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공 리스크'가 문제라는 용산 "국토장관 절대 해선 안될 말 했다" [흔들리는 공직사회]

김기환, 박태인, 정진호 2024. 5.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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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 차를 맞은 용산 대통령실이 ‘늘공(직업공무원)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각 부처가 발표한 ‘KC 미인증 직구 차단 및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등 설익은 정책들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정책과 기강이 모두 문제라는 게 용산의 인식이다.

정부 부처 한 사무관의 PC 화면 캡처. 과장이 수정하면 ‘과수’, 국장이 수정하면 ‘국수’로 파일명을 저장하는 식이다. [사진 독자]

대통령실은 정책의 이면과 여론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늘공 중심 사고’를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으로 진단한다. 특히 지난 20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검토 발표를 한 뒤 하루 만에 “고위험군 대상에 한정된다”며 주워담은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정책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쾌감은 상당했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진 회의에선 “최소 1000만 인구가 영향을 받는 정책을 아무 정무적 고려 없이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 “용산이 모든 정책을 챙길 수 없는 상황에서 부처별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등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지난 13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다”고 한 발언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 용산 참모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정책 리스크에 민감한 건 총선 대패 이후에도 검찰 인사 논란,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여사 리스크까지 이어지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 때문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결국 국면 전환 카드는 정책밖에 없는데, 정책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3주간 세종시 정부 부처 및 소속 기관을 중심으로 ‘공직 기강 특별점검’을 했다. 공무원이 출근 시간 및 점심시간을 지키는지, 허위 출장이나 음주 등 불미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는지 등을 체크했다. “공직사회에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 주기 바란다”(지난달 16일 국무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조치다. 국조실은 부처 감사관실마다 공문을 보내 ‘부처 간 엇박자, 부처 이기주의, 기(旣)발표한 정책의 추진 지연 사례’ 등도 중점 점검사항으로 명시했다. 각 부처는 내부 기강 점검 계획을 세워 이달 말까지 국조실에 제출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민정수석 신설 이후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 비서실장 직속이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민정수석실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마다 힘이 빠지면 청와대(대통령실) 권한을 키웠다. 연일 공직 기강을 다잡고 민정수석을 복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공직 복무점검을 상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가에선 “총선 패배의 불똥이 공무원에게 튀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한 과장은 “올해만 벌써 몇 번째 복무 점검인지 모르겠다. 정권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며 “책상만 지키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라고 권하면서 구시대적으로 점심시간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공무원만 다잡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기환·박태인·정진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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