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까지 이곳이 지속했으면..." 선생님들의 바람

정수근 2024. 5. 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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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의 날 안심중-해올고 학생들, 팔현습지 찾아 금호강을 배우다

[정수근 기자]

 도시형 대안학교 해올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팔현습지를 찾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저는 혼자 오면서 느꼈는데 이렇게 원시적인 생태계가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분위기가 압도돼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이 정말 잘 보존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물수제비도 하고 또 새소리도 들리고 수리부엉이 사는 이 공간이 이제 우리 아이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다음 세대까지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보다 선생님들이 더 감동을 받은 탐방이었다. 대구의 도시형 대안학교인 해올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지난 22일 오후에 팔현습지를 찾아 팔현습지를 함께 둘러본 뒤 학교 선생님들이 남긴 말이다.

대안학교 해올고와 금호강과 가장 가까운 안심중 아이들, 팔현습지를 찾다

학생들은 대부분 "느낌이 참 좋았다" "금호강이 깨끗했다" "조개도 보고 신기했다" 등의 단편적인 감상을 남긴 데 반해 선생님들은 팔현습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듯했다.
 
 금호강에 들어가 직접 금호강에 살고 있는 조개와 저서생물들을 관찰하는 해올고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왕버들숲에서 딱따구리가 파 놓은 둥지를 살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도 그럴 것이 단일 면적에 이렇게 많은 법정보호종이 목격되는 곳은 적어도 도시 하천에서는 팔현습지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팔현습지 핵심 생태구간인 2km 내외의 이 공간에서만 17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월 22일 이날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팔현습지에서 생물다양성의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느낀 시간이 됐을 것이다. 왜냐하면 금호강 대구 구간 42km에 단 14종의 법정보호종이 목격된(환경부 제3차 전국자연환경조사) 데 반해 팔현습지의 단 2km에 이르는 핵심 구간에서 17종의 법정보호종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현습지의 생물다양성은 금호강 대구 구간 전체보다 더 높다.

이곳에서 금호강 전체에 사는 거의 모든 종을 만날 수 있기에 팔현습지의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정말 크다. 이날 아이들은 원시 자연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금호강 하천숲과 왕버들군락 등을 둘러보고 강 안으로 들어가 수중 생태계도 살폈다.
 
 해올고 한 학생이 조개를 찾아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특히 강바닥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려주는 척도인 저서생물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지역 주민들에게 '대칭이'라 불리는, 어른 손바닥보다 큰 말조개는 존재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신기했다. 조개는 바다에서만 사는 줄만 알았던 아이들은 강에도 조개가 산다는 그 사실을 놀라워한 것.
이에 앞서 오전에는 안심중학교 아이들이 역시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팔현습지를 찾았다. 안심중학교는 금호강과 가장 가까운 학교로 금호강이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400m 정도에 위치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금호강으로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
 
 안심중학교 아이들이 팔현습지로 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금호강에 대해 잘 몰랐다. 금호강의 역사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금호강이 지척에 있지만 금호강에 나가본 아이들도 드물었다. 그래서 이날 필자가 들려준 금호강 이야기가 그들이 난생처음 듣는 금호강의 역사이자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날 들려준 금호강의 간략한 역사의 일단은 다음과 같다.
 
"금호강이 1980년에 들어선 영천댐 때문에 물길이 크게 줄고, 80~90년대까지 대구의 발달한 섬유산업으로 인해서 금호강을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그 섬유공장의 오폐수로 인해서 금호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당시 금호강은 거의 시궁창 수준으로 강이 썩어 있었다.
 
이런 금호강이 2001년 안동의 임하댐과 영천댐의 도수로로 연결되면서 생겨난 여유 수량으로 금호강으로 하루 25만톤 정도의 강물을 흘려보내주고 당시 섬유산업의 쇠퇴로 섬유공장들도 사라지고 마침 하수종말처리장도 여럿 신설되면서 그때부터 하천이 서서히 되살아난 것이다. 강물이 늘고 오염원은 줄자 하천의 자정작용에 의해서 금호강이 스스로 되살아난 것이다."
 
대구의 강이자 지역의 강인 금호강에 대해서 전혀 배운 바가 없기에 이날의 금호강을 알아가는 현장 학습은 무척 중요한 자리가 된 것이다.
 
 안심중 아이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안심중학교 아이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을 둘러 보고 나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이들은 이날 금호강에 대해서 비록 모든 정보는 아닐지라도 금호강의 흑역사와 금호강이 되살아나면서 보이는 맑은 물과 저생생물인 조개와 왕버들군락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본 시간을 가졌다.

이날의 현장 교육은 필자에게도 중요한 시간이 됐다. 이같은 계기로 금호강이 아이들에게 더욱 가까워져 자주 금호강을 접하게 되고, 그러면 금호강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명실상부한 지역의 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환경부가 돼야

그런데 이날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금호강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에 환경부가 보도교 공사를 한다는 데 대해 분노했다.

무제부 산지 앞으로 산을 따라서 1.5km에 이르는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해서 그로 인해 산과 강의 생태적 연결성이 끊어져 야생동물들의 '숨은 서식처'로서의 기능이 사라지면 이곳의 생물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필자에 설명에 공감하고 공분했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 이날 팔현습지 둘러보고 난 뒤 학교로 돌아가서 김나영 학생은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산에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강이 동물들에게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강에도 조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사회에서도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환경보호에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환경부를 성토하는 후기를 남겼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곳은 여울이라고 하고 물이 잘 흐르지 않고 깊이 고여 있는 곳을 소라고 한다고 배웠다. 금호강이 야생동물들의 집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 야생동물의 집 팔현습지에 수리부엉이가 살았는데 지금은 잠시 떠났다는 것도 알게 됐다. 습지에도 조개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금호강을 개발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환경부가 환경을 무조건적으로 지키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주 많이 실망했다."  

이 아이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 환경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안심중 아이들이 강 속으로 들어가 조개 등 저서생물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안심중 아이들이 잡은 말조개를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안심중 아이들이 금호강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안심중 아이들이 강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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