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불량품 '지방 소멸론'에 속지 마세요

허헌중 2024. 5. 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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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방소멸' 망령 비판, 진정한 지역재생의 길 제시, 박진도의 〈강요된 소멸〉

[허헌중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2.8.29
ⓒ 연합뉴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산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곳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나라가 과연 정상인가? 1970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28.7%였는데, 50년 동안 무려 22.1%가 더 몰려 2024년 4월 기준 50.8%(수도권 인구 26,034,909명, 전체인구 51,285,153명)에 이르렀다.

격차와 소외·배제 속에 지방에서는 사람답게 살 수 없어 수도권으로 몰린다. 일자리를 찾아서, 유학하기 위해, 경쟁과 과로에 시달려도 사람 구실 하기 위해. 어찌 보면 격차와 소외·배제를 강요당해 떠밀려 몰리고 있다.

지방에 살든 수도권에 살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지방의 인구 감소와 지역 위기가 최소한 더 이상 심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수도권 공화국, 서울 공화국의 사회·경제적 집중과 비대화 속에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라고 하겠는가.

누가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가

문제는 이러한 지역의 위기를 '지방 소멸론'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극단적인 효율성과 경쟁력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어차피 소멸할 지방은 모두 살릴 것이 아니라 이른바 거점 도시에 선택적으로 집중하자는 압축 도시, 메가시티론이 횡행하는 점이다. 그동안 격차와 소외·배제를 심화한 개발주의 지역 정책을 더욱 확대·강화하며 지역 위기, '지방소멸' 망령 속에 다시금 지역을 중앙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지고 있다.

지방을 살릴 방도는 진정 없는가.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그 처방전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와 양극화, 지방의 인구 감소와 지역 위기의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어느 곳에 살든 국민 누구나 인간답게 행복을 누리도록 할 수 있는 진정한 지역 재생의 처방전을 제시하는 책을 만났다.

소빈 박진도의 〈강요된 소멸 –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재생의 길〉(한울엠플러스, 2024.3.10)은 오늘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를 집중 진단·해부하고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20대 초에 농촌 문제 연구에 뜻을 세우고 50년을 농촌 문제와 지역 문제 해결책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 온 저자는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소멸하지 않는다. '지방소멸', '지역개발'을 팔아 중앙과 자본을 살찌울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라고 책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또 절절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집필 배경과 목적, 저자의 연구와 실천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 재생의 길을 열고 있는 프롤로그, 지역재생을 위한 농정대전환 3강·6략을 정리하며 지역을 바꾸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지역 리더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기대하는 에필로그 외에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지역은 국가 권력에 의해 소멸을 강요당해 왔지만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지방소멸론'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말하고 있다. '지방소멸' 망령의 출몰 아래 일제 수입 불량품으로서의 지방소멸론의 허구와 문제점, 개발주의 지역정책의 파탄 실태, 효율성과 경쟁력 함정에 빠진 압축도시·메가시티론 비판, 생활인구·관계인구·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점 진단과 대안 제언, 우리 사회를 재구성할 기회로서 인구감소 문제 진단 그리고 지역 위기를 결과한 외생적 개발에서 지역의 힘으로 지역을 살릴 내발적 발전으로 지역개발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주창하며 '지역소멸론'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2장에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성장 중독을 심화하는 GDP 신화 비판과 국민총행복의 관점에서 지역 재생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경제 성장 지상주의가 가져온 지역 위기의 실태, 성장은 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민낯,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지 격차 사회와 기후 악당 및 식량 위기 진단, 정치인들의 성장팔이와 성장 중독의 실태,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GDP 신화의 허구성 비판과 국민총행복론 제시 그리고 국민총행복을 위한 농업·농촌의 역할 규명 등을 통해 지역 재생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3장에서는, 지역을 살리는 농정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동안 농촌을 파탄시켜 지역 위기를 가속한 생산주의 농정에서 다기능 농정으로의 전환,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다원적 가치 규명, 농촌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뒷받침하고 인구감소와 지역 위기 극복의 기본 조건으로 역할을 할 농어촌 주민에 대한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농산어촌 주민수당') 시행 방안, 국민에게 건강한 먹을거리와 먹을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책 대안,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서 농정 틀 전환과 대통령의 역할 주문 등 지역을 살리는 농정 혁신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4장에서는, '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관점에서 농정대전환을 위한 일곱 가지 농정 개혁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농업 보조금에서 농업공익기여직불로 농업 재정 개혁, 지역개발보조금에서 농산어촌 주민수당으로 지역개발 재정의 혁신, 기후위기·식량위기 대응과 국민의 먹을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만약 제 역할을 한다면 농촌 문제 절반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는 농협 개혁, 국가 권력이 자행해 온 농지 수탈과 절반에 이르는 비농민 농지 소유의 악순환을 근절할 진정한 농지제도 개혁, 우리 민족의 정체성인 '쌀' 문제를 해결하고 근본적인 식량 안보를 도모할 식량자급률 제고 대책 그리고 농어촌과 도시 간 삶의 질 격차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주민행복권 보장과 이를 위한 읍·면·동 주민자치 부활 등, 농정대전환을 위한 농정 개혁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수확을 앞둔 보리밭을 자전거를 탄 농민이 지나고 있다. 2022.5.26
ⓒ 연합뉴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일제 불량품 '지방소멸론'의 허구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관료, 학계, 언론이 합작하여 끊임없이 '지방소멸'을 선동하며 또다시 지역을 중앙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성장 팔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제 불량품 '지방소멸론'의 원조인 일본의 <마쓰다 보고서>는 아베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지역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적 산물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에 매몰되어 이른바 지방 시대, 기회 발전 특구, 지방소멸대응기금, 메가시티, 압축도시, 농촌 유토피아, 스마트팜 등 대책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만든 일본 정부조차 '지방 창생'이라는 긍정적 표현을 사용하는데, 왜 유독 우리만 '지방소멸'을 강조하는 것일까?

저자는 줄곧 지역을 살리는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있다.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 지방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소멸'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백가쟁명식 '지방소멸'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도움은커녕 오히려 이런 정책 때문에 '지방소멸'을 가속할 것이다. 지방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에 의해 소멸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농촌문제, 지역문제를 논의하고 진정한 대책을 강구하는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경제성장주의 그리고 중앙과 자본을 위한 지역개발정책을 극복하고,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한다면,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저자의 진단과 대안 제시는 오늘 우리 사회의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한 절실한 처방전으로 다가오며 희망을 품게 한다.

저자는 이번에 〈강요된 소멸〉을 내면서 그 자매 편인 〈지역리더의 유쾌한 반란 – 박진도가 만난 13인의 지역을 바꾸는 사람들〉(휜소나무, 2024.3.18.)도 함께 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위기 속에서도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신념과 희망을 주민과 함께 온몸으로 실천하며 지역을 살리고 있는 지역 리더들의 이야기다. '지방소멸론'의 망령과 허구적·기만적 지역 정책에 맞서 '주민의 자치와 협동에 기초한 순환과 공생의 지역 만들기'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강요된 소멸'에 맞서는 '지역 리더들의 유쾌한 반란'을 만날 수 있다.

〈강요된 소멸〉은 저자가 평생 '지역을 바꾸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가지고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 온 결과물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처한 지속 불가능의 위기에 맞서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재생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나침판이 될 것이다. 특히 국민총행복과 지역 재생의 방책을 책임져야 할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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