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무의 휴먼 & 펫] 꽃가루가 괴로워요…반려동물 알레르기
퇴근 후 운동을 위해 가급적 매일 남산을 산책하고 있다. 다른 계절에도 남산을 오르는 길은 좋지만, 남산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 국립극장 쪽에서 오르는 남산 산책길 입구 화단에는 예쁜 꽃들이 만발해 있고, 산책길 곳곳은 꽃향기가 짙게 깔려 있다. 이 아름다운 길을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많은 시민들을 마주친다.
산책하는 반려견을 보면 발걸음이 경쾌하다.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길을 산책하는 것은 반려견에게도 육체적·정신적으로 유익한 경험이다. 하지만 모든 반려견에게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반려견의 피부 가려움증을 상담하다 보면 꽃 피는 계절에 특히 증세가 심해지는 반려견들을 보게 된다. 꽃가루가 일으키는 알레르기 반응이다. 호주에서 연구된 논문에 따르면 반려견의 10~25%가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단순할 것 같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시기별로 다양한 식물의 꽃가루가 문제가 된다. 대체로 4~5월 사이에는 참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같은 수목의 꽃가루가, 6~7월 사이에는 큰조아제비, 호미풀, 우산잔디 같은 목초 꽃가루가, 그리고 8~10월에는 돼지풀이나 환삼덩굴과 같은 잡초 꽃가루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반려견이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다면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는 산책을 피하는 것이 좋고, 산책을 했다면 목욕을 해 몸에 묻은 꽃가루를 제거해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다면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약물을 처방받아 진정시켜주는 것이 좋다.
꽃가루 외에도 먼지진드기나 음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동물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그중에 어떤 것이 정확한 알레르기 원인이 되는지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동물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소중한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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