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설계 밀리고, 파운드리는 부진...'1등 메모리'까지 흔들린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 전격 교체 배경엔 연말 정기인사까지 기다리기 힘들 만큼 엄혹한 시장 상황이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메모리 생산까지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성장했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현재의 복잡하고 무거운 사업 구조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략 잃고 오락가락
당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 해체(2017년) 이후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치밀한 전략과 조직 통제를 잘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급기야 지난해 말 반도체부문 기획팀장(부사장)이 내부 의견대립 끝에 장기간 무단결근하며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있었다.
회사의 중장기·신사업 전략을 짜야할 핵심 임원의 무책임한 항명에 ‘관리의 삼성’이란 말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수·합병(M&A) 등 꼭 필요한 작업이 늦어졌다”면서 “전략과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방으로 밀려난 설계
반면 칩셋 설계 분야에서 경쟁사로 꼽히던 퀄컴은 21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I PC용 프로세서 시장까지 진출하며 격차를 벌렸다. 삼성은 2019년 자체 CPU 개발팀을 해체해버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핵심 칩 설계 시장에서 삼성은 변방으로 밀려났다”라고 평가했다.
TSMC에 압도당한 파운드리
TSMC는 AI 칩 제조에 필요한 최첨단 공정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을 싹쓸이하고 있다.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의 점유율은 100%에 가까워 삼성이 낄 틈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TSMC는 최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공정까지 넘보며 삼성의 안방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업계 ‘원조 강자’ 인텔마저 올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며 삼성의 2위 자리를 위협하는 중이다.
1등 메모리마저 흔들린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부가가치 메모리 HBM에서 밀린 게 치명적이었다.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발 수주가 지체되며 SK하이닉스에 HBM 선두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가 2019년 HBM 연구개발 전담팀을 해체하는 등 AI 중심의 시장 판도를 내다보지못한 게 뼈아픈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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