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재건축 누구도 ‘포킨’ 넘을 수 없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4. 5. 22.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누도’로 시끌시끌한 그곳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포레나킨텍스’ 아파트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주엽역 4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주엽역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걸으면 도로 양쪽으로 문촌마을15단지와 16단지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두 단지 모두 1993년과 1994년 준공한 구축 아파트다.

킨텍스 방향으로 조금 더 걸으면 일산신도시에서 보기 힘든 새 아파트 단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포레나킨텍스’다. 2019년 2월 준공한 이 단지는 총 6개동, 최고 49층에 1100가구로 구성됐다. 주엽역에서 도보로 약 22분 소요되는 단지로 지금 당장 역세권 아파트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산에 몇 안 되는 신축 아파트라는 점과 내년부터 GTX-A노선 킨텍스역 초역세권 단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019년 입주 당시 전용 84㎡ 기준 7억~8억원에 거래됐던 이 단지는 2020년 이후 부동산 상승기와 맞물려 급등했다. 2021년 11월에는 해당 면적이 14억7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15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소 침체되면서 덩달아 단지 가격도 하락 추세다. 2022년 하반기에는 13억원 전후로 거래되더니 지난해는 11억원 전후로 시세가 확 꺾였다. 급기야 올해 3월에는 저층 매물(4층)이 10억원에 거래되는 등 10억원 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 나온 매물은 전용 84㎡ 기준 10억~11억원대에 형성됐다.

포레나킨텍스가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일산신도시 여러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 단지는 사업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중 상당수는 포레나킨텍스와 비교해 3호선 지하철역과 가깝다. 반면 포레나킨텍스의 경우 GTX-A노선을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기존 일산 구축 아파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산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재건축 후 새로운 단지들은 포레나킨텍스보다 낮은 수준에 시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산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포레나킨텍스 시세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단지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경기도 분할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는 경기 남부와 북부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북부 지역에 포함되는 도시는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동두천시, 가평군, 양주시, 연천군, 의정부시, 포천시, 파주시 등이다. 지난해 2월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분도와 관련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포레나킨텍스와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경기 북부 지역 10개 도시 내 여러 아파트 단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경기도 분리 시 포레나킨텍스 등은 경기도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가 될 전망이다.

다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명칭 ‘평화누리특별자치도’에 대한 반대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도 분리와 함께 새로운 명칭에 따른

거부감이 일산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 반대 확산

일산신도시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

“ ‘평화누리자치도(경기북도 분도)’를 반대합니다.”

최근 경기도민청원에 올라온 게시물 중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글이다. 5월 올라온 이 글은 순식간에 4만6543명(5월 13일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경기도민청원은 1만명 이상 동의할 경우 도지사가 직접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청원인은 “분도가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인구 소멸 시대에 행정력을 나눌 명분이 빈약하고 분도에 따른 세금 낭비, (분도가) 경기 북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며, 결국 경기 남부는 더 발전하고 북부는 더 낙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역 분리 정책을 즉각 멈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을 비롯해 경기도 북부 지역 일부 기초지자체 SNS에도 새 이름과 분도를 반대하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새 명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1기 신도시 일산이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명칭 자체가 재건축 사업은 물론 향후 집값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집값에 예민한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평누도(평화누리특별자치도) 아파트를 누가 살까” “평화누리라는 말 자체도 촌스럽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분리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지만 ‘명칭’만큼은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분당, 광교, 동탄 등을 살펴보면 현재 수도권은 ‘이름값이 곧 집값’이라 여기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는데 경기 북부 새로운 명칭이 향후 일산신도시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 기대하지만

추가분담금 부담에 반등 쉽지 않을 듯

최근 일산 부동산 시장은 경기도 분리 움직임과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침체가 길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일산동구 장항동에 있는 킨텍스원시티(2블럭) 전용 84㎡는 지난 2월 12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3월 한때 같은 면적 매물이 16억5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현재 나온 매물도 전용 84㎡ 기준 12억 중반대에 호가가 형성됐다. 동탄2신도시와 달리 일산의 경우 GTX-A노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29일) 기준 고양 집값은 0.01% 상승했다. 덕양구는 0.06% 상승했지만 일산신도시가 위치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각각 0.04%, 0.01% 하락했다. 올해 누적으로 살펴보면 고양시는 4월까지 0.46% 내렸다. 같은 기간 덕양구는 1.15% 오른 반면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각각 1.66%, 1.6% 하락했다.

일산동구 장항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연말 GTX-A노선 킨텍스역이 개통 예정이지만 동탄과 달리 이곳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가끔 한두 건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매수 문의가 많지 않고 집값 역시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GTX와 함께 일산이 기대하고 있는 또 다른 카드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정부는 5월 말 도시별 선도지구 규모와 선정 기준을 발표한다. 도시별 선도지구는 최소 1~2곳에서 최대 4곳으로 1기 신도시 전체 재건축 규모는 약 3만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일산을 포함해 1기 신도시 재건축 희망 단지들은 올 하반기(7~12월)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도지구는 신도시별 주택 재고량의 5~10% 수준에서 결정한다. 총 주택 수가 6만9000가구인 일산은 최대 6900가구까지 지정될 수 있다.

국토부는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주민 동의율’을 꼽았다.

일산에서는 강촌마을1단지(동아)와 2단지(한신), 백마마을1단지(삼성)와 2단지(극동삼환) 등 주요 통합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사전 동의율 80%를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단지 집값은 뚜렷한 상승 곡선 없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백마마을1단지 전용 101㎡의 경우 지난해 11월 8억2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3월 8억원, 4월에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조금씩 하락 추세다. 선도지구 기준 등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으면 집값 반등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산동구 마두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실수요자와

강승태 감정평가사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