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이제훈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배우 되고파”
이제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의의 사도’가 아닐까. 수많은 사이다 히어로들이 있었지만, 이제훈을 만난 정의구현 캐릭터들은 진지하면 진지한 대로, 유쾌하면 유쾌한 대로 생명력을 얻어왔다. ‘시그널’ 속 박해영 경위와 ‘모범택시’ 김도기의 뒤를 이어 이번엔 ‘수사반장 1958’에서 박영한을 맡아 ‘수사반장’ 속 박 반장의 젊은 시절 성장기를 보여줬다.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8년간 방영됐던 ‘수사반장’의 프리퀄이다.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 반장의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을 그렸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제가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런 역할들을 선택해왔다”면서도 “‘시그널’의 존재가 워낙 커서 그 이후에 형사 캐릭터를 또 맡으면 기시감이 들까봐 형사 역할을 하지 않았었는데, ‘수사반장 1958’은 의미가 남달라서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의 프리퀄을 연기해야 하는지라 고민도 많았다. 최불암이 연기한 박 반장의 제스처나 습관 등을 복사본처럼 따라 하며 연기를 준비하다가 “얼굴이 닮은 것도 아닌데 똑같이 따라 한다고 납득이 될까”하는 생각에 준비를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제훈은 “고민 끝에 ‘수사반장’에서 보여주신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휴머니스트의 모습뿐 아니라 인자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모습, 코믹한 모습 등 최불암이란 존재의 모든 모습을 젊은 시절에 담아내 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처음엔 표현이 움츠러들고 조심스러웠는데,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선생님이 보시고 ‘잘하고 있다’고 해주셔서 감개무량했었고 연기도 점점 자연스러워졌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최불암의 트레이드마크인 ‘파하~’ 하며 웃는 모습만큼은 따라 하기로 했다. 드라마 초반부와 마지막 회에는 이제훈이 ‘파하~’ 하며 웃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걱정했다”면서도 “시청자들이 잘 봐주신 듯해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제훈은 작품을 선택할 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려해왔다. 앞서 언급한 그의 대표 드라마들 외에도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이나 영화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수사반장 1958’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시대 배경은 1950~60년대지만 드라마 속 사건들은 그 시대에만 국한되는 문제들이 아니었다. 주가조작부터 아동학대, 촉법소년 문제, 권력자의 갑질까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뤘다.
이제훈은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드라마 속 사건들이 지금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소름 돋기도 하고 안타깝더라”며 “이 드라마를 시청하신 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배우니까 작품으로서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건물 그림자 참 길다”였다. ‘수사반장’ 속 박 반장의 대사를 오마주한 것이다. 그는 “1950년대와 1970~80년대, 그리고 지금과도 일맥상통하는 대사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함을 드러내 주는 대사 같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기획사 컴퍼니온을 차린 이제훈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7월 영화 ‘탈주’가 개봉하고, 곧 새 드라마 ‘협상의 기술’ 촬영에 돌입한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면서도, 회사 운영을 위한 대표로서의 고민도 쉼 없이 하고 있다. 이제훈은 “제가 활동을 해야 회사가 굴러간다.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도 작품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저와 다른 배우들이 작품을 쉬어도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 그 도전을 겪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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