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사태' 이재명, 오히려 기회 삼나…'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 천명 [정국 기상대]

김은지 2024. 5. 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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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선거 당원 의견 반영해야" 목소리 분출
당원 탈당 만류하며 '당 변화' 촉구 줄 잇고
'의장 탈락' 추미애는 "욱하지만 남아 있다"
전문가들 "길게 보면 독배, 중도 확장 제한"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강성 당원의 입김이 세지는 방향으로 당을 가다듬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 여파에 따른 강성 당원들의 당 지지 철회 움직임을 의식해, 이재명 대표까지 앞장서 '당원 권리 강화' 약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원 탈당'은 이재명 대표에게는 위기가 아니라, 역으로 당권과 대권 가도를 위한 '기회'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직접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당원들의 권리 강화'란 '당근'을 던지는 움직임이 지속해 포착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당원 중심 정당'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당은 1만명 이상이 탈당계를 접수했다며 탈당 수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는 등 추미애 당선인(하남갑)을 의장 후보로 뽑지 않은 의원·당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이어갔다.

민주당은 당장 이날부터 23일까지 1박 2일로 열리는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선 입법 과제와 원내 전략을 점검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첫번째 세션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된 것 중 하나가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있었다는 진단이 있었다"며 "당원 500만 시대에 있어서 이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에 대한 정당 호감도가 개선됐다"라며 "유능하고 소통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잘 이끌어가서 이후에 개혁 과제로, 우선 추진 과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내 일각에선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의 의견을 50%까지 반영하자는 의견까지 고개를 들었다. 전날 국회본청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에서 양문석 당선인은 "일반 시민 50%, 권리당원 50% 참여로 뽑힌 국회의원 후보가 총선을 통과했다"면서 "원내대표를 뽑을 때도, 우리 당의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때도 똑같이 국회의원 50%, 당원 50% 비율을 적용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김민석 의원도 국회의장 경선 등에 당원 의견이 10% 이상 반영되는 룰을 제시하면서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는 변화의 반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날 난상토론에 참석한 한 당원은 "(국회의장 경선이) 결국 관례도 법도 아니고 개인의 이익과 친분에 의해 투표했다는 것에 당원들이 열을 받고 화내는 것"이라며 "왜 (의원들을) 우리가 뽑아줬는지, 국회의원의 할 일이 무엇인지 본인이 직무가 뭔지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알았다면 결코 그런 행동을 안 했을 것 같다. 초심을 잃은 것 같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 대표는 최근 강성 당원들을 향해 "당원도 당원 권한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관련한 실무 작업으로는 기존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대의원 50%·권리당원 50% 투표로 진행됐던 데서 나아가,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안이 다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원 참여 확대 목소리가 자꾸 나오는 것을 두고,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의 '이재명 연임론' 강화와 연관돼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20대 대선을 계기로 당에 대거 유입됐다.

급기야 '당원 권한 강화' 이슈를 증폭시킨 당사자 추미애 당선인이 직접 등판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이날 추 당선인은 강성 당원들의 탈당을 만류하는 동시에 우원식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 의원과 당선인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추미애 당선인은 전날 저녁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성윤 당선인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내가 세상 살아보니까 성질대로 다 안 되더라. 욱하는 마음도 있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되기도 한다"라며 "여의도에 계신 분들은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조준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이렇게 남아 있지 않으냐. 그러니 민주당을 탈당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강성 당원들의 권리 강화는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에 독배가 될 것이란 관측이 거세다. 대권을 바라봤을 때도 '중도층 확장'이 요원해질 수 있단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퇴임한 김진표 국회의장도 전날 '당원권 강화 움직임'을 "진영정치와 팬덤 정치의 나쁜 폐해"라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란 지적을 했다.

전문가들 역시 표면상으로만 '직접민주주의'의 지향일 뿐, 실제론 당내 민주화가 강성 당원들에게 발목이 잡히면서 역행을 할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당권 연임을 위해 팬덤·강성 당원의 등에 얹혀가야 되겠다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지만 이재명 대표가 정말 대권까지 가려고 하면 국민의 민주당을 보여줘야 한다. 강성 당원들은 어느 정도가 되면 페이드아웃이 되고, 그 다음 중도를 수용할 수 있는 정당과 당원 구조로 가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길게 보면 손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 지금은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아예 일극 체제를 더 공고히 한 다음, 어느 정도 되면 이제 중도정당으로 약간 포지셔닝을 해보자는 전략이 혼재된 것 같다"라며 "그것은 전략일 뿐이고, 그렇게 (강성 당원 중심으로) 공고히 된 다음에는 우회하거나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길게 보면 악재이고 독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당내 민주화를 해 (당원) 100%로 당대표를 뽑고 뭘 결정하고자 했더니 어떤 현상이 일어났느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명심을 따라 결정하는 식이 됐다"며 "당내 민주주의의 형식은 따라가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강성인) 그런 사람들로 당원들이 많이 채워지고 그러니, 어떻게 보면 역행을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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