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14개 클럽을 28개처럼 쓰는 비결: 그립 내려 잡기

이은경 2024. 5. 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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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어렵지 않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식 경기에서 플레이어는 골프 클럽을 몇 개까지 휴대할 수 있는가?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 애독자라면 충분히 정답을 알 것이다. 모른다고? 설마! 정답은? 열 네 개이다. 열 네 개가 넘으면? 페널티를 받는다. 더 자세한 규칙 이야기는 훗날 하기로 하자. 오늘은 규칙 이야기를 깊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골프 클럽 개수를 열 네 개로 제한하는 규칙은 지난 1938년에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클럽 개수를 제한하지 않았느냐고? 그랬다. 제한이 없었다. 그래서 훨씬 많이 들고 다녔다. 몇 개나 들고 다녔냐고? 보통 스물 다섯 개쯤 들고 다녔다고 한다.

스물 다섯 개라니! 요즘 쓰는 캐디백에는 다 담을 수도 없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많이 들고 다녔는지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다양한 거리를 내려고 그런 것이다. 혹시 돈 많다고 자랑하려고 클럽을 더 여러 개 들고 다녔느냐고? 날카로운 독자이다. 그런 골퍼도 많았다.

스물 다섯 개가 보통이니 캐디는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스틸 샤프트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보다 샤프트가 훨씬 무거웠다. 클럽 개수가 많다 보니 코스 어딘가에 흘리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을 터이다. 클럽을 찾느라 플레이를 지체하는 일이 허다했을 것이다. 클럽을 선택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그래서 결국 클럽 개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열 네 개로 제한했느냐고? 열 다섯 개면 딱 좋겠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열 네 개로 정한 것이다. 스틸 샤프트가 처음 나온 그 시절에는 아이언 1번부터 9번까지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거기에 퍼터 한 개와 우드 몇 개를 더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독자는 열 네 개 클럽을 가지고 라운드를 하면 충분하던가? 분명히 아쉬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조금 더 짧은 우드가 하나 더 있었으면 하고 말이다. 더 긴 하이브리드 클럽 하나가 아쉬웠거나. 웨지를 하나 더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 기량이 상당한 골퍼가 틀림 없다. 드라이버를 하나 더 갖고 다니면 좋겠다고? 드라이버 하나는 페이드용으로 하나는 드로우용으로 맞춰서! 천재이다. 

진정한 골퍼라면 실수로라도 클럽 하나를 더 담고 다니면 찜찜할 것이다. 친선 라운드라도 마찬가지이다. 열 네 개로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열 네 개를 스물 여덟 개처럼 만드는 비결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윙을 더 작게 하는 것이다. 백스윙을 덜 해서 도움 닫기 구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그립 내려 잡기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초크 다운(Choke Down)이다. 초크 다운은 목을 바싹 조인다는 뜻 정도로 뱁새 김 프로는 이해하고 있다. 

그립 내려 잡기라는 말만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면 이미 기량이 상당한 골퍼가 틀림 없다. 실전에서 그립 내려 잡기를 당연히 여기는 수준이 되려면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립 내려 잡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그립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짧게 잡고 치는 것을 말한다. 아주 쉬운 기술이다. 보통 때 보다 살짝 더 내려 잡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거리 조절이 된다. 똑같은 스윙을 해도 거리가 덜 나간다. 뱁새 경험으로는 대략 다섯 발짝 정도 덜 나간다. 아이언으로 칠 때 이야기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다른 클럽은? 클럽에 따라 차이가 난다. 드라이버라면 열 발짝은 덜 나간다. 웨지라면 서너 발짝 차이가 나고. 클럽을 전부 손가락 한 마디씩 짧게 내려 잡고 친다면? 클럽 개수가 곱절로 늘어나는 셈이다. 

에이, 퍼터는 짧게 잡고 치나 마나 아니지 않느냐고? 무슨 이야기를 하면 꼭 트집 잡을 궁리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 애독자는 아닐 것이다. 퍼터도 짧게 잡기를 익혀 놓으면 써먹을 데가 있다. 바로 심한 내리막 경사에서 어떻게든 달래서 살살 굴려야 할 때이다. 이럴 때는 손가락 한 마디가 아니라 더 많이 내려 잡아도 좋다. 그립이 아니라 퍼터 샤프트의 쇠 부분을 잡을 정도로 말이다. 

웨지도 마찬가지이다. 짧게 잡고 풀 스윙을 할 때 거리를 파악해 놓으면 분명히 점수가 좋아진다. 웨지가 세 개라면 풀 스윙 거리가 여섯 개가 되는 식이다. 벙커샷을 할 때도 초크 다운을 하면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56도 웨지로 벙커에서 시원하게 휘두르면 열 다섯 발짝쯤 나간다고 치자. 그런데 남은 거리가 열 두 발짝이라면? 그립을 내려 잡는 것이 답이다. 짧게 잡고 늘 하던 대로 스윙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달래서 치려다가는 실수하기 쉬우니까.  

아이언을 짧게 잡는 비결은 이미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많다. 거리가 애매하게 남았을 때 더 긴 클럽을 들고 짧게 잡고 치는 것 말이다. 이것이 더 짧은 클럽으로 있는 힘껏 휘두르는 것 보다는 훨씬 정확하다. 과학적으로 왜 그런지는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경보에서 배우는 지혜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이니 찾아보기 바란다. 

짧게 잡기는 우드에서도 아주 유용하다. 3번, 5번, 7번 우드를 다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캐디백에 빈 자리가 있다면 말이다. 3번 우드를 손가락 한 두 마디 짧게 잡고 시원하게 휘두르면 5번 우드가 된다. 일종의 우드인 드라이버도 마찬가지이다. 달래서 치면 실수할 것 같고 3우드 티샷은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불안하다면? 드라이버를 짧게 잡고 풀 스윙 하는 것이 정답이다. 

클럽 선택을 늘 고민하는 골퍼라면 그립 내려 잡기를 꼭 기억했다가 실천하기 바란다. 하이브리드를 번호 별로 다 갖추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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