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재생에너지 '잃어버린 2년'이 남긴 것

오현길 2024. 5.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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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웬일인가 싶다.

이 보고서가 '탈원전' 폐기를 선언했던 윤 정부의 첫 재생에너지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신규 재생에너지 보급용량은 연평균 4기가와트에 불과했다.

정부가 강한 의지로 대규모 투자를 유도해 계획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한다 해도,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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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웬일인가 싶다. 윤석열 정부의 문서가 맞나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된다. 이 보고서가 '탈원전' 폐기를 선언했던 윤 정부의 첫 재생에너지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보고서의 핵심을 요약하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매년 평균 6기가와트(GW)씩 늘린다는 것이다. 우선 드는 의문점 하나는 '왜 6기가와트인가'다.

국가 전력 운용의 방향과 장기 전망을 담는 전력수급기본계획(10차)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60기가와트를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까지 확보한 설비는 24기가와트에 그친다. 간단한 덧셈이었을까. 내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6기가와트씩 늘리면 나머지 36기가와트를 딱 채울 수 있다.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초등학생 문제 풀 듯 결정하진 않았다고 믿고 싶다.

6기가와트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현 가능성이다. 현실에서 이행 가능할지 반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신규 재생에너지 보급용량은 연평균 4기가와트에 불과했다. 가장 보급량이 많았던 2020년에도 5.5기가와트에 그쳤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재생에너지 '전도사'가 되겠다는 얘기다. 웬일인가 싶다.

정부가 강한 의지로 대규모 투자를 유도해 계획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한다 해도,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다. 현재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이 계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재나 부품, 설비를 만들어야 할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는 지난 2년간 사실상 붕괴했다. 2022년 9월 윤 대통령이 직접 "태양광 이권 카르텔 척결"을 선언한 후 재생에너지 업계는 공멸 위기에 처했다.

태양광 업계는 값싼 중국산 제품의 공세 속에서 정부의 지원 삭감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 척결'을 내세운 칼 앞에 업체들은 벌벌 떨어야 했다. 비리가 있다면 응당 감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웠다고 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태양광 업계는 애타게 정부와 대화를 원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작년 말 국회 앞에서 재생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가 급성폐렴에 걸려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정부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니 웬일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며칠 전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자는 'RE100' 캠페인을 주도하는 영국 더클라이밋그룹 대표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다음 날, 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나라'로 규정하며,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도록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는 등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탄소에 의존하는 에너지 체제를 전환하는 것은 당면과제다. 우리 현실에 맞는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전혀 도움 되지 않다는걸 깨닫기까지 잃은 게 너무 많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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