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나 홀로 사회’의 명암

2024. 5. 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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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저출생과 고령화, 그리고 지방 소멸 등 인구 변동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인구 변화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라고 말한 이는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다. 인구 변동은 예정된 미래다.

인구 통계 가운데 최근 내 시선을 끈 것은 1인 세대 통계다. 행안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 중 혼자 사는 1인 세대는 1002만1413세대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2400만2008세대의 41.8%를 차지했다. 열 세대 중 홀로 사는 세대가 네 집이 넘으니 우리나라는 이제 ‘나 홀로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 1인 세대, 1000만 시대 개막
본격적인 ‘나 홀로 사회’ 도래
연령별 맞춤형 복지 추진하고
가족 중심 복지정책 보완해야

이 통계에서 주목할 것은 연령 구간에서의 규모와 비중이다. 먼저 그 규모에서 60대(60∼69세) 1인 세대는 185만1705세대로 가장 많았다. 30대(30∼39세)는 168만4651세대, 50대(50∼59세)는 164만482세대를 기록했다. 한편 연령층 인구 비중을 살펴보면 3월 말 기준 60대 인구가 769만 명, 30대 인구가 656만 명임을 고려할 때 30대 가운데 혼자 사는 이들의 비중이 60대의 비중 못지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가 함의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나 홀로 세대의 두드러진 두 축이 30대와 60대라는 점이다. 전체 1인 세대에서 30대와 60대를 합한 비중은 35.3%를 차지한다. 다른 하나는 그 원인과 배경이 연령층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60대가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 살고 있다면, 30대는 취업과 주거 요인에 따른 비혼 경향 등으로 혼자 살아가고 있다.

시선을 지구적 차원으로 돌리면 나 홀로 사회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구사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나 홀로 세대를 이루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2017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덴마크, 핀란드, 독일도 1인 가구의 비중이 40%를 웃돌고 있다. 이들 나라의 청소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정으로부터 독립한다.

서구사회에서 나 홀로 세대의 원인 및 배경은 여럿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 이혼·별거로 인한 가족 해체,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독신가구의 증가, 그리고 젊은 세대의 비혼·만혼 추세의 강화 등이 주요 요인이다. 그 원인과 배경이 다양한 만큼 나 홀로 세대는 빈곤, 일자리, 안전 등 여러 사회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서구사회의 경우 나 홀로 사회의 도래에 대응해 특히 고령세대를 위한 돌봄시스템 혁신과 공동주택 보급 등의 복지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서구사회든 우리 사회든 청년 세대에서 고령 세대에 이르는 나 홀로 세대가 갖는 공통의 문제 중 하나는 사회적 소외감이다. 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선보인 이는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다. 허츠는 『고립의 시대』에서 외로움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훼손하고 타인의 존재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21세기에 들어와 전 세계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주변화됐다고 느끼는 사람들, 한때 지지했던 정당이 자신에 관심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극단적 포퓰리즘과 팬덤 열풍에 몰려드는 것은 나 홀로 사회의 정치·문화적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의 나 홀로 세대에 대해서는 연령별, 성별, 지역별 맞춤형 복지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연령층에 따라 1인 세대 증가의 원인 및 배경이 다른 만큼 각 연령층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나 홀로 2030세대의 경우 주거 문제에 주목해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 정책을 폭넓게 추진해야 한다. 나 홀로 6070세대의 경우는 의료서비스와 고독사 문제에 주목해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노인복지를 다각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나 홀로 사회는 개인에게 자유로움과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동체로부터 멀어지는 나 홀로 사회는 쓸쓸하고 고립된 삶과 마주하게 한다. 나 홀로 사회에 대해 분명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나 홀로 사회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자기중심적 예단은 삼가해야 한다. 둘째, 개인과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일궈가야 한다. 셋째 자녀가 있는 부부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의 복지 정책에 1인 가구의 인간적인 생활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적극 보완해야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은 가정의 달을 상징한다. 시인 박목월은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地上). 연민(憐憫)한 삶의 길”(‘가정’)로서의 가족을 노래한 바 있다. 연민의 다른 이름은 사랑과 돌봄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이다. 이제 사랑과 돌봄과 헌신을 국가와 시민사회가 가족을 대신해 떠맡아야 하는 시대 앞에 우리나라는 서 있다. 찬란한 5월, 이 애틋한 가정의 달에 떠오르는 나 홀로 사회의 명암에 대한 사회학자의 생각을 여기 적어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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