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상품권 GMV’ 포함 여부 대립…실패한 머니게임?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5. 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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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잘못된 만남? ‘신세계’는 없었다 [스페셜리포트]
실패한 ‘머니게임’ FI 무리수 시각도

주주간계약 쟁점은 ‘상품권’이다. 양측은 SSG닷컴에서 판매한 상품권 거래액의 GMV 포함 여부를 두고 대립을 빚는다. 신세계 측은 이커머스업계에서 통상 상품권 판매를 GMV에 포함시켜온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FI 측은 상품권을 GMV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상품권으로 다른 상품 구입 시 거래액이 이중 집계되는 중복 계상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SSG닷컴에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 상품권으로 물건을 샀다고 치자. 이 경우 상품권 구매에 따른 1차 거래와 상품 거래에 따른 2차 거래가 발생한다. FI 측은 2차 거래만 GMV에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논란이 빚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GMV 정의가 모호해서다. GMV 자체가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이커머스 플랫폼 거래 규모에 따른 성장성과 점유율 등을 추정하기 위한 보조 지표 성격이 짙다. 상당 기간 누적 적자가 불가피한 플랫폼 특성상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도 재무지표보다 GMV가 주로 쓰였다.

다만, 상품권 판매의 회계상 처리는 결을 달리한다. 상품권만 판매한 1차 거래에서는 매출이 아닌 선수수익으로 처리되는 게 통상적인 회계처리 방식이다. 발행자 입장에서 아직 상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전이므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남았다고 보고 부채로 보자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상품권 판매 땐 부채로 인식하되, 해당 상품권으로 판매가 이뤄지면 부채를 차감하면서 매출로 인식한다.

이에 비춰, 상품권 판매를 늘리는 것은 SSG닷컴 입장에선 사실상 밑지는 장사다. SSG닷컴은 지난해 자체 발행한 상품권을 3~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럼에도 SSG닷컴이 상품권 판매에 주력했던 것에는 GMV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성 측면이 깔려 있다고 본다. 당초 SSG닷컴은 IPO를 염두에 두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계열사 간 위수탁 거래 기반 총 거래액을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 직매입 사업은 거래액 대부분이 매출로 반영되지만, 오픈마켓 사업은 거래액 가운데 일정 비율만 수수료 형태로 매출로 인식된다. 예컨대, 소비자가 SSG닷컴을 통해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상품을 구매할 경우, 결제 금액은 SSG닷컴 총 거래액에는 모두 반영되지만 회계상 매출액에는 수수료 개념으로 일부만 반영된다. 대신, 상품 재고를 갖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매출로 인식된다. 이런 식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계열사 매출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게 SSG닷컴 경영 전략 중 하나였던 만큼 상품권 거래 자체를 GMV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지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주주간계약에 GMV 산정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시됐느냐다. 주주간계약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이 직매입하는 제품과 SSG닷컴에 입점한 업체(오픈마켓)가 판매한 제품 등 실질 거래만 GMV로 계산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FI 측은 이 대목을 협상 지렛대 삼아 신세계그룹을 압박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주간계약 상세 내역에 대해 어피너티 측은 “신세계 측과 성실하게 논의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자본 시장 일각에서는 실패한 ‘머니게임’으로 평판 위기에 노출된 FI들이 풋옵션 행사를 위해 GMV 요건을 무리하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보인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사업보고서상 금융부채를 제거한 대목은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풋옵션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동안 인식해온 금융부채 5879억원을 제거했다. 신세계도 같은 내용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이마트 감사인은 삼정회계법인, 신세계 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이 주주간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시된 GMV 산정 방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세계그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 같다”며 “FI 측 주장대로면 신세계그룹이 주주간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GMV를 산정했음에도 이런 방식을 회계법인이 인정해 금융부채를 덜어냈단 의미인데, 상식적이지 않은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소송전으로 비화할 경우 법정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회계처리 적정성 문제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양측에 모두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이 일부 투자금을 우선 상환하는 방향으로 협상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법적 분쟁으로 치달을 경우 투자금 회수가 더 힘들어질 수 있어 신세계나 FI나 둘 다 원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현시점에서 투자자가 회수를 원하는 금액을 신세계가 일부 지급하고 나머지는 차차 논의하는 쪽으로 협상의 중지를 모아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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