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소프트 파워' 외교 내조…우크라 아동 그림 전시·사리 환지본처

송오미 2024. 5. 2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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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자 출신…우크라 아동 그림전 직접 기획
金·젤렌스카 여사 긴밀한 협력이 이뤄낸 성과
일제 때 유출 사리, 100년 만에 환수…역할 톡톡
대통령실 "순방 외교 노력, 성과 드러나는 중"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찾아 아이들과 메시지 종이를 다 같이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약 5개월간의 잠행을 깨고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 여사는 전시 기획자 출신답게 문화·예술을 매개로 외교 활동을 펼치면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문화·예술·공공외교 등의 영향력)를 향상 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고 있는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관람했다. 지난 16일 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으로 올해 첫 공개 행보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단독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전시회에는 10~12세 우크라이나 어린이 작가들의 작품 155점이 소개돼 있다.

이번 전시회 성사 배경에는 김 여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역할이 컸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5월 젤렌스카 여사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두 달 후인 7월 12일 김 여사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그림 전시를 관람했고, 젤렌스카 여사에게 한국에서 그림 전시회를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사흘 뒤 윤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에도 김 여사는 재차 한국 전시회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화답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7월 15일(현지 시각)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김 여사와 젤렌스카 여사의 환담 직후인 8월부터 양국 문화부 간 전시 협력 논의가 시작됐지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내부의 불안정과 연락 수단 제한, 작품 운송 위험 등의 어려움으로 수 차례 중단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전시회와 관련해 "전쟁으로 인한 어린이의 인권 문제와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치유를 응원하기 위한 한국·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의 노력과 양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양주 회암사지 특설무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 여사는 지난 19일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경기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제'에 참석해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돼 있다가 100년 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한 가섭불·정광불·석가불·나옹선사·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 귀환을 축하했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반출 후 100년 만의 환지본처다. 특히 사리가 공개되는 것은 고려 후기 사리탑 봉안 이후 600년 만에 최초다.

이번 사리 반환에는 김 여사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남북불교계는 사리와 사리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보스턴미술관과 반환 협상에 나섰지만, 사리만 반환하겠다는 미술관과 사리구와 사리가 함께 반환돼야 한다는 문화재청 입장이 엇갈리며 2013년 이후 반환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4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이 소장한 사리와 사리구를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반환 논의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해 10년 만에 반환 논의가 재개됐고, 지난 달 보스턴미술관이 조계종에 사리를 기증하는 형태로 환지본처가 이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난 15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조계사를 찾은 윤 대통령에게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에 사리 반환 논의를 적극 요청하는 등 사리 본지환처에 큰 역할을 해 모셔올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한 바 있다. 김 여사의 19일 행사 참석도 불교계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순방 외교를 펼치면서 했던 여사의 노력이 하나둘씩 성과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여사가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한국의 국제사회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소프트 파워'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중추 국가 위상에 걸맞는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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