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석 얻고도 이재명 장외투쟁…"팬덤 한풀이 정치" 野도 우려

손국희 2024. 5. 23.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국회 본관 앞 천막, 서울역 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는 실력 행사 차원으로, 주로 친명계 초선 당선인이 장외 투쟁에 앞장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21일에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장외로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특검법 재의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자”며 국회 천막 농성장에서 ‘난상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저녁 7시부터 3시간가량 천막 농성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고, 일부 당원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야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당선인, 지지자까지 모여 천막에 불을 밝히고 정권을 성토한 심야 농성”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토요일인 25일에는 야당 및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역 일대에서 열리는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규탄 집회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한 이래 줄곧 압도적인 원내 1당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175석을 획득했고, 연합 전선을 구축한 조국혁신당(12석)을 합치면 187석에 달한다. 그런 민주당이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연일 실력 행사에 나서자 “대화와 타협, 의회 정치가 실종된 22대 국회의 예고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장외 투쟁 명분은 채상병 특검법이다. 하지만 여당은 물론 특검법에 동의하는 민주당 인사들조차 투쟁 방식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잖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충분히 국회의 틀 안에서 항의할 수도, 대안을 모색하고 토론할 수도 있는데 벌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단순히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모색하는 차원을 넘어 “강성 팬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허탈감을 채워주는 ‘한풀이 정치’로 변질될 조짐”(비명계 의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분노하는 것도, 집회에 나가는 것도 자유지만, 제1당인 민주당이 분노 자극에만 편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앞세우지만, 이면에는 ‘추미애 국회의장 탈락’ 등으로 촉발된 강성 당원의 분노를 장외에서 달래려는 포석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1일 밤 국회 본관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원, 지지자들과 '난상토론'을 진행했다. 김정재 기자

이미 민주당에서는 당원권 강화 등 성난 당심(黨心)을 달랠 ‘당근’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원내대표는 물론 국회의장 경선까지 권리당원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자는 공개 주장이 분출했다. 친명계 김민석 의원이 ‘10% 반영’을 처음 언급하자 곧바로 “20% 정도는 반영돼야 한다”(장경태 의원), “50% 비율을 적용하자”(양문석 당선인) 등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의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듯한 행태”라며 “당내에서 저런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은 국가 지도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나선다. 재의결되려면 국민의힘 의원 17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결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같은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