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페어 찬성! [시카고] 최정원 & 티파니 영

김미나 2024. 5.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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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여자들, <시카고> 최정원과 티파니 영의 All That Jazz!
튜브 미니드레스 Lehho. 귀고리 Tani by Minetani. 장갑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벨마’와 ‘록시’가 함께 화보를 찍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A : 최정원(이하 ‘정원’) 무엇보다 〈코스모폴리탄〉, 제가 진짜 좋아하는 매거진이에요. 그걸 또 (티)파니와 함께하게 되니까 저는 무슨 오디션에 붙은 것처럼 행복했죠.(웃음)

A : 티파니 영(이하 ‘티파니’) (정원) 선배님은 저희 모두의 디바기 때문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정말정말 영광입니다.

Q : 곧 뮤지컬 〈시카고〉의 13번째 시즌이 막을 올리죠.

A : 티파니 그래서 요즘 눈뜨면 연습실이에요.(웃음) 지금은 각자 연습한 것들을 앙상블과 함께 합을 맞추는 단계고, 〈시카고〉 오리지널 팀 감독님들까지 투입된 상태예요.

A : 정원 오리지널 팀 장인들이 와서 우리가 만들어둔 〈시카고〉를 좀 더 1920년대 버전으로 바꾸고 있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면 〈시카고〉의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밥 포시를 실제로 만나고 있는 느낌이에요. 〈시카고〉의 안무가 몸을 약간 구부리고 절제하는 동작이 많은데, 이번 시즌엔 이걸 더 극대화해서 표현하려고 해요. 마이클 잭슨도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 중 하나예요. 〈시카고〉 안무를 보면 마이클 잭슨의 춤이 떠오르는 이유죠.

A : 티파니 생각해보면 소녀시대도 밥 포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소원을 말해봐’, ‘The Boys’, ‘Oh!’ 등을 담당한 안무가 리노 나카소네가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인물이 바로 밥 포시죠.

Q : 이번 〈시카고〉는 지난 시즌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겠네요.

A : 정원 밥 포시의 안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즌이 될 거예요. 손동작이라든지 허리 각도 등 디테일이 좀 더 간드러지게 수정됐어요. 근데 그 절제하는 동작이 과격한 안무보다 훨씬 힘들어요.

A : 티파니 그래서 더 멋있고요.

드레스, 타이츠 모두 Fabiana Filippi. 부츠 Charms.

Q : 두 분의 인생에서 〈시카고〉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A : 정원 〈시카고〉에 나오는 수많은 대사와 노래 가사, 작품의 철학이 제가 추구하는 삶과 많이 닮았더라고요.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고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메시지. ‘All That Jazz’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난 누구의 여자도 아니야, 내 인생을 사랑해.” 이게 정말 제 인생관 그 자체죠.(웃음) 2000년 〈시카고〉 초연에서 지금 파니가 하는 ‘록시 하트’ 역할로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벨마 켈리’를 맡고 있어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데, 저는 두 캐릭터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어 행운이었죠. 무엇보다 〈시카고〉는 제가 참여한 모든 공연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한 작품이라 더 특별하죠.

Q : 티파니 님도 〈시카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로 유명하잖아요.

A : 티파니 미국에서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시카고〉예요. 그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고, 21살이 되던 해 소녀시대 ‘Gee’ 활동으로 한창 바쁘고 지쳐 있던 시기에 최정원 선배님의 〈시카고〉 공연을 보게 됐어요. 그때 속으로 ‘저거다!’를 외쳤고, 〈시카고〉는 줄곧 버킷 리스트 같은 작품으로 남아있었죠. 그로부터 10년 뒤, 십수 년 만에 ‘록시’ 뉴 캐스트를 캐스팅한다는 거예요! 이제 막 30대를 시작하는 저로서는 그 오디션을 절대 놓칠 수 없었죠. 그래서 ‘록시’의 모든 대사와 노래를 외워 제작사를 찾아간 거예요.(웃음) 캐스팅되고 나선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저를 향해 모아진 기분이었어요. 저에게 〈시카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무대 경험이 쌓일수록 더 멋져 보이는 작품이에요.

Q : 최정원 님의 ‘벨마’를 보며 그 무대를 꿈꾸다니, 완전 〈시카고〉 그 자체잖아요!

