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듣던 두음법칙, 뜻 풀어보면 '머리 소리' 얘기입니다

이준만 2024. 5. 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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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쓸모 있는 우리말 맞춤법, 한자로 된 단어에만 적용하는 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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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만 기자]

대한민국 국민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두음법칙'이란 말을 들어는 보았으리라 짐작한다. 그런데 정작 '두음법칙'이 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성싶다. 물론 '두음법칙'이 뭔지 잘 설명할 수 없어도 언어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한국어 사용자의 뇌 속에 있는 언어 처리 장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말을 토해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두음법칙을 깔밋하게 설명하는 것도 꽤나 있어 보이는 일 아니겠는가.

먼저 두음 법칙과 관련한 한글 맞춤법 규정을 살펴보자. 한글 맞춤법의 두음 법칙에 관련한 규정은 세 개 항에 걸쳐 있다.

제10항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제11항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

제12항  한자음 '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는다. 

제10항 규정에 따라  '여자 녀(女)' 자가 단어 첫머리에 오면 '녀성(女性)'이 아니라 '여성'이라 적는다. 두음 법칙은 단어 첫머리에서만 적용되므로, 단어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남녀(男女)'와 같이 본래의 소리로 적는다. '요소(尿素)'와 '당뇨(糖尿)', '익명(匿名)'과 '은닉(隱匿)' 또한 제10항 규정의 예이다.

제11항 규정의 예로 '어질 량(良)' 자를 들 수 있다. 단어 첫머리에서는 '양심(良心)'이라 적어야 하지만, 단어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선량(善良)'과 같이 적어야 한다. '용궁(龍宮)'과 '쌍룡(雙龍)', '유행(流行)'과 '급류(急流)'도 기억해 두면 좋겠다.

제12항 규정의 예로는 '즐거울 락(樂)' 자를 들 수 있다. 단어 첫머리에서는 '낙원(樂園)'이라 적지만, 단어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쾌락(快樂)'과 같이 적어야 한다. '내일(來日)'과 '왕래(往來)', '뇌성(雷聲)'과 '낙뢰(落雷)'를 기억하면 도움이 될 터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이 두음 법칙의 거의 모든 것이다. 지금까지가 '거의 모든 것'이라고 했으니,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는 말이다. 다음 단어들의 밑줄 친 부분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보자.

 1. 空念佛(공○불)      2. 男尊女卑(남존○비)      3. 陣列 (진○)    4. 百分率(백분○)      5. 重勞動(중○동)      6. 非論理的(비○리적)      

1~6의 밑줄 친 글자들의 본래 소리는 각각 '념, 녀, 렬, 률, 로, 론'이다. 이 글자들은 단어의  첫머리에 쓰이지 않았으므로 한글 맞춤법 제10항~제12항 규정에 따르면 본래 소리로 적어야 한다. 그럴 경우 각 단어들은 다음과 같이 적어야 한다.
  
1. 공념불     2. 남존녀비     3. 진렬     4. 백분률     5. 중로동     6. 비론리적

일반적인 한국어 사용자라면 단박 이상하다고 생각할 터이다. 1~6의 밑줄 친 글자들은, 단어의 첫머리에 쓰이지는 않았지만 두음 법칙의 적용을 받는 경우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적어야 한다.

1. 공염불     2. 남존여비     3. 진열     4. 백분율     5. 중노동     6. 비논리적

한글 맞춤법에서는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또는 'ㄹ' 소리가 나더라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의 '1, 2, 5, 6'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염불', '중노동', '비논리적' 등은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고, '남존여비'는 합성어이다.

또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라는 규정이 있다. 하여 '진렬', '백분률'이 아니고 '진열', '백분율'이라고 적어야 한다. '선율', '비율', '실패율', '나열', '분열' 등도 이 규정에 따른 표기이다.

이쯤에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맞춤법이 먼저 생기고 사람들이 맞춤법에 따라 언어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6의 경우 두음 법칙의 적용을 받는 상황이 아니지만, 웬일인지 두음 법칙을 적용하여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것을 규칙화했다고 해야 마땅하리라.

이렇게 두음 법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뭔가 매우 복잡해 보인다.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자, 누군가 두음법칙이 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시라. 우리말의 두음, 즉 머리소리에 오는 자음에 제약이 있는 법칙이고, 우리말 머리소리에 쓰이는 데 제약이 있는 자음은 'ㄹ'과 'ㄴ'이라고.

한 가지 더. 'ㄹ'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말 머리소리에 쓰이지 않고 'ㄴ'은 뒤에 'ㅣ' 모음이나 'ㅣ'를 포함하고 있는 모음, 즉 'ㅕ', 'ㅛ', 'ㅠ'가 결합하는 경우에만 우리말 머리소리에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리발소(理髮所)'는 '이발소'가 되고, '래일(來日)'은 '내일'이 되고, '력사(歷史)'는 '역사'가 된다. 또 '닉명(匿名)'은 '익명'이 되고,  '년세(年歲)'는 '연세'가 되고, '뇨소(尿素)는 '요소'가 되고, '뉴대(紐帶)'는 '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두음 법칙은 한자어로 된 단어에만 적용된다. 외래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라디오', '라면'과 같은 단어들을 우리 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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