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일본인 외국인 투수', 국내에서 통할까

양형석 2024. 5.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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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2일 엘리아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일본 출신 시라카와 영입한 SSG

[양형석 기자]

▲ SSG 랜더스, 일본 투수 시라가와 영입 SSG 랜더스가 22일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오른손 일본인 투수 시라가와 게이쇼(23)와 180만엔(1천572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SSG와 계약한 시라가와 게이쇼. (SSG 랜더스 제공)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13년 만에 일본인 외국인 선수를 볼 수 있게 됐다.

SSG랜더스 구단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독립리그 출신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총액 180만 엔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SSG는 지난 21일 부상을 당한 외국인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단기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라카와를 영입했다. 시라카와는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프로리그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영광이다. 한국에서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발휘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체 외국인 선수는 올 시즌부터 도입된 제도로 기존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부상을 당할 경우 해당 선수를 재활선수명단에 등재하고 그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시라카와는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영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다. 따라서 시라카와의 활약은 앞으로 다른 구단들이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KBO리그 거쳐간 6명의 일본인 선수

현재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미국선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나머지는 도미니카 공화국과 베네수엘라, 쿠바 같은 중남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총 6명의 일본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이들 중에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야구팬들의 기억에 남은 선수도 있지만 활동기간이 지나치게 짧았거나 미미한 활약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잊힌 선수들도 있었다.

야구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일본 출신 외국인 선수는 SK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며 KBO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했던 카도쿠라 켄이다. 2009 시즌을 앞두고 SK에 입단한 카도쿠라는 정규리그에서 8승을 기록한 후 가을야구 호투를 통해 재계약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14승 7패 평균자책점 3.22의 성적으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카도쿠라는 2011년 삼성으로 팀을 옮겨 5승을 기록했지만 전반기가 끝난 후 팀에서 방출됐다. 

다카쓰 신고(야쿠르트 스왈로즈 감독)는 KBO리그에서 단 18경기에 등판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와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메츠를 거친 다카쓰는 2008년 신생구단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해 18경기에서 1승 8세이브 0.86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이 2009년 외국인 타자(덕 클락) 영입을 계획하면서 다카쓰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003년 일본인 선수인 고 이리키 사토시를 새 외국인 투수로 데려왔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활약하다가 선발로 전환한 이리키는 35경기에서 7승 11패 5세이브 3.74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5번의 완투승은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승운이 좋지 않았던 이리키는 재계약에 실패한 후 대만 프로야구에 진출했고 2023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하며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밖에 2010년 LG트윈스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오카모토 신야는 46경기에서 5승 3패 16세이브 1홀드 3.00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LG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2003년 롯데 자이언츠가 영입했던 모리 가즈마는 시범경기에서 9.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일찌감치 퇴출됐다. 2006년 SK 유니폼을 입었던 시오타니 가즈히코는 타율 .297 3홈런 19타점을 기록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23경기 만에 팀을 떠났다.

KBO리그에서 프로 데뷔하는 일본인 영건

사실 다카쓰와 카도쿠라, 오카모토 등 KBO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던 일본인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 프로야구에서 전성기가 지난 30대 중·후반의 노장선수가 많았다. 따라서 구단이 기대한 만큼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거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위력이 떨어지면서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22일 SSG에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입단한 시라카와는 2001년생으로 아직 만 22세에 불과한 영건이다.

고교 졸업반 때 일본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시라카와는 곧바로 독립리그 구단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했다. 도쿠시마 인디고삭스는 시라카와의 팀 동료가 된 SSG의 외야수 하재훈이 KBO리그 드래프트 참가 전에 활약했던 팀이기도 하다. 물론 하재훈이 활동한 기간은 2017~2018년이었고 시라카와는 2020년에 입단했기 때문에 두 선수는 도쿠시마에서 함께 뛴 적은 없다.

시라카와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2023년 15경기에서 4승 3패 3.56의 성적을 올린 시라카와는 올해도 6경기에서 29이닝을 소화하며 4승 1패 2.17 31탈삼진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문화적응도 어렵지 않고 시차도 없는 일본선수인 데다가 SSG 입단 직전까지 독립리그에서 실전경기를 소화했다는 점도 당장 선발진에 구멍이 뚫린 SSG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다만 시라카와가 고교졸업 당시 프로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시라카와에게는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2023년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시라카와가 6이닝을 소화한 경기가 1경기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의 체력을 걱정하게 하는 부분이다. 만약 시라카와가 SSG에서 투구수나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선발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불펜의 과부하를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만약 대체 외국인 선수가 기존의 외국인 선수를 능가하는 활약을 선보인다면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를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선수를 정식선수로 전환할 수 있다. 시라카와가 KBO리그에서 인상적인 투구내용을 선보인다면 에릭 페디(화이트삭스)가 메이저리그와 계약한 것처럼 일본 프로야구로 '역수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라카와가 기존 외국인 선수를 밀어낼 정도로 좋은 투구를 보여준다면 SSG 입장에서도 전혀 나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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