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현대마린 IPO·조선 수주 ‘두 토끼’ 잡다 [CEO LOUNGE]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5.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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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불렸던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재계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으로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수주, 실적도 날개를 달면서 HD현대를 이끌어온 정기선 부회장(42) 경영권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1982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MBA/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HD현대 사장/ 2023년 11월 HD현대 부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HD현대마린솔루션 IPO 성공

5년 내 매출 2배 키우기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첫날인 5월 8일 시가총액 7조2850억원을 기록하며 유가증권 시장 50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HD현대마린솔루션 주식은 공모가(8만3400원) 대비 43.8% 높은 11만9900원에 시초가를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96.5%(8만500원) 오른 16만3900원에 장을 마쳤고, 이후에도 20만원을 넘나들며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6년 11월 출범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의 통합 유지, 보수, 개조와 디지털 솔루션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전문 회사다. 지난 4월 25~26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255.8 대 1 경쟁률에 25조원 규모의 청약증거금을 모을 정도로 시장 관심이 뜨거웠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선박 애프터마켓(AM) 등에 투자해 향후 5년 내 매출을 2배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물류센터 구축, 고도화와 함께 선박 관리 회사 인수, 수리 조선소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AM은 글로벌 조선 업황과 상관없이 현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알짜 사업으로 불린다. 선박 수명은 보통 25~30년인데 이 기간 동안 부품 정비, 교체 등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은 일반 선박 대비 유지보수 비용이 1.5~2배가량 높아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 조선사의 알짜 사업을 밖으로 빼낸다는 지적도 있지만, CO2 규제로 친환경선 개조, 스마트십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전문적, 효율적으로 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기선 부회장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회사다.

정 부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고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5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상무로 승진했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을 역임했

다. 이후 대표이사를 처음으로 맡은 회사가 바로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다.

당초 선박 AS 역할에만 그쳤지만 2016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후 정 부회장이 직접 수장을 맡으면서 친환경 선박 개조·유지·보수, 선박 디지털화를 통한 스마트 선박 플랫폼으로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혔다. 덕분에 2020년 매출 9607억원, 영업이익 1614억원을 기록해 매출 1조원 회사로 우뚝 섰다. 이후에도 실적이 우상향을 그리면서 지난해 매출 1조4305억원, 영업이익 2015억원을 기록했다.

뚜렷한 성과를 인정받은 정 부회장은 지주사인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 핵심 기업 대표이사 자리를 꿰차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최근 HD현대 자사주 11만여주를 사들이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5월 초 매수 금액은 75억원으로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기존 5.26%에서 5.4%로 높아졌다.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으로 HD한국조선해양 수주가 날개를 달면서 내부적으로 고무된 모습이다. 올 들어 5월 6일까지 HD한국조선해양 수주 규모는 111억달러로 벌써 연간 수주 목표(135억달러)의 82%가량을 채웠다. 올해 한 달 평균 수주액이 28억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5월 중 연간 목표를 넘어서 역대 최단 기간 내 연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 목표치를 빠르게 채우는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친환경 선박 수주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은 화물창 등 탄탄한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수익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손꼽힌다.

덩달아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HD현대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조5144억원, 영업이익 79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1%, 영업이익은 48.8%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1602억원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 조선업 불황을 딛고 턴어라운드했다는 평가다.

우려의 목소리도

해운 공급 과잉에 노조 리스크까지

물론 안심할 때는 아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점차 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머지않아 호황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선박 발주가 2021년부터 이어진 만큼 글로벌 해운 시장에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1분기까지는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 호조를 보였지만 2분기부터는 이런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연구소는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조선 ‘빅3’가 주로 수주한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발주가 올 4월부터 급감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사는 암모니아 운반선, 탱커 등으로 독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척당 수주 금액은 LNG 운반선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LNG 운반선 발주가 계속 줄어들 경우 머지않아 HD한국조선해양 매출, 영업이익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계 조선 1위인 중국 추월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 1034만CGT(표준선 환산 t수) 가운데 중국이 약 487만CGT를 수주했다. 전체의 47.1%를 차지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449만CGT(43.4%)로 중국을 바짝 뒤쫓고 있지만 컨테이너선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연구소는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조선사들이 과거 일본이 수주하던 중형선 시장을 잠식한 데다 대형선까지 영업력을 확대하는 등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 수주 선종이 일부 선종에 집중되는 데다 인력난으로 생산 시스템 안정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한국이 중국 조선사 점유율을 넘어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조 리스크도 무시 못할 변수다.

노조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없애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정년 1년 연장 요구가 불발됐는데, 올해는 ‘5년 연장’ 카드를 꺼내들면서 사측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이 글로벌 조선 업황 악화로 수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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