A : 티파니 맞아요! 그래서 오디션장에서도 말했죠. “저보다 ‘록시’를 사랑할 사람은 없습니다, 감독님!”이라고요. 그 진심이 통했던 것 같아요.(웃음)

A : 정원 〈시카고〉는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마당놀이’ 같은 거예요. 무대나 의상에 변화가 거의 없이 배우들의 춤, 노래, 연기만으로 무대가 채워지죠. 그래서 배우 개개인의 역량도 굉장히 중요해요. 지난 시즌부터 파니가 합류했는데 팬데믹 상황임에도 전석 매진됐고, 이번에도 프리뷰 회차 예매가 열리자마자 2분 만에 매진이 됐죠. 저는 파니 덕분에 〈시카고〉가 더 대중화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번 시즌에는 정선아 배우가 ‘벨마’ 역에 뉴 캐스트로 캐스팅됐죠. 이렇게 시즌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매력의 배우들을 만나는 게 저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Q : 서로의 무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도 궁금해요.

A : 티파니 저는 (정원) 언니의 리허설, 웜업만 봐도 너무 즐겁고 언니의 핫 보디와 피부색을 보며 힐링해요. 언니가 저의 워너비죠. 그리고 언니 공연을 볼 때면, 공부하기 바빠요.(웃음)

A : 정원 파니는 원석 자체가 정말 예쁜 느낌이에요. 그 원석에는 ‘벨마’와 ‘록시’의 성향이 모두 있죠. ‘록시’ 캐릭터는 이기적이고 푼수 같은 면이 많지만, 실제 파니는 배려심이 굉장히 깊고 이성적이기도 하죠. 아는 것도 많아요. 1920년대의 어떤 음악을 얘기하면 모르는 게 없고요, 위스키를 한 잔 마시더라도 설명이 술술 나오죠. 뮤지컬밖에 모르는 제게는 그런 파니가 되게 신기해요.(웃음)

A : 티파니 (웃음) 리서치하는 걸 좋아해요.

A : 정원 그래서 파니랑 대화하면 정말 재밌어요. 얼마 전엔 파니가 제 공연을 보러 오면서 샴페인을 선물해줬어요. 그냥 준 게 아니고요, “언니, 이게 마릴린 먼로가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딱 한 잔 마시는 거래요” 이러는 거예요. 그 한마디로 저는 이 샴페인을 먹을 때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마릴린 먼로가 되는 거죠.(웃음) 그런 발상이 정말 러블리하지 않나요?

(티파니 영)튜브 미니드레스 Acne Studios. 귀고리 Tani by Minetani. (최정원)톱, 드레스, 귀고리 모두 Ferragamo.

Q : 아까 티파니 님이 ‘록시’와 ‘벨마’ 성향을 모두 지녔다고 했는데, 언젠가 티파니가 연기하는 ‘벨마’도 볼 날이 올까요?

A : 정원 그럼요. 저는 모든 ‘록시’가 한 번쯤은 ‘벨마’에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되게 좋은 전율과 짜릿함이 있거든요. 파니가 ‘벨마’ 하는 날이 오면 제가 또 ‘마마 모튼’이라는, ‘벨마’랑 제일 베프인 역할을 맡아서 “야~ 벨마,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이런 대사도 할 수 있겠죠.(웃음)

A : 티파니 지금은 ‘벨마’를 꿈꿀 순 없지만, 나중에 연륜이 쌓이고 오디션 기회가 온다면 또 열심히 준비해봐야겠죠?(웃음) 뉴 베이비 록시도 키우고요!

A : 정원 (민)경아가 있잖아.

A : 티파니 사실 윤아와 서현으로 충분해서 더 이상 동생을 안 키우기로 결심했는데(웃음) 소녀시대 외에 유일하게 친한 여동생이 민경아 배우밖에 없어요.

A : 정원 경아에게 완전 영광이네.(웃음)

A : 티파니 민경아, You are my new favorite actor!(웃음)

Q : 이번 시즌엔 ‘벨마’ 역에 정선아 배우가 합류했다고요.

A : 정원 선아가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하는 트리플 캐스팅이죠. 선아가 저처럼 무대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줄 생각이에요.

후드 드레스 Acne Studios.

Q : 그나저나, 지금 X의 실시간 트렌드 1위가 최정원 님의 뮤지컬 〈하데스타운〉 캐스팅 소식이에요!

A : 티파니 어머, 오늘 공개됐구나! Legend! 선배님은 정말 모든 여성 후배를 위해 길을 개척하고 계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아무도 못 따라갑니다.

Q :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 역할에 젠더프리로 캐스팅됐죠.

A : 정원 사실 오디션을 굉장히 오래 준비했고 결과도 한 계절을 기다렸죠. ‘헤르메스’ 역할을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진행하는 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시도하는 거라 걱정되기도 했는데, 캐스팅이 공개되고 나니 상 받은 날보다 더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죠.

