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계절 왔다…상승 기류 타는 항공주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5.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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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인데…

해외여행이 많은 여름은 항공사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엔데믹 이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성수기를 맞는 항공주 투자자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항공사들의 양호한 1분기 실적도 투자자 기대치를 높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항공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항공주가 4월 중순 이후 반등하는 흐름이다. 다만 항공주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B787-9’. (대한항공 제공)
LCC 줄줄이 최대 실적

일본·동남아 노선 회복

항공주는 연초 이후 4월 중순까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최근 들어 반등하는 모양새다. 연초 환율과 국제유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며 항공주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항공사는 매출원가의 30% 이상을 항공유 결제에 사용하고, 항공기 리스 비용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과 국제유가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에 항공주 대부분은 4월 중순까지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항공업계 대장주 대한항공은 올 들어 4월 16일까지 주가가 16%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6%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4월 17일부터 5월 14일까지 대한항공 주가는 10% 반등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역시 7% 상승세를 보였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주가 흐름도 비슷한 양상이다. 연초부터 4월 16일까지 제주항공(-10%)과 에어부산(-15%) 모두 주가가 두 자릿수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5월 14일까지는 각각 6%, 13%씩 상승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1분기부터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연초부터 5월 14일까지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주가가 각각 15%, 16%씩 올랐다.

항공주 반등은 본격적인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난 영향이 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제선 여객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2169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도의 94%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과 동남아 노선 수요 강세가 여객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일본 노선 여객이 623만명으로 50% 증가했으며, 동남아 노선도 26% 늘어난 563만명을 기록했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되며 항공사 실적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 1분기 매출 3조8225억원, 영업이익 43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도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7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6조5321억원, 영업이익 400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CC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하다. 줄줄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4223억원, 영업이익 751억원을 달성했다. 1년 전보다 각각 28%, 6% 늘어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진에어 역시 1분기 매출은 22% 증가한 4303억원, 영업이익은 16% 늘어난 985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티웨이항공도 1분기 매출

4230억원, 영업이익 753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 대열에 합류했다. 1분기 매출 2722억원, 영업이익 709억원을 기록한 에어부산도 마찬가지다.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한 국제선 여객 급증으로 국내 항공사 실적이 대체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며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CC는 물론, 대한항공 역시 화물 물동량 회복과 가파른 여객 성장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중국 노선 회복 기대감

보복 여행 수요 고점 우려도

다만 향후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항공주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2분기 이후 계절적 호황과 중국 노선 반등까지 더해 본격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이재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여행 수요가 현 수준을 넘어서는 도약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원화 약세와 K팝 열풍을 타고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 수요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점은 연중 항공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분기 이후 일본과 미주 노선의 호실적이 지속되고 유럽과 중국 노선이 점차 회복하며 업황 호조를 이끌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회의론도 팽배하다.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여행 수요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온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과 동남아로 향하는 국제선 여객은 전월 대비 각각 10%,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4월이 여행 비수기라는 점에서 이 같은 감소폭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미 국제선 여객이 2019년 대비 90% 중반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점에서 여행객 증가폭이 더 커지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는 가파르게 증가한 여행 수요가 항공사의 비용 상승 부담을 메꿔줬다”면서 “올 1분기까지 국제선 여객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이처럼 수요 증가가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구간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갈수록 항공사 비용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항공사들은 기자재 도입을 늘리고, 일본의 소도시 노선을 확대하는 추세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비용 상승 요인이다. 외부 환경도 비우호적이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고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미국 법무부 승인을 남겨두며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아직까지 승인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대한항공 본격적인 주가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LCC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 합병 시 진에어를 필두로 한 국내 최대 LCC가 탄생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국내 5개사 합산 여객 점유율은 49%에 달한다. 외항사를 제외하면 이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국내 항공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순수 LCC로 남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전략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처럼 ‘박리다매’식 점유율 확보보다는 대한항공 연합이 주도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가져가는 전략이 매출 극대화에 유리할 수 있다. 이 같은 항공 시장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업체가 투자 관점에서 유망할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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