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열린 민족주의 지향” “청교도 신앙 전통 계승”

김아영 2024. 5. 2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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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웨이크신학포럼
민경배 박사·박조준 목사 조명
국제독립교회연합회가 주최한 제3회 웨이크신학포럼이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CTS아트홀에서 열렸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가 역사신학자 민경배 박사의 민족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국제독립교회연합회(웨이크·총회장 정인찬 목사)와 웨이크사이버신학원이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CTS아트홀에서 공동개최한 제3회 웨이크신학포럼에서는 한국교회에 큰 획을 그은 1934년생 구순 동갑내기 신학자와 목회자를 주제로 했다. 역사신학자 민경배 박사와 웨이크 설립자인 박조준 목사의 신학과 목회 활동이 집중 조명됐다.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초대 원장인 민 박사는 한국교회 역사신학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선구자다. 박 목사는 ‘올곧은 삶’으로 복음을 전한 한국교회 원로다. 박 목사는 영은교회 영락교회 갈보리교회에서 사역했으며 서슬 퍼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불의에 당당히 맞선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은 웨이크신학포럼에서 신학자들이 민 박사와 박 목사를 조명한 발표 내용 축약본.

△이상규 전 고신대 부총장=‘한국기독교회사’ 등 50여권 저서와 7권 역서, 180여편 논문 등을 남긴 민 박사는 한국교회와 학계, 신학계, 목회 현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연구를 통해 하기오그래피(hagiography)에 그쳤던 한국교회사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고 객관·실증적인 연구의 기초를 제공했다. 책 ‘한국기독교회사’는 한국 최초의 통사로서 ‘한국교회사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고 그의 다양한 연구서들은 후학들을 위한 표준적인 안내서다. 이뿐 아니라 개혁교회 전통을 잇는 교회관, 한국교회에 대한 민족교회사적 인식, 역사 이해에 있어서의 내연과 외연의 현상학은 그의 독창적인 역사관이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그동안 민족이라는 개념이 외세 또는 제국주의와 대칭된 차원에서 언급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의 가장 중요한 투쟁 대상이 서양 기독교 세력 특히 미국이 됐다. 한국교회 역시 그 입장이 난처하게 됐는데 한국교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문화 전달자로서 한국 문명화에 앞장서 왔다.

민족은 개신교의 핵심 단어였다. 성경을 강조하는 개신교는 자국어 성경을 사랑했으며 개신교가 들어가는 곳에 언제나 민족의식이 함양됐다.


이렇듯 민족에 대한 엇갈린 이해 속에서 민 박사의 민족에 대한 이해는 한국교회사 연구에서 나타난다. 먼저 한국의 기독교는 서구 제국주의처럼 식민지 확장을 위한 도구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친민족이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서구적 개념의 민족주의는 국민 개개인이 주인 대접을 받는 민주국가인데, 이 국가를 형성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바로 한국에 들어온 개신교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개신교는 시민의식을 가지고 민족운동을 벌일 수 있는 집단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족교회 형성에 복음주의적 신앙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민 박사의 민족 개념은 서구 기독교와 힘을 합쳐서 민족을 부강하게 만드는 현실적 개념으로 ‘열린 민족주의’라 할 수 있다.

△류금주 한국교회사학연구원장=민 박사가 기반을 둔 교회사 연구의 장은 연세대와 한국교회사연구원이었다. 1956년 연희대(연세대 전신) 조교 시절부터 가르치기 시작해 1999년 정년까지 44년간 교수 활동을 했다. 연세 신학에서 초대 학장을 역임한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부터 백낙준 초대 연세대 총장, 민 박사의 연결은 1997년 6월 창립된 한국교회사학연구원의 주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민족교회 사학자로 알려진 민 박사의 사관은 ‘민족교회사관’이었다. 그가 한국 교회사를 서술할 때 민족은 반드시 교회와 관련해서 다뤄져야 한다고 봤다. 민 박사의 대표적 역사 방법론은 ‘신앙 내연-외연’인데 이는 역사의 사명론까지 확대한다. 개인이 하나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을 때는 개인 혼자서 감당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감당할 능력도 주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명은 능력이 된다. 이것이 내연이외연(內燃而外延)이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박 목사의 목회 사상은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지도자인 리처드 백스터의 목회 사상과 같다. 한국교회가 미국 청교도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받았고 이 복음을 한경직 목사가 이어받았다. 한 목사의 복음 신앙과 목회 사역 방식은 박 목사에게 이어졌다.


박 목사는 신군부 독재 시절 목회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권력에 굴하지 않았으며 조작된 외화 불법반출 죄목으로 기소돼 박해받고 영락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임까지 했으나 청교도적 목회 원리(성경적 설교, 예배와 전도, 경건 생활 강조)에 따라 갈보리교회를 개척해 성장시켰다.

한국 기독교가 지금의 선교 대국이 되기까지 그 배경에는 초기 선교사들이 전한 청교도 복음이 있는데, 청교도 신앙 전통을 이어받은 박 목사가 성도들을 향해 성경적 복음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조성현 부산장신대 교수=‘들리는 설교’가 되려면 설교의 효과성과 진정성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박 목사의 설교는 본문에 충실하며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 중심의 로고스가 있어서 생동감이 넘친다. 박 목사의 설교에는 에토스가 언제나 드러나는데, 설교를 통한 인격의 전달이라는 차원에서 좋은 설교자의 모델이 되며 신행일치를 이룬다. 박 목사의 성경적인 로고스 설교, 감성적인 파토스 설교, 예언자적 에토스 설교를 통해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 강단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김석주 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교수=MZ세대 등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 교회가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공정성을 잃어버렸으며 도덕 불감증, 예배의 위기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목사의 ‘청년 설교’에서 실천 지향적인 교육 목회적 대안을 발견했다. 박 목사는 교회의 가치 회복을 위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에 대한 실천적 신앙 교육을 제시했다. 둘째로는 공정의 기준을 하나님에게 두도록 했다. 칭찬이나 책망하는 근거 역시 말씀에 있도록 해야 한다.

도덕 불감증으로부터의 회복을 위해 기독 청년들에게 신앙적 측면에서 경건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예배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독 청년들이 먼저 복음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하도록 교육한 뒤 하나님과의 진정한 만남이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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