셔츠, 글리터 스커트 모두 Valentino. 귀고리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 본인 소장품.
원숄더 드레스 Self-portrait.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최정원 님이 전 인터뷰에서 “뮤지컬은 모난 돌을 맨들맨들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이라고 얘기했죠. 〈시카고〉는 24년 동안 얼마나 다듬어졌나요?

A : 정원 제가 그런 말을 했나요?(웃음) 근데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삶이나 사람으로 인해 아프고 상처받았던 경험이 뮤지컬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표현의 폭이 넓어지고 연기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이제 〈시카고〉 무대는 놀이터에 나가는 기분이죠. 그런 질문을 늘 받아요. 24년 했는데 아직도 떨리냐고. 물론 떨리죠. 근데 두렵거나 스트레스받는 게 아니고 정말 놀이터에 나가기 전의 기분 좋은 떨림이에요.

Q : 컨디션이 안 좋다가도 〈시카고〉의 첫 번째 넘버인 ‘All That Jazz’를 하고 나면 회복된다고요.

A : 정원 전 세계 모든 뮤지컬 중에 〈시카고〉만큼이나 오프닝이 멋있는 게 또 있을까요? 저는 이걸 천 번 했어도 매번 전율을 느껴요. 밥 포시 특유의 포즈로 리프트를 타고 등장하는데 모든 앙상블이 저를 쳐다보고 있어요. 그다음에 습~~ 하~~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죠. 이걸 할 때마다 내 몸은 암에 걸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모든 게 치유되는 느낌이랄까요.

A : 티파니 맞아요. 언니가 등장할 땐 관객들까지 숨을 참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A : 정원 그리고 커튼콜이요. 무대 위에서 배우의 이름을 불러주는 유일한 커튼콜이 바로 〈시카고〉예요. “신사 숙녀 여러분, 티파니 영, 최정원이었습니다!” 이렇게요. 앙상블까지 모두! 그 어떤 뮤지컬도 커튼콜에서 배우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시카고〉를 너무 사랑하고 커튼콜에서 관객의 박수를 받을 때면 너무 감사해 돈을 막 나눠주고 싶어요.(웃음) 관객석에 1만원씩 깔아놓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죠.(웃음)

시폰 보디슈트 YCH. 귀고리 The Future Rocks. 슈즈 Christian Louboutin.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티파니 님이 가장 애정하는 넘버는 뭐예요?

A : 티파니 ‘Nowadays’랑 ‘Hot Honey Rag’. 마지막에 모자 쓰고 춤추는 피날레인데 “삶의 지혜를 우리가 알려드릴게요”라고 속삭이면서 부르는 노래거든요. “살고 싶은 인생 찾아. 원하는 인생 살아요”라면서요. 스스로한테도 얘기하고 관객에게도 얘기하죠. 극은 끝나가지만 새롭고 위대한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라 굉장히 짜릿해요. 그 넘버는 처음부터 최애였는데 바뀌지가 않네요. It’s very magical.

Q : 2024년 〈시카고〉의 관전 포인트를 귀띔해준다면요?

A : 정원 재즈 바에 왔다는 생각으로 즐겼으면 좋겠어요. 앞서 〈시카고〉는 마당놀이 같다고 했잖아요. 관객이 호응하고, 박수 치고 응원해줘야 더 시너지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연장에서 위스키도 좀 팔고 맥주도 팔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는 다 그렇게 하거든요. 관객이 돈을 주고 뮤지컬을 보는데 즐겨야지. 우리나라는 관객을 꽉 묶어놓고 ‘조용히 해, 움직이면 안 돼’ 이렇게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그보다는 극장 어셔들도 퍼스트 클래스에서 승무원들이 하듯이 관객을 좀 친절하게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막 소리치면서 “휴대폰 끄세요!” 하는 것보다는요.

A : 티파니 저는 〈시카고〉에 팬데믹 때 합류해 이번이 관객의 함성을 듣는 첫 공연이에요. 관객석이 100% 꽉 차 있기도 하고요. 저희가 스트레스를 다 풀어드릴 테니 와서 즐겨주세요. 오픈 날 저희 극장으로 모시겠습니다!(웃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부심이 들고 짜릿하네요!

(최정원)재킷, 쇼츠, 슈즈, 귀고리 모두 Dolce & Gabbana (티파니 영)레이스 드레스, 쇼츠, 슈즈 모두 Dolce & Gabbana. 귀고리 Tani by Minetani.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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