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에도 앞장섰던 신경림 시인

강홍구 2024. 5. 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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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신경림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님이 별세하셨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시민사회의 어른이셨던, 신경림 선생님은 환경운동에도 앞장서셨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환경보호라는 입장에서는 산업화 또는 개발이 즉 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산업폐기물을 감시하고 핵발전소나 댐의 무리한 건설을 반대하는 캠페인이 환경운동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강홍구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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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별세, 향년 89세... 입으로만 떠드는 환경운동 경계

[강홍구 기자]

 
▲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쓴 대표 민중시인 신경림 별세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민중시인 신경림 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연합뉴스
  22일 신경림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님이 별세하셨습니다. 향년 89세. 삼가 고인의 평안과 안식을 빕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시민사회의 어른이셨던, 신경림 선생님은 환경운동에도 앞장서셨습니다.
 
환경 파괴의 가장 큰 주범이 산업화와 그에 따른 개발인 것을 누가 모르랴. 산업화는 대량 생산을 가져오고 그것이 다시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있는 얘기다. 그래서 적어도 환경보호라는 입장에서는 산업화 또는 개발이 즉 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산업폐기물을 감시하고 핵발전소나 댐의 무리한 건설을 반대하는 캠페인이 환경운동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고 있다.
- 월간 함께사는길 통권 53호 (1997년 11월), 나의 제언 중


선생님께서는 환경운동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운동의 성과는 가시적이고 부분적인 개선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하염없이 뒤로 후퇴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반 환경정책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같은 하수상한 세월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핵발전소와 무분별한 댐건설 같은 근본적인 환경파괴처럼, 무한경쟁을 부득이하게 만든 전 지구적인 자본주의 체제라는 "구조적인 한계"의 벽에 부딪칠 때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만만치 않은 과제들입니다. 
 
우리가 하기라는 것은 실은 간단한 것으로 조금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덜 먹고 덜 쓰는 것이다. 누릴 수 있는 편리는 다 누리고 실컷 먹고 마시며, 머리에 띠나 두르고 목소리나 높이는 환경운동을 나는 신용하지 않는다. 남편과 마누라와 자식이 각각 차를 가지고 종일 돌아다니며 대기를 오염시키고, 점심은 아무리 바빠도 교외로 나가 가든이라는 데서 배터지게 먹어제켜 음식찌꺼기로 강물을 더럽히고, 대문 앞에는 매일처럼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내놓는 소위 환경허무주의적 환경운동가가 과연 우리 주위에 없는가. 환경은 우리들 하나하나가 근검절약하는 자세로 살지 않고는 보호되지 않을 것이다.
- 월간 함께사는길 통권 53호 (1997년 11월), 나의 제언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환경허무주의"를 경계하셨습니다. 주어진 한계에 안주하고 자포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 스스로의 실천부터 강조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여전히 따끔한 죽비가 되어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운동하는 사람의 겸손과 성찰하는 자세는 2024년 현재에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흐름이 되어서! 지난 2000년 동감댐의 백지화를 기념하는 행사의 자료집은 선생님의 시로 시작합니다. 선생님께서 하늘로 다시 돌아가신 날에, 이 시를 다시 한번 더 음미해 봅니다.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흐름이 되어서!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바꿔 부릅니다. 흘러라 금강, 이 땅의 흐름이 되어서!
 
 22일 신경림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님이 별세했다. 향년 89세.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시민사회의 어른이셨던, 신경림 선생님은 환경운동에도 앞장섰다. 월간 함께사는길 통권 53호 (1997년 11월), 나의 제언 중
ⓒ 월간함께사는길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흐름이 되어서

신경림

저 아름다운 비슬나무와 돌단풍산이
팔과 다리를 움추리고 죽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산마루에 우뚝 솟은 소나무와 굴참나무들이
독한 냄새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천년 우리의 땀과 눈물이 밴 우물가와 방앗간 터가
돌이킬 길 없는 어둠과 죽음에 묻히면 다시는
황초롱이도 비오리도 찾아와 날지 않으리라
고여 썩는 물 속에서 숨을 헐떡어리며
우리에게 보낼 어름치와 묵남자루의
원망스런 눈길이 보이지 않느냐
우리들의 노래가 칙칙한 물속에
손발을 늘어뜨린 채 쓰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
기쁜과 슬픔의 이야기들이
죽음으로 널브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
더 많은 물을 얻어 더 잘 살기 위해서라지만
따스한 동굴과 포근한 강변을 물에 묻어
천년을 함께 살아온 반딧불이와 수달이
날개를 늘어뜨리거나 어깨가 쳐져서
갈곳 없어 비슬거리게 해서는 안된다
이 나라에 넘치는 땅희 향기가
갑자기 악취로 바뀌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것을 낳으면서 더 많은 것을 기르면서
더 많은 것을 살리면서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덧붙이는 글 | 강홍구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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