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유승민·한동훈·홍준표' 잠룡 존재감 경쟁 '점입가경'…與 내부는 '한숨'

김민석 2024. 5. 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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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규제' 정책 두고 韓·吳·劉 갈등
洪은 계속 '한동훈 때리기'…존재감은 '쑥'
대권주자들 "신경전 돌입했다" 전망 우세
하지만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푸념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국민의힘 내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존재감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당내에서 아쉽다는 소리가 나온다. 함께 힘을 모아 총선 참패를 이겨내야할 상황에, 리더십 공백을 노린 주자들이 자기정치에 몰두하는 게 당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단 푸념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해외 직구 규제 논란'이다. 정부가 'KC 미인증 해외 직구금지 정책'을 내놓자마자 여당 내 잠룡들이 한꺼번에 달라붙으면서다.

포문을 연 건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지속하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며 "값싼 제품을 해외직구 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면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피해를 본다"는 글을 게재했다.

뒤이어 최근 지속된 '목격담 정치'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메시지를 냈다. 한 위원장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개인 해외 직구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총선 참패와 관련한 글을 올린 이후 한 전 위원장이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낸건 약 한달 만이다.

한 전 위원장은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글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 양재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노출하거나, 이튿날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저녁을 함께하는 등 간접 활동에서 직접 활동으로 스탠스를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해당 사태는 정부가 지난 19일 해외직구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글을 올려 참전하자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히 '처신'이라는 표현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유 전 원내대표와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21일 페이스북에 "나의 의견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오 시장에게 반격했다. 유 전 원내대표도 "여당 정치인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건 무슨 억지냐"라며 "오 시장의 논점 일탈은 SNS 금지령으로 귀결되는 것이냐"라고 불편함을 전했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당내에선 차기 대권주자들이 존재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다수 있었음에도, 총선이 참패로 끝나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빠진 현 상황에서 설전을 벌이는 모습 자체가 존재감 확보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위기 뒤 찬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총선 패배 직후인 지금이 당의 구세주로 떠오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며 "최근에 이슈 하나에 이렇게 많은 당내 인사가 목소리를 내는 걸 본적이 있느냐. 사실상 차기 대권 경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대권주자로 여겨지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동훈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홍 시장은 지난 21일 "총선을 말아 먹은 애(한동훈)한테 또 기웃거리는 당내 일부 세력들을 보고 이 당은 가망이 없다고 봤다"며 "더 이상 자신 없으면 당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는게 좋지 않느냐"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처럼 잠룡들의 신경전에 당내 갈등 조짐도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이철규 의원은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홍 시장을 향해 "당의 분란이 오는 말씀들은 조금 줄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 좋다. 아무도 안 따라나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웅 의원도 22일 페이스북에 "누가 들으면 30년 간 당 지킨 줄 알겠다"며 홍 시장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신경전이 현 상황에 전혀 도움 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은 당을 다시 세워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읍소해야 할 때가 아니냐"라며 "백서도, 전당대회도, 심지어 정부 정책에도 일희일비하는 걸 보면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가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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