시 건설을 할 수 없게된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 2급의 양서류가 된 이들, 바로 맹꽁이들이다.

'법정보호종인 맹꽁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규정에 의거해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해야 한다. 다시 말해 LH는 포획한 맹꽁이를 대체 서식지에 이주시켜야 착공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해당 용역에는 지구 내 맹꽁이 분포와 서식환경 분석, 포획·이주, 보호계획·관리방안·모니터링 계획 수립 등이 과업으로 제시됐다.' (헤럴드경제, 2024.5.16)

적색등급의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는 특히 기후위기와 인간의 개발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기간을 땅 속에서 살다가 장마철 짝짓기를 위해 울어대고 산란은 새로 생긴 물 웅덩이 위에 하기 때문에, 가뭄으로 비가 적게와도 산란을 못해 자손잇기에 힘들고 땅을 헤짚고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 떼죽음을 당하기 일쑤. 한 곳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혀만 낼름 내밀어 먹이를 먹는 습성 때문에 기후위기로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 먹기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멸종위기 생물을 보호하는 법이 바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다. 법조문을 보면 이렇게 나온다.

'누구든지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획·채취·방사(放飼)·이식(移植)·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반입(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반입하는 경우에는 죽은 것을 포함한다)·죽이거나 훼손(이하 "포획·채취등"이라 한다)해서는 아니 된다.' (제14조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 등의 금지)

맹꽁이 서식을 알리는 울음소리에 의해 공사가 중단되는 현실, 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우선 건설업이나 토지보상 측면의 시선, 아무래도 맹꽁이 때문에 사업이 지연된다며 볼멘 소리가 나온다.

'개발 예정지에서 맹꽁이가 나오면 수억원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사업시행 주체 입장에선 비용보다도 사업 지연 가능성이 더 큰 문제다.' (헤럴드경제, 2024.5.16)

그러나 근처 주민들과 환경시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문제 없다고 사업지구로 선정했는데, 이처럼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되었다면, 환경영향평가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맹꽁이 울음소리로 인해 커지게된다. 실제로 해당 지구 예정지는 아이들 중학교 예정부지로, 현장에서는 맹꽁이 서식지 파괴는 물론이고 토양 중금속 오염 문제까지 제기된 바 있다.

'과천환경사랑연합과 ㈔환경실천연합은 과천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신축 예정부지인 근린공원3 자연녹지에 맹꽁이(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가 서식하고 있어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학교 신축 예정부지 내 3개 지점에서 채취한 토양 검사결과 2곳에서 기준치 이상의 불소(560㎎/㎏)가, 1곳에는 중금속이 각각 검출됐다"고 밝혔다.' (인천일보, 2023.9.18)

어쩌면 맹꽁이들의 울음소리는 무분별한 개발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인간을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게하는 공생의 시그널인지도 모르겠다. 한 환경운동가는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시민들의 제보 전화를 많이 받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여기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결국 맹꽁이들의 '우리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요'하는 외침을 대변하는 목소리라고.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택지개발 예정지구에서 맹꽁이 울음이 들린다는 제보 전화이다. 특히 6월이면 소식이 더 늘어난다. '여기에 맹꽁이가 살고 있다고'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지만, 기실 맹꽁이의 소리일 것이다. 맹꽁이보호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국장님은 공사예정 혹은 시행지역에서의 맹꽁이 발견 소식을 맹꽁이가 여기 살고 있다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외침으로 들린다고 언급했다.

이 지역에서 맹꽁이의 인간 대리인 역할은 어렵다. 택지개발사업 시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 서식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주민들과 현장에서 녹음된 맹꽁이울음을 확인하면 그때부터 대책을 마련한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는 사업예정지에서 서식이 확인되면 사업시행자는 맹꽁이 보존을 위해 대체서식지를 마련한 후에 사업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숙, 환경운동연합, 2024.3.14)

둘, 제주도 인생샷 명승지에서 '소원탑'을 제거하자 맹꽁이들이 돌아왔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2022 맹꽁이 생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대전 도심 25곳에서 맹꽁이 서식이 확인됐다. 사진은 유성구 덕명동 은구비공원 초지에서 발견한 맹꽁이 성체.
ⓒ 대전충남녹색연합
 
SNS에 인생샷 명소로 소개되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도 금오름.
관광객들은 그림처럼 펼쳐진 정상 분화구에서 화산석을 주워 소원을 비는 돌탑(소원탑)을 쌓고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다. 문제는 이 화산석(화산송이)이 맹꽁이처럼 작은 생물들에게는 이곳의 유일한 그늘이자 휴식처였다는 점이다.

금오름 정상부는 나무 그늘이나 식생이 충분히 우거져 있지 않아, 몸에 물기가 마르면 안 되는 양서류들은 화산석을 휴식을 취하거나 잠시 피신해 있는 장소로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화산석을 주워 돌탑을 쌓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휴식장소가 없어진다는 지적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 초에 돌탑을 허물었다. 사실은 그 전에 한번 돌탑을 허물었었는데 사람들이 또 쌓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기는 맹꽁이 서식지이므로 돌탑을 쌓지말라는 안내판을 추가로 더 설치했는데, 1개월여가 지난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돌탑이 허물어진 그 자리에 맹꽁이를 비롯한 작은 생물들의 집단서식이 눈에 띄게 확인된 거다.

"금오름 정상 물이 고인 분화구에 맹꽁이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집니다. 산란 철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물웅덩이가 깊어지자 맹꽁이들이 짝짓기하기 위해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습지 곳곳에서는 물 위에 떠 있는 맹꽁이 알도 쉽게 눈에 띕니다. 금오름에 맹꽁이가 돌아왔습니다."
(KBS, 2024.5.8)

어디선가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그곳에는 풀이 있고 습지가 있고 물 웅덩이가 생겨 얘들이 산란을 준비하고 있음을 뜻한다. 맹꽁이 울음소리는 한쪽에서 무엥무엥 울면 다른 수컷이 꾸엥꾸엥하며 화답하며 합창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유엔이 점점 사라져가는 생물 다양성과 그로 인한 여러 문제들을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제정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 맹꽁이 울음소리는 우리 자신을 여러모로 돌아보게 한다.

[참고자료]
- 박강현, '헌재 '기후 소송' 변론 나선 초등학생, "봄·가을이 줄었어요" (조선일보, 2024.5.21)
- '과천지구 발목잡은 '맹꽁이' 이주시킨다' (헤럴드경제, 2024.5.16)
- 이동희, '과천환경사랑연합회·환경실천연합 "맹꽁이 서식·중금속 검출된 곳…중학교 신축 부적합" (인천일보, 2023.9.18)
- 김은숙, '[기고] 맹꽁이울음을 위하여' (환경운동연합, 2024.3.14)
- 나종훈, "소원탑 치우니 돌아와"…맹꽁이 대규모 산란 (KBS 제주, 2024.5.8)
- 고경주, '제주 금오름서 돌탑 쌓지마세요, 맹꽁이들 말라 죽어요' (한겨레, 2024.4.14)

덧붙이는 글 |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됩니다. 며칠전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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