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식 7찬"…'효도밥상' 차리다 '반찬공장' 만든 마포구청장

김민진 2024. 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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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밥상 1년, 지난달엔 반찬공장 만들어
부족한 예산 10억 후원금 모아 운영
박강수 구청장 "전국 모범 시스템 만들겠다"
"초고령 대책 제대로 안 만들면 큰 혼란"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1일 기자들에게 마포구의 노인복지 통합 서비스인 효도밥상과 반찬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일주일에 하루만 드시게 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드셔야 건강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나라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가 예산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구(區) 예산 조금에, 마포구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금 덕분에 사업이 이렇게 커졌습니다.”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요.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50%가 노인입니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고, 자살률 1위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결과에요. 자식들한테 무한대로 퍼주는 정서도 문젭니다. 자식들에게 모든 유산을 물려주고 어르신들은 버림받는 겁니다. 효도밥상, 효도숙식경로당, 효창구 등 효시리즈를 계속할 겁니다.”

2년 전 지방선거에 ‘75세 어르신 무상급식’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사진)이 일을 벌였다. 어렵사리 구 예산을 마련해 지난해 4월 '효도밥상'을 시작했다. 반찬값보다 두 세배 더 들어가는 인건비 때문에 ‘반찬공장’을 지어 지난달 준공했다.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고, 필요한 인력의 상당 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있다.

21일 오전 박 구청장이 효도밥상 급식 기관이 있는 마포구 망원동 쌈지마당(공원) 옆 경로당으로 기자들을 불렀다. 3억원의 구 예산, 10억원의 후원금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지금까지 이뤄낸 결과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박 구청장의 발언과 기자와의 대화 내용을 인터뷰로 꾸몄다.

Q. 효도밥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전국 최초 ‘주민참여 효도밥상’은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 6일 균형 잡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효 서비스에요. 음식을 드리면서 안부 확인, 건강관리, 법률·세무 등과 연계한 상담까지 가능한 원스톱 노인 통합서비스죠. 작년 4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1년 남짓 됐습니다.”

21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마포구 효도밥상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보건소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Q. 식사만이 목적은 아니군요.

“식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에요. 식사 서비스를 통해 갑자기 출석하지 않는 어르신은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합니다. 식사에 나오신 어르신들은 공동체 소속감을 느끼고 여기서 친구도 사귑니다. 여기 나오시면 보건소 방문간호사들이 날짜를 정해 건강 상담과 당뇨·혈압 체크도 해줍니다.”

Q. 식사는 어디서 줍니까.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땐 마포구 내 7개 급식 기관에서 독거노인 160명에게만 드릴 수 있었어요. 지금은 급식 기관이 33곳으로 늘었고, 하루 이용 인원은 1000명가량 됩니다. 이걸 하반기에는 1500명까지 늘릴 거에요. 일주일에 6일 점심을 드리는데 그중 하루(토요일)는 밀키트 등 대체식을 드립니다. 지속해서 드려야 건강에 도움이 되지요.”

Q. 고령자는 누구든 와서 먹어도 됩니까.

“아닙니다. 마포구 인구 36만명 중 75세 이상이 2만7000명입니다. 그중에서 거동할 수 있고 결식 우려가 있는 독거노인이 대상자 1순위입니다. 노부부만 사는 경우 2순위 등 원하시는 분 중 선정해서 식사할 수 있는 분들을 미리 등록합니다. 재산이나 생활 형편으로 급식대상자를 가리지는 않습니다.”

Q. 무상으로 하니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예산이 문제였죠. 국비, 시비, 구비로 시작하려 했지만, 벽에 부딪히자 포기 상황에 이르렀는데 구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1년 남짓 10억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그 후원금으로 효도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1억원을 후원한 개인도 있고, 재산 전부를 사후에 기부하기로 약정해주신 분도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게 후원해주시는 소액 기부자들께도 감사한 마음이지요(마포복지재단에서는 효도밥상 1인 1구좌 갖기 후원자를 모집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1일 망원유수지체육공원 내 반찬공장 앞에 세운 후원자 표지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민진 기자 enter@

Q. 예산 문제는 숙제일 것 같습니다.

“전국 40~5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효도밥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마포구에 왔지만 실시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었어요. 예산 문제 때문에 선뜻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예산 한계를 넘어서서 효도밥상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보완해 나가려고 합니다.”

Q. 반찬공장도 만들었네요.

“처음엔 반찬을 사서 급식했는데 반찬값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걸 알고, 망원유수지체육공원 터에 반찬공장을 지었습니다. 여기서 조리, 취사, 포장해서 각 급식 기관으로 날라다 줍니다. 급식 기관은 교회나 절, 동주민센터, 경로당 등이 많습니다.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을 위해 대기업인 CJ프레시웨이와 계약을 맺었는데 여기서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가격을 많이 깎아줬습니다. 320명의 효도밥상 자원봉사자가 있습니다. 이분들이 있기에 이 사업이 가능한 겁니다.”

시식을 위해 21일 기자에게 제공된 '효도밥상'은 국을 포함해 1식 7찬이 나왔다. 사진=김민진 기자 enter@

Q. 반찬이 7가지나 됩니다.

“입맛에 맞고 건강하게 드실 수 있도록 반찬 가짓수를 늘렸습니다. 멀리 사는 자녀들이 ‘부모님 화색이 좋아지셨다’, ‘안심된다’면서 구청으로 연락해 감사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16개 동주민센터 옥상에 스마트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자재값이 만만찮아서 직접 채소를 가꿔서 제공하려고 합니다. 주말농장에서 수확을 제때 못하는 분들이 연락해주시면 효도밥상 봉사단이 가서 수확해 수확물을 밥상에 올릴 계획도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이 사업을 어디까지 확대할 생각입니까.

"올 연말까지 하루 2000명 정도 드실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정부나 시에서 예산을 조금 지원해 준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르신 정책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초고령사회가 우리에게 엄청난 혼란의 시대가 될 겁니다. 더욱 열심히 해서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노인 원스톱 복지시스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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